천안시가 꿈꾸는 건 ‘시민 삶의질 세계 100대도시 천안만들기’다.
그런데 이같은 구호가 차라리 선언적이라면 좋을 텐데, 천안시는 실제 밑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의지여서 우려도 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천안시는 오는 10월10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전문가가 참석하는 국제자문위원 위촉식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이들이 중심이 된 천안시민 삶의 질 국제컨퍼런스를 가질 예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예산이 수반되며, 때에 따라서는 막대한 예산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100대도시’란 구호는 실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다. ‘10대’ 혹은 ‘100대’라는 막연한 상징성을 부여한 개념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천안시가 현재 세계에서 몇 대 도시쯤 되는지도 전혀 파악된 바 없다.
한 지역인사는 “전세계 도시가 몇 개인데, 현재 천안시가 몇째안에 들어간다더라 하는 구체적 현위치가 없는 셈이다. 극단적으로 천안시가 일본도시들과 비교해서도 일본 내 100대도시 안에 들어가 있을까 싶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부 시의원들은 허언에서 시작된 구호라며 “차라리 실속형 구호를 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나의 정치적인 구호로써, 차기 시장이 계속 끌고갈지도 의문이다. 삶의 질이나 교통, 환경, 교육 등 각 부문에서 현재보다 나아지려 애쓰는 건 당연한 일. 모든 도시가 그같은 과제를 갖고 정책을 펴고 벤치마킹하는 마당에, 천안시는 ‘세계100대 도시’라는 수치적 구호를 두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지역예술가는 “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내건 구호를 달성하는데 몇십년 또는 몇백년이 걸릴지도 모르거니와, 달성한다 해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도 의아한 부분”이라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여하튼 천안시는 앞으로 국제자문단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 세계 유명한 석학이라 불리는 6명은 세계적 삶의 질 평가기관인 머서사의 슬래진 파라카틸 총괄책임연구원(삶의질 분야)을 비롯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애나 율리카 K. 스틱스도터 교수(환경분야), 미국 제임스 메디슨대학교 마이클세스 교수(교육분야),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교 EM.(린다) 스텍 교수(교통분야),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해리힐러 교수(도시분야), 영국 버밍엄대학교 크리스 왓슨 교수(주택·지역발전분야)다.
국제컨퍼런스는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김은기 교수를 좌장으로 국내 6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국제자문단과 함께 천안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제강연과 토론을 하게 된다.
일단 천안시는 천안시민들에게 100대도시라는 매혹을 던져주려면 세계제일도시가 어디이며 분야별로 어떤 삶의 질을 누리도록 하고 있는 지라도 홍보하고, 그같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촉구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세계100대도시는 어느 도시들인지를 알리고 그들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천안시의 분발을 유도해야 한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