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번 주소가 도로명 주소로 변혁되면서 지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도로명 주소는 찾기 쉽고 편리하다는 장점을 살리려 한다. 도로는 길이다. 길은 통한다. 길은 막히면 골목이 된다. 길은 열려 있다. 길을 가노라면 산이 있으면 고개가 있고, 터널로 통하고 열려 있다. 강이나 물이 있으면 배 길이 있고 다리가 있어 통하는 길이 있고 열려 있다. 길은 끝없이 연결되고 통하고 열려 있다. 도로명 주소에 도로는 대로(큰길), 로, 길, 거리가 있고 교차로, 육교, 교량, 터널, IC가 있다.
지금까지 사용해 오는 지번주소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도입되어 사용했었다. 도로명 주소제도는 1997/8년부터 논의되어 확정하고 작업을 개시하였다. 종래 사용해 오던 천안시 행정동 도로명 500개와 면 도로명 700개가 새로운 주소작업으로 개편됐다.
도로명 새 주소란 도로를 따라 규칙적으로 건물번호를 부여하고 도로명 및 건물번호에 의해 표기하는 주소이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작업이 마무리 되었다가 2009년, 2010년 재작업을 하여 1,200개 도로명이 300개 늘어나 1,535개 도로명으로 확정되고 있다.
천안시 지적과와 정보통신과에서 작업해 왔고 현재는 도시과 새 주소팀이 담당하고 있다. 도로명 변경은 도로명 주소위원회에서 심의하여 결정되고 있다. 한편 합당한 절차에 따라 도로명 변경신청을 받아서 심의하여 변경하고 있다. 2014년부터 도로명 새 주소제도를 전면실시하게 된다. 지명관리는 도로과에서 지명위원회 심의를 받아 처리 되고 있다.
행정의 효율성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에 담겨진 문화적 의미를 살리는데 미급하지 않았는지 유념해야 한다. 방위나 숫자 중심으로 멋없는 지명으로 바뀌어 지지 않았나 싶다. 일제시대부터 지명 첫 글자를 따서 작명하는 방법으로 고유의 지명이 많이 사라졌다.
인지도가 높은 이름이나 지역 한계성이 아닌 누구나 알 수 있는 편한 이름 구리고 역사정신이 있는 옛 땅이름을 살려야 한다. 지명에는 우리 조상이 살아온 역사와 정신이 담겨 있다. 면면이 이어져 오는 이름 속에 문화가 전승된다.
땅은 우리의 뿌리이고 지명은 그 뿌리의 이름이다. 도로명 주소는 지명에 들어 있는 인문, 사회, 역사, 문화, 자연환경적인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우를 범해서 안 된다. 이름이 사라지면 문화적 상상력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오랫동안 전승 형성된 문화적 토양을 한꺼번에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지명이 성립된 배경을 보면, 첫째로 풍수적 요인을 고려해서 지은 이름이다. 풍수 신화적 요소가 많다. 둘째는 환경과 기후에 맞춰 작명을 하였다. 지역의 풍토와 특산물을 감안하여 지은 지명이 많다. 셋째는 미래를 예언한 지명이 있다. 넷째는 역사적 사건에 유래한 지명이다.
세성산 남쪽에 있어 성남면이고, 용산리와 노원리가 합하여 용원리가 되었다. 성남면 용원리 천안예술의 전당이 들어선 인근 마을이 봉명마을이란다. 마을 지형이 봉학(鳳鶴)이 춤을 추는 지형이라 전해온다. 살티, 거대리(居垈里)라고도 하며 가까이에는 고려 때 목주현 터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지명이 예언한 대로 천안예술의 전당이 춤을 추는 지형에 자리 잡게 되었다.
천안삼거리공원 정문 동리 앞에 방죽이 있어 방죽말이 무상동(舞裳洞)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오작교와 팔각정 영남루 등이 있는 연못으로 넓혔으나 원래는 작은 방죽이었다. 이 마을을 무상동이라고 한 까닭은 풍수지리설에서 온 동명이다.
마을 앞산인 옥녀봉(玉女峰)의 옥녀(玉女)가 열 두 폭 치마를 입고 가지런히 펴고 앉아 무릎위의 가야금을 뜯고 일어나 춤을 추는 형상의 지형이란다. 방죽마을이 옥녀(玉女)의 치마폭에 해당되는 곳이라 무상(舞裳)이라는 동명이 불리운다.
현재 신아원이 있는 곳을 탄금(彈琴)밑이라 한다. 옥녀봉의 옥녀가 예쁜 치마를 입고 무릎 위에 가야금을 올려놓고 뜯고 있는 형상의 밑이라 한다. 탄금밑 또는 탄금밀이라 전해온다.
옥녀봉의 옥녀가 가야금을 타면서 춤추는 지형이라 천안삼거리에서 흥타령 춤 축제 한마당이 열리는 것이 이미 예언한 지명이다 싶다. 옛부터 전해오는 지명의 유래에는 조상의 시대정신이 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