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사랑의호스피스’를 창립하고 이끌어온 심석규 원장. 그의 ‘고지식한 사랑법’이 계속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3년여의 공부 끝에 최근 목사가 된 심 원장이 사랑의 호스피스가 자리잡은 건물에 ‘샬롬교회’를 내고 얼마전 창립예배를 드렸다.
샬롬교회는 기존의 교회와 좀 색다르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교회의 사명을 ‘박애와 섬김’으로 내세우고, 실천하는 기독교인으로 생활할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교회지만 지역공동체의그늘을 보듬고 함께 햇볕 따스한 양지로 가자는 사회참여의 의식이 또렷하다.
그같은 방증은 샬롬교회 신도의 자격요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일단 초신자이든가 한때 기독교인이었던 자, 함께 예배드리기를 원하는 환자나 그 보호자, 직원, 자원봉사자를 찾는다. 복음사역의 목적과 선교사명에 동참할 자도 자격을 가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일상생활에서의 신앙생활을 예시한 부분이다. 마트에서보다는 할머니들이 작은 양푼에 농작물을 쌓아놓고 파는 노점을 통해 식재료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계형 노점상으로, 그들의 자립을 돕는데 함께 하자는 것. 리어카 밀어주기도 있고, 컴퓨터 게임 안하기나 아이들 칭찬하기 등 건전한 사회를 꿈꾼다.
심 원장은 “언어생활부터 예의범절, 공중도덕, 질서의식, 양보 등 더불어사는 사회에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요즘 심 원장이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은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싶은 것이다.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할 처지에 있는 미혼모의 아기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 낸 생명보호장치로, 서울에 소재한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가 시작했다. ‘최선은 아니지만 최후의 선택’이라는 그의 지론은 방송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심 원장은 베이비박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베이비박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올해 충남에서만 버려져 죽은 아이가 5명에 달한다. 베이비박스는 유기를 조장하고 부모로서의 책임감 등을 가볍게 할 수도 있지만 아기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부모 또한 차후 생각을 바꿨을때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꾸 유기한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유기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처지와 형편을 생각해야 한다.”
정말 천안에도 ‘베이비박스’를 두면 어떨까. 낳자마자 유기돼 죽는 아기가 줄어들 것이며, 아기를 맡아줌으로써 그 부모가 당장의 현실을 극복하고 건전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베이비박스는 두는 것도 어렵거니와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물질적 후원이 함께 선행돼야 가능한 것. 이런 때문에 심 원장은 시간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지역사회에 어려운 사람들은 있을 수 있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사로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올 수 있었던 그. 굳이 어려운 길을 가고자 하는 건 ‘주변이 행복해야 비로소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삶의 철학이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