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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여, 사랑을 가져라

조재도(55·교사작가·천안 안서동)

등록일 2012년09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젠 ‘퇴역 작가교사’라고 해야 할까.

8월20일(목), 왜소한 듯 보이는 조재도(55)씨가 걷는다. 태풍의 강도가 역대2위로 올라선 ‘볼라벤’이 훑고 지난 뒤 새끼태풍 ‘덴빈’이 찾아오는 날은 마침 조씨의 명예퇴임 날이기도 했다.

교육자로 24년을 걸어온 길, 아니 정확히는 31년이라 해야 맞다. 85년 민중교육사건으로 3년여, 89년 전교조결성활동으로 4년여 해임돼 교직을 떠나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괴팍’한 청소년사랑법은 퇴임식에서 결국 아이들을 울렸다.

한 아이는 자신의 이름표를 그의 가슴에 붙여주며 잊지말라 했다.

 

<84년 민중교육사건의 해임이유가 된 시>

너희들에게 -조재도
 

싹수 있는 놈은 아닐지라도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은 아닐지라도
나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오토바이 훔치다 들켰다는 녀석
오락실 변소에서 담배 피우다 걸렸다는 녀석
술집에서 싸움박질 하다 끌려왔다는 녀석

모두 모두가 더없는 밀알들이다.

공부 잘해 대학 가고 졸업하면 펜대 굴려
이 나라 이 강산 좀먹어가는 관료 후보생보다
농사꾼이 될지 운전수가 될지
공사판 벽돌 나르는 노동자가 될지
모르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이 시대를 지탱해가는 모든 힘들이
버려진 사람들 그 굵은 팔뚝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공무원 관리는 되지 못해도
어버이의 기대엔 미치지 못해도
동강난 강산 하나로 이을 힘이 바로 너희들
두 다리 가슴마다 들어 있기에

나는 믿는다 통일의 알갱이로 우뚝우뚝 커가는
건강하고 옹골찬 너희 어깨를.

1994년 두 번째 복직 후 그는 민주화운동의 방식을 바꿨다. “복직하면서 민주화운동때 썼던 글들을 꺼내봤더니 제대로 된 글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활동해선 안되겠다 싶었죠.”

‘운동은 내가 아니어도 계속된다’는 생각에 그의 열정은 ‘글쓰기’로 옮아갔다.

이후 시집 8권, 동화 3권, 교육에세이 5권, 소설 2권 등 지금까지 써낸 책이 모두 23권. 그 안에는 민중계몽이나 청소년문제에 대한 사회적 활동의식도 더러 녹아있다.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란 조재도씨는 88년 천안과 인연을 맺었다.

교육자생활 24년중 충남도내 13군데를 옮긴 그. 탄압과 좌천으로 16년동안 11곳을 전전해야 했지만 그외 천안의 구성중과 목천중에서만은 4년씩 제대로 있었다. 게다가 최근 동성중학교에서 명예퇴임까지 가졌으니 천안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청소년문제를 누구보다 가슴아파하는 그가 왜 정년퇴임을 두고 학교를 빠져나올까?

“힘든 선택이지만 방향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세상이라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청소년 문제’를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아내가 교사이니 구직이 절실하진 않습니다.”

청소년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단호하다.

이미 올해 ‘청소년평화’모임을 결성해 지난 3월 소식지 1호를 펴냈다. 비록 8쪽(16절지 크기)짜리지만 84명이 참여하고 있고, 매월 자동이체로 1만원 회비를 내고있는 사람이 56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22%가 우울증을 겪고있고, 초중고생 10%가 은둔형 외톨이나 주의력결핍장애, 인터넷·게임중독, 충동성장애로 인한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답니다. 청소년평화 모임(016-443-9949)은 말 그대로 청소년들을 평화롭게 하기 위한 어른들의 모임입니다.”

이번 9월에는 ‘징검다리책 나눔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청소년도서출판사에서 책을 기증받아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선물하는 사업이다.

“청소년들은 말이죠, 조그마한 관심으로도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힘차게 걸어나갈 힘을 얻습니다. 결코 대단한 걸 필요해하지 않아요.”

무직·백수가 된 그가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해 사랑의 눈빛화살을 쏘아내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동참할 어른들을 찾고 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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