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시립합창단의 노조결성 논란이 뜨겁다. 노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게 있을까마는 시립합창단의 결성의도나 요구안이 상당히 ‘비상식적’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시립합창단을 운영하고 인건비 등을 지급하는 곳은 다름아닌 천안시민들. 혈세가 바람직하게 쓰이지 못하면서 그 비판이 시행정에게 쏠릴 수 있다는 데에서 민감한 관심을 모은다.
시립합창단은 처음 내부에서 그 문제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합창단원은 시행정의 전달자 역할을 갖고 있던 사람(시립합창단 임원)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그를 통해 합창단원들의 불만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또한 시행정의 지시사항이 불만족스럽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행정과의 불통’이 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조결성에 따른 시립합창단의 요구안은 상식을 뛰어넘고 있어 ‘협상테이블’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시 문화관광과는 그들의 요구안들에 대해 “가관도 아니다”는 말로 앞으로의 진행과정이 험난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포항시가 2007년부터 노조결성에 따른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 85차의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며 무리한 요구안 때문에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진행중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천안시 시립합창단이 요구하는 것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요약 정리했다.
근무시간·인사권 ‘노조 맘대로?’
먼저 시립합창단은 근무시간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천안시가 조례로 규정한 하루 6시간의 근무시간을 허락하고 있다. 시 조례에 따르면 ‘근무시간은 공무원에 준하되(하루 8시간), 예술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로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공무원을 포함해 일반직장인들이 기본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이들은 ‘하루 6시간’으로 그 혜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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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말이 사실일까?...타 예술단 단원의 휴대폰에 보내진 메시지. 천안시는 근거없는 말로 시립예술단을 현혹한 글에 대해 법적 수사방침을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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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마저도 그동안은 시행정의 ‘배려’ 아래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근무를 해왔다. 이를 한 합창단원은 ‘신의직장’이라고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번 요구안은 한술 더 떠 ‘단원의 공연·교육·연습은 예술의 특수성을 고려해 단체장(지휘자)에게 위임’하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그들이 꿈꿔왔던 ‘10시부터 1시까지’ 3시간 근무를 실현시킬 목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게다가 개인연습공간이 없을 때는 개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도 담았다. 즉 개인연습을 핑계로 언제든지 집에서, 또는 그들 각자가 원하는 곳에서 편안히 근무시간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연봉이 대략 2500~4500만원이라는 시립합창단. 한 시립예술단원은 “차라리 비상임체제로 가는 것이 서로의 만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공무원이 아닌 그들은 ‘정년보장’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단원의 정년기준을 공무원에 준하게 해달라’는 주문 외에도 ‘단체장(지휘자) 판단으로 5년 기한으로 계속 고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한 시립풍물단원은 “우리는 단 5년 앞을 내다보지 않고 있다”며 60세, 65세까지 하겠다는 발상을 어이없어 했다. 시립예술단은 고용조건에 2년에 한번씩 그 실력을 평가하도록 돼있다. 실력으로 보장받는 자리이니만큼 2년에 한번 그 실력을 가늠해 고용여부를 판단하도록 돼있는 것. 그런 예술단이 정년보장을 주장하는 것은 예술인이 아닌 직장인으로 봐달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시립합창단 노조는 ‘윗사람’도 손안에 주무르겠다는 발상이다. 지휘자, 부지휘자, 단무장, 사무행정원도 평가제도를 두되 합창단원이 50%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반면 단원에 의한 평가방식은 별도 노사합의로 정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단원들의 힘이 결코 지휘자나 부지휘자 등보다 아래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으로,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얻겠다는 조항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화재단으로의 소속이전’에 대해서도 장치를 걸었다. 시립합창단을 분할·합병해 타인에게 양도·법인화하고자 할 때 시는 조합의 합의를 얻어야 한다거나 고용과 근속연수 승계, 단체협약과 노동조합 승계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해고사유는 직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나 휴직 후 30일이 지나도 복직원을 제출하지 않을 때에서만 가능하다든가, 공연과 연습에 현저한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급학교의 출강과 외부인에 대한 지도 등을 보장하라는 것. 조합의 재정자립에 적극 협조하는 반면 시는 본질적인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지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다양한 주장을 펴고 있다. 심지어 컴퓨터, 전화, 생체인식기기 등 어떠한 감시장비도 설치해선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시 관계자는 그들의 요구안에 대해 “도저히 들어주지 못할 것들이 많다”며 결국 협상은 포항시처럼 오랜 시일이 걸리고서도 ‘현재진행형’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시립합창단 근무형태는 ‘엉망’
시립합창단의 그간 근무형태는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는 그들의 불만이 드러나고, 노조결성으로 인한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목’을 쓰는 합창단의 특성상 하루 6시간의 연습형태는 맞지 않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공무원에 준하는, 또는 행안부가 허락한 하루 6시간의 근무시간을 잘 지키고 있었을까.
알려지기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개조로 나눠 30분씩 번갈아 연습하고 쉬는 방식을 갖고 있다는 시립합창단. 한 합창단원은 “하루 1시간30분에서 2시간을 실제 연습시간으로 보면 맞다”고 했다. 1개 조가 30분을 연습하면 나머지 조는 대체로 개인적인 휴식시간이 된다. 심지어 편안한 안락의자나 쇼파 등에 누워 담요까지 덮고 자기도 한다. 한 단원은 최근 안락의자가 추가구입돼 설치됐다는 내용을 들려줬다.
시립합창단이 노조를 만든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순 없다. 하지만 그 의도나 주장이 지역사회에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진 않는다.
천안시는 왜 5개의 시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을까. 전국에도 이렇게 많은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전무하다고까지 얘기들을 한다. 게다가 5개 단체 모두가 상임체제로 돌아가면서 그 예산이 한해 80억원을 웃돌고 있다.
한편 시가 온통 시립예술단에 예산 등을 쏟아붓고 있는 형편에서 지역예술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로 천안시의회는 5개 시립예술단 운영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는 상황. 시립합창단 논란까지 보태져 향후 시립예술단의 전반적 운영형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김학수 기자>
4개 시립예술단 노조명칭 불만
“시립예술단 아닌 시립합창단노조라 불러라”
시와의 소통·근무시간·임금 등 많은 부분에서 달라… 무모한 시립합창단 성토
시립합창단이 쓰는 노조명칭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시립합창단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천안시립예술단지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시립합창단을 제외한 4개 시립예술단(시립풍물단·시립교향악단·시립무용단·천안시충남관현악단)은 이같은 명칭 사용에 ‘펄쩍’ 뛰고 있다. 각 예술단 대표자는 지난 7월10일 시립합창단측을 찾아가서 노조명칭을 ‘시립예술단’으로 쓰는 것에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재 가처분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8월30일(목) 기자와 만나 자신들의 입장과 상황을 이야기했다.
4개 시립예술단측은 ‘절대 시립합창단 노조측에 참여할 뜻이 없었고, 지금까지 일관된 생각’이라며 화를 냈다. 합창단측이 문화재단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복지문화국장이 언급한 적은 있지만 더좋은 풍토로 옮기는 것에 대한 미래적 기대였을 뿐, 우려할 만한 사안은 없었다”고 했다.
시립합창단측은 처음부터 ‘함께 하자’고 한 적도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대표자를 찾더니 ‘협조하라’는 강압식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노조를 왜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예술단측은 ‘합창단과 공감대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더 이상 시립예술단을 악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계속 사용하자 법적 제재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시립교향악단은 합창단의 계속적인 종용을 못견뎌 공식적으로 협조문을 보내기도 했다. 단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있다며 ‘더이상 노조가입을 종용하지 말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시립무용단측은 근무시간에 대해 “시립예술단이 모두 시립합창단과 같지 않다”며 오해의 소지를 일축시켰다. “우리는 근무시간 이전인 오전 8시부터 연습해왔고, 퇴근이후인 때로 저녁시간에도 계속 연습해왔다”며 “그렇게 연습해도 하루일과가 부족해 시간을 더 갖고자 애써오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한 시립무용단과 교향악단 등은 “우리는 공연 때에도 악기를 나르거나 두세시간 걸리는 분장 때문에 하루를 꼬박 쓰는데 반해 시립합창단은 제일 늦게 와서 제일 빨리 가는 등 가장 편안한 곳”이라며 시립합창단과는 임금, 근무시간, 공연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립합창단이 ‘시립예술단’이란 명칭을 사용하며 노조를 결성하고 활동하려는 것은 그 비판과 괜한 불똥이 착실히 근무해온 시립예술단에 튀는 것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4개 시립예술단측은 ‘차후 노조를 결성한다 해도 시립합창단같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지역사회 공공의 유익에 맞는 활동을 위한 처사가 될 것’으로 일단락하며 절대 시립합창단의 노조결성논란이 4개 시립예술단측에 연결되지 않길 바랐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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