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에 도전하는 설레임이 커요.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요?”
지난 4월 서울에서 천안으로 내려온 이인순(69·신부동)씨. 자녀교육에만 평생을 바친 그가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것은 60이 된 즈음. 그리고 10년만에 ‘노인모델’이라는 새로운 세계로까지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접수는 지난 겨울에 했는데 연락이 없어 안됐구나 했어요. 근데 지난 6월 연락이 왔더군요.” 최선을 다한 결과 6기 10명을 뽑는 노인모델 오디션에 덜컥 합격했다. 나이도 제일 많고, 수수한 사람이 어떻게 됐을까. 스스로에게 의아해하며 6개월간의 교육을 받느라 서울 양재동에 수시로 올라간다.
“난 모델보다 노래가 더 좋아요”
“와우, 말하는 법이며 매무새, 포즈, 연극 등 참 다양한 교육이 이뤄져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재미도 있고요, 새로 사귄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노래도 하고 싶고, 피아노도 치고 싶은데…,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의 주저함은 도전 자체에 있지 않다. 평생에 가장 하고싶은 일은 ‘노래’를 하는 것. 고등학교때 집안의 완강한 반대로 꿈을 버려야 했던 때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때를 회상할땐 지금도 슬픔이 배여난다.
꿈을 접어두고 평범하게 살다 결혼한 그였지만 실의에 빠져 허송세월하진 않았다. 오히려 아이교육에 전념, 자모회장과 새마을지도자 등을 하며 한때 전국 순회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자녀교육’이 평생의 사명인 양, 열정적으로 살아온 그.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품을 벗어나자 ‘이제부턴 내 인생을 살자’고 다짐했다. 그때 나이 60세. 남들은 황혼이라 했지만, 그가 느끼는 세월은 아직도 중천에 떠있었다.
그의 첫번째 성공스토리는 서울 솜다리합창단의 솔로(소프라노)를 맡아 활동하게 된 것. 그 외에도 혼자서 피아노 독학도 하고 비디오 편집·활영교육도 받았다. 컴퓨터도 지금보다 더 능숙하게 다루길 희망한다.
천안에 내려오자마자 방일원(전 천안사협지부장) 사진작가의 ‘제자’가 되어 사진공부에도 매진하고 있다.
“전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잠을 못이룰 정도죠. 동갑내기 남편은 지금도 일밖에 모르는데, 난 그 반대에요.”
얼마 전엔 처음으로 경북 예천을 다녀왔다. 그곳의 ‘해룡포’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구 설레인다. 그간 돌아다닌 곳이 어디 한두곳이었겠는가마는 여유를 갖고 바라보는 맛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남들은 ‘모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데, 그는 그 때문에 다른 하고싶은 일들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고령화 사회라고들 하는데요. 정말 지금 제 나이에도 많은 일에 도전하고 땀흘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자부합니다.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열심히 키웠어요. 특히 ‘정직하라’고, 그것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으라고 가르쳤어요.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즐겁게 살 겁니다. 요즘은 너무 행복해요.”
온화한 표정에 예의가 한껏 깃든 말, 삶에 대한 소신과 철학들을 가진 그. 그런 그녀를 지인들은 ‘천상 여자’라고 하지만, 내면의 열정이 활화산같은 줄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