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안복(55·천안 성정동)씨가 지난 7월29일 ‘제11회 순창전국국악대전’ 명창부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기잡가에 최고수라는 묵계월 선생 밑에서 황해도의 서도소리와 경기소리를 사사받은 이씨.
그동안은 소리꾼의 마지막 도전장인 명인(명창)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실력가’라 했지만 이젠 대상(국회의장상)을 거머쥔 고수 반열에 올랐다.
순창전국국악대전을 주관한 채경미 순창지부장은 순창에 대해 “예로부터 국악성지요, 서편제의 판소리창시자 박유전 명창, 동편제 판소리의 대가 김세종 명창을 비롯해 장자백·장판개 등 선대 명인·명창들이 순창을 풍요로운 문화예술고장으로 빛내준 곳”이라 했다.
그런 곳에서 명창부 대상을 거머줬으니 기쁨이 오죽할까. “23회째를 맞은 천안 전국민요경창대회만 해도 최고상이 도지사상인 점을 비교하면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닙니다.”
제자들은 스승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래서 소문내지 말라고 하는데도 살짝 살짝 정보를 흘리고 있다.
이안복씨가 대상을 받은 건 경기소리 12잡가중 ‘유산가’였다.
“정말 편안하게 출전했어요. 상복은 생각도 안했죠. 원래 상을 기대한다면 옷을 두벌 준비해요. 경연장에서 입는 옷과 시상때 옷이 필요하죠. 미안하게도 준비한 사람은 떨어지고, 단벌로 간 제가 됐어요.”
전날 꿈에 ‘백제향로’를 봤다는 그. “백제초도가 있던 천안은 백제와 밀접한 지역 아닌가요. 즉, 백제향로는 길한 꿈이었던 거죠.” 참, 꿈보다 해몽이 좋다.
그녀의 바람은 ‘소리꾼’이 아닌, ‘천안소리꾼’이 되는 것.
굳이 천안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엔 그 근원이 있는 것”이라며 “나 또한 내 뿌리인 천안에서 알려지고 인정받지 못하면 더 큰 곳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무의미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올해도 그는 천안시 주최의 반딧불음악회를 비롯해 많은 무대에 서고 있다. 민간단체들이 주축이 된 단오축제에도 중심축에 서서 성공개최에 한 몫을 차지했다. 사람을 헤프게 사귀지 않는 고로, 천안에서의 활동이 꽤 됐지만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는 그.
“조금만 정치적이었으면 연줄이 참 많을 텐데, 사람이 그러질 못하네요. 그래도 한명 두명 알아주는 분들이 늘어 힘이 됩니다. 적어도 천안에서 민요가 하면 누구나 ‘이안복’이라고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겁니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시대가 변하며 우리 전통의 민요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처지. 그래서 이씨는 개사도 하면서 흥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방법도 쓰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호시절이 오길 희망합니다. 민요가 좋다며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볼 때면 더욱 그런 소망이 간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