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생들의 젊고 참신한 시정발전 아이디어를 삽니다."
천안시가 오는 8월20일까지 '행복공감 대학생 제안공모'를 냈다. 대학도시 천안의 특성을 살리고, 시정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천안시는 지난해 대학생공모전에서 45건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당시 단국대생으로 구성된 고고씽팀(박보람·조항주·김동규·임경림)이 '안서동 내 대학간 교류활성화와 접근성 증대를 위한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 도입'이 우수상을 받는 등 4건의 우수제안을 선정한 바 있다.
천안시의 이같은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는 그 취지가 좋으나, 채택 이후 도입의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어떻게 쓸 것인가는 오로지 일개 담당자의 몫으로 돌려놓고, 사후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 ‘관심부족’
안서동 내 대학간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 도입안은 이전에도 공공연히 언급되는 등 특별한 건 아니었다. 다만 대학생들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제안되고, 그 내용이 좀 더 구체화되어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고고씽팀은 먼저 대표적인 자전거 대여시스템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벨리브’나 영국 런던의 자전거시스템 ‘Barclays Cycle Hire’, 또한 독일의 철도공사가 실시하는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 ‘Call a Bike’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창원시의 ‘누비자’를 소개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비자 자전거를 편리하게 대여할 수 있는 자전거시스템 구축현황을 설명했다. 또한 카이스트, 건국대, 계명대, 전북대 등이 ‘대학교 공공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렸다.
고고씽은 본격적으로 천안 안서동 내 대학교간 접근성의 열악함을 분석했다. 단국대·상명대·백석대·호서대·백석문화대는 상명대에서 백석대로 가는 노선 외에 서로 연결하는 버스노선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각 학교의 자취생들이 학교 강의실간 이동로가 도보로 15분에서 30분까지 걸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고고씽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터미널에서 가장 먼 백석대학교까지가 3.5㎞인 점을 고려, 도로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면 손쉽게 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같은 점을 부각시키며 천안역·두정역·종합터미널과 각 대학(단국대·상명대·백석대·호서대)에 30대씩 공공자전거 무인대여소를 두고 모두 210대의 자전거를 운영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들이 꼼꼼히 따져놓은 예상 소요예산은 9700만원이다.
아이디어 ‘활용시스템 먼저 구축해야’
결과적으로 보면 아직 고고씽의 제안은 캐비닛에 꽂혀있는 채다.
담당자의 손에 내맡겨진 정책제안은 아무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건설도로과 김천호씨는 고고씽의 제안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제안서에처럼 공공자전거 관련시설과 시스템 구축 등 대학교측의 역할이 있었죠. 당시 그들 대학에 공문서를 보낸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회신된 곳은 한군데도 없었죠.”
담당자가 보기에도 제안서는 흥미로왔다. 정부에서도 2009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기존의 시설정비 개념에서 시설 외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었다.
“일단 이 제안서는 살아있습니다. 내년에 자전거활성화 계획과 관련한 용역을 발주해 자전거정책을 손보게 되면 고고씽의 제안도 활용할 여지를 찾아보겠습니다.”
시가 공모를 통해 좋은 정책아이디어를 얻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