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립합창단이 최근 노동조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요구조건이 관심을 끈다.
‘노조’ 결성은 그간의 불합리한 관계를 재정립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함이다. 하지만 시립합창단을 바라보는 밖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달 초순 나머지 4개 시립예술단인 흥타령풍물단·교향악단·무용단·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은 합창단노조쪽이 사용하는 ‘천안시립예술단’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그들과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의 소통부재가 불러온 노조?
‘저흰 1차교섭 하기 전엔 외부와 접촉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세웠슴다.’
지난 12일(목) 연락을 기다리는 기자에게 지회장(김규헌)으로부터 메시지가 찍혔다. 시에 교섭창구 단일화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천안시는 그들의 기본적인 요구안조차 들은 바 없다고 답답해했다. 시 주무부서인 문화관광과 한 관계자는 “회원수가 얼마나 되며 어떤 취지로 노조를 만드는지, 어떤 조합이 되려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노동부 감독관조차 이런 식은 처음이라며 당황스러워 하더라”고 했다.
이미 합창단원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계기부터 핵심적인 요구조건이 무엇인지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대략 50명의 시립합창단중 현재까지 노조에 참여하지 않은 비노조원이 3명 뿐, 대부분 노조추진에 협력하고 있다. 몇몇 단원들이 적극적이며, 민노총이 노조결성의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당초 이들이 원했던 것은 ‘시와의 소통’이었다.
이에 대해 담당부서인 문화관광과 전 담당직원은 “그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느낀 것은 이해부족이었다”고 당시 답답했던 심정을 전했다. 그같은 문제는 현 담당공무원도 마찬가지. “자신들 생각에만 몰두해 오해를 낳고 무리한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 합창단원은 불통의 원인을 “우리 자체에서 제대로 가교역할자를 갖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노조가 추진되면서 어느 순간 ‘근무시간 단축’이 핵심사안으로 떠올랐다.
시 발끈 ‘원하면 원칙대로 해주겠다’
현재 천안시는 시립예술단 근무시간과 관련해 조례상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공무원 근무시간에 준한다’는 내용이지만, 예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규정해놓고 있다. 이같은 조례는 행정안전부가 승인을 함으로써 법적근거를 충족시켜놓고 있다.
하지만 시립합창단 노조는 그들의 근무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로 단축·조정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예술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하루 3시간 근무가 적합하다는 주장인 것.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예술단원이 하루 3시간씩 근무하며 3000만원 가까운 연봉을 받아간다면 누가 인정해줄 것이냐”며 혀를 찼다. 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무지(無知)’한 것이라고 했다.
시는 합창단의 근무시간에 대해 그간 자율성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까지 근무하지 않아도 오후 3시 이후로는 재량껏 퇴근해도 문제삼지 않았다. 단원들은 자신들이 편의상 만든 조기퇴근 관행을 1시로 규정해놓고, 5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부당한 양 시에 불만을 내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5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원칙인 상황에서 그 전에 퇴근하는 것에 고마워했어야지, 어떻게 1시 퇴근을 기준으로 불만을 가질 수 있냐”며 “차라리 연봉제가 아닌 일한 만큼의 시간제로 임금체계를 바꿔달라 요구하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소식에 시 정형교 복지문화국장은 대노했다. 전국의 합창단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 국장에게는 그간 불평조차 밝히지 않았던 그들의 갑작스런 노조결성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시쳇말로 “배불러서 그렇다”고 운을 뗀 그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하지만 그 취지로 볼 때 정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앞으로 조례에 근거해 엄격하게 가겠다. 그간 자율권을 많이 준 바, 그런 식이라면 원하는대로 원칙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연말에 심사를 통해 재계약을 맺곤 하는데 정식대로, 실력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그들이 또하나 문제삼는 ‘문화재단으로의 소속이동’은 “계획에 없는 것”이라는 말로 잘라말했다. 한 합창단원은 그들 사이에 도는 괴소문을 전했다. “문화재단으로 가면 나이많은 단원들이 먼저 잘리고, 대우도 나빠질 것”이라며 “그 때문에 걱정하는 단원들이 많다”고 했다.
시간단축 ‘공무원연금 여부도 관건’
근무시간 단축은 또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의 근무시간을 지켜야 한다는데 있다. 이와 관련해 시립합창단 노조측은 행정안전부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자문을 구한 결과 근무시간을 단축해도 공무원연금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공무원 연금에 대한 정책을 내고 관리감독하는 곳이 행정안전부 연금정책과다. 연금정책과측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연금정책과의 지침을 받아서 그대로 시행하는 곳으로, 해석권한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연금정책과의 한성원 계장과 김수연 주무관은 천안시의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김 주무관은 “시립예술단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 2시간 정도 단축된 하루 6시간(오전10시~오후5시) 근무를 행정안전부가 승인해준 바 있다”며 “다만 이보다 더 단축했을 때에도 공무원연금대상이 되는지는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간에는 문제가 없다가 최근 여러 곳에서 근무시간에 대한 논쟁이 되자, 연금정책과는 전국의 상황을 수집·분석해 특수성에 대한 적정시간을 제고해 보겠다는 것이다. 한 계장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두달은 걸리지 않을까 예측했다.
이후 검토결과에 따라 단축하든가 아님 공무원처럼 하루8시간으로 늘려지든가 하게 되고, 변경이 필요하다면 조례개정 등 절차를 거쳐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현재는 기존의 조례상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5시)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맞다.
<김학수 기자>
시립예술단 존폐로 불똥 튈까
예술단운영에 부정적 시각도 커, 시립합창단노조가 빌미될지 주목
이번 시립합창단측의 노조결성이 향후 시립예술단의 운영지도를 바꿔놓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데 관심을 끈다.
전국에서도 5개의 시립예술단을 갖고 있는 지역을 찾아보기 어렵고, 특히 이들 모두 상임단원으로 막대한 인건비를 쓰고 있는 데는 더더욱 없다. 천안시도 시립예술단 운영에 한해 80억원 안팎의 막대한 비용이 쓰여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쌓이고 있다. 시는 문화예술과 관련한 전체예산중 상당수를 시립예술단에 쓰고 있어 지역사회 민간 문화예술단체들의 열악함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사실. 시립예술단 없이 해당예산의 일부라도 민간 문화예술인들에게 돌려진다면 지역 문화예술 창달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데 의심하지 않는다.
게다가 예술단 운영자체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인건비 등이 매년 증가하면서 한해 80억원을 써도 정기공연비용이 마련되지 못하는 등 예산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천안시의회는 2011년 말 행정사무감사에서 ‘정기공연 하나 제대로 못하는 예술단을 갖고 있어 뭐하냐. 예산문제로 정원도 채우지 못해 반쪽운영이 되고 있는 것’을 질타하기도 했다.
당시 시점에서 시립예술단 전체 정원(265명)은 66명이 부족한 상황. 국악단과 합창단이 각 10명씩, 교향악단 17명, 무용단 14명, 풍물단 12명이 부족하며 사무국직원도 5명중 2명 뿐이다. 올해 16명을 충원계획을 실행하면 그래도 50명이 부족하다.
인치견 의원은 “제대로 기획과 정기공연을 올바로 수행 못하는 데도 급료를 주고 매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선심성 행정 아니냐”며 “타 지역은 2·3개 예술단으로 우수한 기획·정기연주를 왕성하게 하는 지자체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단호한 결단과 정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조강석 의원도 “예산은 줄이면서, 그로인해 일은 제대로 못하는 것이 시행정의 실정이라면 논리를 개발해서 예산을 확보하든가, 아니면 냉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맞장구친 바 있다.
한 시립예술단 단장도 이같은 문제를 풀어내는 해법으로 “차라리 5개의 예술단들이 자체경합해 일부를 없애고, 살아남은 예술단에 지원을 늘려달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서 시립합창단이 오로지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자칫 시립예술단의 재정비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 오히려 이를 우려하는 예술단들의 시행정 눈치보기도 엿보이고 있다.
이미 태생적인 노조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공연히 알려진 상황에서 시립합창단의 노조결성 취지가 어떤 식으로 명분을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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