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떼어낸 불법현수막을 구청 내 수거장소로 옮기는 김양곤 팀장.
참나무숯의 특징은 은은하게 오래간다는 점이다. 사람으로 말하면 ‘진국’이다.
며칠 전, 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김양곤(동남구청) 건설행정팀장을 칭찬했다. 모범공무원이다, 시상금을 좋은 일에 쓴다, 불법현수막 700개를 떼었다, 소나무를 기증했다 등등.
어떤 사람일까? 기자가 관심있는 건 최근 시행정이 전쟁을 선포한 불법현수막 제거작업. ‘어떻게 혼자서 700개를 떼었지?’ 궁금한 김에 냅다 그가 근무하는 동남구청으로 내달렸다.
불법현수막 제거 ‘매새벽 1시간반’
떼어낸 불법현수막으로 가득찬 그의 차량 안.
김양곤 팀장을 만나러 왔다는 말을 듣고 임홍순 과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김 팀장은 항상 이른아침 출근해 마대자루로 청소를 다 해놓는다”고 했다.
일단 직장인으로써 근무태도가 무척 좋다. 그것도 팀장이 하루도 빠짐없이 물걸레질을 한다니…. 남들한테 알려지는 걸 무척 싫어한다는 팀장을 설득했다. ‘밝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은 나누자’고.
“두달도 안돼 불법현수막 수거 700개요? 부서 전체가 나선 것보다 많은 양인데, 가능한 일인가요.”
기자가 묻자 말이 없어보이는 김 팀장이 입을 열었다.
“제가 목천과 광덕에 나무를 심어가꾼지 10여년이 됐는데요. 매일 4시에서 1·2분 안팎으로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 온 시내와 읍·면지역을 다니며 1시간30분동안 불법현수막을 수거해왔어요. 가장 많이 떼어 낸 때가 100개쯤 되는데요, 그쯤 되면 트렁크와 앞자리까지 더 이상 차에 실을 수 없게 돼요.”
그간 새벽에는 자신의 농장을 돌보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것이 습관화돼있는 그는 지난 5월 초순, 한가지 작심을 하게 됐다.
“당시 불법현수막을 떼라는 지침이 있었고, 예산에 볼 일 있어 갔다가 거리에 불법현수막이 너무 지저분하게 걸려있는 걸 보고 결심하게 됐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저것이다 하고요.”
그때부터 그의 새벽은 불법현수막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마침 새벽길 성무용 시장이 목격하고 아침 간부회의때 그의 ‘영웅담’을 이야기했다.
임홍순 과장은 “시장님이 김 팀장을 많이 칭찬했죠. 그 뭐더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그전까지 조용하던 불법현수막 제거작업은 그때부터 과별로 불이 붙었습니다. 김 팀장이 불씨가 된 거였죠” 한다.
수거한 불법현수막을 부서 직원들과 정리하고 있는 김 팀장.
김 팀장이란 사람의 무기는 ‘지속성’이다. 성격적으로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그. 16년 전 나무를 가꾸는데 빠져 자격증도 여럿 땄고, 새벽 4시에 농장에 나가고 아침일찍 1등 출근하는 것을 어긴 적이 없다.
불법현수막을 제거하는 것은 그에게 ‘소명’으로 다가왔다. 그 일로 지역사회가 깨끗해지고 기초질서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욕심낼 것이 뭔가. 두달간 매일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불법현수막을 차량에 가득 실을 수 있는 요령도 터득했고 어떻게 떼어내는지, 언제 어디 가면 뗄 수 있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
“저번 토요일 구성동 주변을 돌아다녀보니 불법현수막이 많이 내달렸던데요.”
기자가 실태파악한 것을 내놓자, 그는 “그때는 비가 와서 그렇죠. 비오면 현수막의 색이 빠져 차량에 묻어버려요. 그래서 다음날 제가 다 떼었습니다.” 거기까지 말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대단하군요.’
성무용 시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불법현수막 제거는 올 연말까지 가는게 어떨까” 하는 말을 꺼냈다지만, 김 팀장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5년, 또는 10년은 계속 할 겁니다.”
그 의지가 표정에서 묻어난다. 그를 만난 건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주차장에 세워진 그의 차량에는 그날도 불법현수막이 꽤 많아보였다.
“그런데요, 예전같지 않아요. 처음엔 100개까지도 떼어봤고, 주말에 많았는데 요즘은 몇 개 못 떼어낼 때가 많아요. 매일같이 수거하니까 그들도 안되겠다 싶은 거죠. 한군데서 10개씩 떼던 것을 한 개도 발견 못할 때가 많아요.”
고기잡는 낚시꾼도 아니고, 좀 못 떼어내면 어떤가. 그만큼 불법이 줄어들고 의식이 높아진다 보니까 실은 더 좋은 현상인 것을….
그의 또다른 선행도 알게 됐다. 원성천변에 성무용 시장이 붙인 돼지바위가 있는데, 그곳에 자신이 가꾼 15년생 소나무 7그루를 손수 심었다는 것이다. “바위 주변에 소나무를 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런 곳에 나무를 심으면 사람들이 ‘돈쓸데가 없나보다’고 시행정을 욕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내 나무로 내가 심으면 좋겠구나 했죠.”
임홍순 건설교통과장 왈(曰), “이런 사람 없습니다” 하는데, 정말 그렇구나 싶다. 참 멋진 공무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