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데 두세시간씩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정으로 축하하거나 위로하는 마음이 얼마나 될까요. 누가 돌아가셨다면 위로의 마음보다 언제 가야 되나 고민되고, 가서도 언제 일어날까 눈치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잔치, 결혼식, 장례식이 허례허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 네티즌은 경조사를 일컬어 ‘내 경조사에 올 것을 기대하면서 마지못해 얼굴 디미는 품앗이’라고 정의한다. 가식적인 경조사 참여는 시간낭비 외에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인간관계가 원만한 사람들의 경우 경조사가 많을땐 한 주에 20만원도 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같은 허례허식 문화에 대한 반응이 천안공무원들로부터 나와 관심을 끈다.
천안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이종봉)는 최근 1200여명의 협의회원 대상으로 합리적인 직장 내 경조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회원 1235명은 직장 내 경조사비 지출에 대해 ‘대체로’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답한 응답자는 3%밖에 없었다.
애사시 본인과 배우자 부모상까지만 알려야
이들이 희망하는 경조사비는 과연 얼마일까.
응답자의 26%가 ‘5만원’이 알맞다고 답했지만, 그보다 많은 62%는 ‘3만원’을 택했다.
알뜰한 희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사시 어느 범위까지 알려야 하냐는 물음에 72%가 본인과 배우자 부모상까지가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본인의 부모상까지라고 답한 공무원도 17%에 달했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죽 늘어선 조화들도 눈에 거슬렸다. 특히 장례식장에 진열하는 조화수에 대해서는 82%가 ‘10개 내외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20개 내외가 알맞다고 말한 응답자는 15%를 보였다. 그렇다면 애경사시 손님과 화환이 많으면 성공했다고 보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대해서는 60%가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40%는 ‘허례허식을 뿐’이라고 폄하했다.
한편 업무와 관련한 업체나 단체에 애경사를 알리는 것이 공무원행동강령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52%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천안시가 공무원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예방차원으로 펼쳤던 여러 규제들 중 하나로, 형식적인 선에 머물러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공직협은 건전하고 압리적인 경조문화 실천을 위해 먼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이에 1219명이 응답, 44%가 ‘경조사비 경감’을 꼽았고 37%가 ‘허례허식 타파’, 19%가 ‘투명한 공직문화 조성’을 들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