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一喜一悲)요? 일비는 확실하지만, 일희가 될 지는 아직….”
2012년 한 해의 반이 지난 시점. 민화작가 김경희씨는 얼마 전 가슴 쓰린 사건을 겪었다.
“지난 3월18일이었어요. 어떻게 잊혀지겠어요.”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후유증까지 다 없애진 못한 듯, 눈썹이 찡긋거린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로 시작하는 6·25 노래가사처럼 말이다.
그날은 화재가 발생해 화실에 있던 작품 수십점을 집어삼킨 날이었다. 정확히는 옆 건물에서 불이 나 화실로 번진 것인데, 그로인해 화실의 반이 타버렸고 대부분의 작품이 소실됐다.
“액자가 21점이었고, 탱화가 11점이었죠. 작품들보다 더 아쉬운 건 수많은 그림샘플들이 다 탔다는 거죠.”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이 이런 걸까. “잊으려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사건이죠.” 생각도 하기 싫다며 치를 떠는 그의 2012년 상반기 한 귀퉁이는 그렇게 사라졌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지난 5월22일도 그에겐 잊지 못할 날이 될 듯.
“충남도 무형문화재 심사를 받았어요. 민화부문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를 비롯한 3명의 위원들 앞에서 직접 ‘이조여인(신윤복)’과 ‘궁모란도(전통민화)’를 그리기도 했죠. 어찌나 꼼꼼히 확인하고 살피던지요.”
위원들의 반응이 좋아 주변에서는 다들 ‘떼놓은 당상’이라고들 말한다.
충남에는 도내 무형문화재 종목이 49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형문화재는 연극, 무용, 음악, 공예 등 구체적인 형체가 없는 문화적 소산으로 역사적·예술적으로 가치가 큰 것을 뜻하며 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지정대상이 된다. 현재 도지정문화재는 41개 종목에 44명(인간문화재)이 뛰고 있지만 이들은 천안을 제외한 15개 시·군에 분포돼 있다.
참고로 천안엔 단청장 김준웅(시도무형문화재33호·2001년 지정)씨가 활동한 바 있지만 2010년 별세한 이후 무형문화재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도는 올해부터 도내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계승·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관심을 쏟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도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지정신청을 접수해놓고 있다.
천안시 문화관광과 임재설 문화재팀장에 따르면 “김경희 작가의 경우 지난 5월 현장심사를 끝내고 오는 7월 말 본 심의를 거쳐 무형문화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리부터 ‘김칫국’ 마시는 게 아닌가 싶다는 김경희 작가는 당시 현장반응과 격려 등으로 미뤄 내심 되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요즘 하루를 보낸다. 게다가 충남도내엔 민화부문 무형문화재가 한명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