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천안의 문화예술에 일말의 기대를 품게 한 일이 있었다. 바로 단오절에 삼거리공원에서 열렸던 ‘천안단오난장’이 그것이다. 난 이 행사를 ‘사건’이라고 본다. 지난해 처음 단체들의 합심으로 일궈낸 행사로 치러졌지만, 2회째를 맞은 올해 단오난장은 씨가 발아해 새싹이 된 것처럼 더욱 풍성해졌다.
어떻게 보면 그 정도 행사쯤은 대단할 것이 없다. 천안 흥타령춤축제만 해도 수십만의 인파가 들끓지 않은가. 정월대보름맞이 행사조차도 해마다 수천명의 지역민이 삼거리공원에 모여 흥겨운 민속잔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단오난장은 주체가 ‘관’이 아닌 ‘그들 스스로’라는 점에 있어 성격을 달리한다.
지금까지의 문화예술이 오로지 시행정으로부터 공급받는 수준이었다면, 단오난장은 문화예술인 스스로 행사의 주체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오날을 기념하기 위한 ‘단오 민속놀이축제’를 벌인 것은 그 의미와 앞으로의 지속성을 놓고 볼때 더욱 반길 만하다.
삼거리공원 일대를 상당부분 채운 단오난장의 행사규모는 비록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하진 못했지만 주체자인 문화예술단체들만 순수하게 바로 서있다면 그건 단순히 ‘시간문제’일 뿐이다.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가족단위의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에게 단오난장은 우리나라의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을 알리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적 민속놀이가 많다는데 매력이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말처럼, 아직 함께 하지 못한 많은 문화예술단체들과, 좀 더 멋진 축제를 꾸미고자 하는 주체측의 ‘욕심’에 다양한 후원이 있기를 희망한다. 특히 시행정의 관심이 촉구되는 것은, 이같은 민속축제를 시가 직접 주최하고자 할때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인데 반해 지금은 일부의 지원만이라도 단오난장축제를 더 크고 화려하게 하는데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단오난장에는 시 주무부서인 문화관광과 직원들이 여럿 나와 이모저모 살펴본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시행정이 동남구문화원에 위탁주최하는 단오절 행사로는 병천 단오축제가 유일한데, 그건 병천을 위시한 주변 주민들만의 것이고 보면 시내권과 남부권은 삼거리공원을 중심으로 하면서 동부권과 북부권에 소단위 단오행사를 체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민간주체의 민속축제를 끌고가는 것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기껏 민속놀이축제라고 불릴 만한 것이 정월대보름맞이행사 외에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