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불법현수막 제거를 위해 전체공무원들에게 가위를 지급한 건 지난 3월 초순. 언제든 불법현수막이 보이면 쉽게 떼버리라는 뜻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자발적인 노력이 부족하자 지난 5월7일 간부회의에서 도시개발과(과장 최성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실행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5월14일(월)부터 본청, 구청, 사업소, 읍면동 구분 없이 ‘불법현수막’에 대한 부서별 활동을 전개, 1개 부서가 한달에 한번 1~2시간 불법현수막 제거를 기준으로 삼아 실행에 나섰다. 그로부터 시행 한달이 지난 현재 어떤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까.
|
공무원들이 거리의 불법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
불법현수막 게시자 ‘의식 바꿔야’
결과는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시행정이 그간 여러 정책을 펴면서 이렇듯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있었을까. 5월 초순부터 시작한 불법현수막 제거에 대해 시는 2만7813개의 불법현수막을 제거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800개에 비하면 무려 4배가 증가한 실적이다. 그동안 불법현수막이 길거리에 얼마나 나뒹굴고 있었는지에도 ‘헉’ 소리가 난다. 참고로 두세명의 단속요원이 현장단속과 수거업무 위주로 해온 지난해 동남구청과 서북구청은 각각 4만여개의 불법현수막을 수거한 바 있다.
불법현수막 제거를 진두지휘한 최성진 도시개발과장은 “자신들의 평소 업무에도 바쁜 공무원 대다수가 제 일처럼 열심히 해준 덕분”이라며 공무원의 노고를 격려했다.
일부 공무원들의 불만도 없지 않았다. 애초 불법현수막을 걸지 않는 게 제일 좋고, 주민자치위원회 등 읍면동별로 자발적인 청결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순서지만 제 기능을 못하면서 결국 공무원들의 몫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담당실무를 맡은 권태순 도시디자인팀장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점차 불법현수막이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한다. 최 과장은 본인의 경험을 말하며 “처음 50~60개를 떼었던 불법현수막이 최근엔 15개 떼기도 어려워졌다”며 그만큼 많이 줄어들은 것 아니겠냐고 했다. “아직 더 해야한다”든가 하면서 독려하던 성무용 시장도 요즘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요즘 거리는 불법현수막을 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게시대 주변으로 평균 몇 개씩 걸려있곤 했던 대로변 등은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
권 팀장은 “이같은 성과를 어찌 알았는지 얼마 전 원주시에서 문의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도시든 불법현수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천안시의 ‘가위’정책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무려 1500개 제거한 쌍용2동 ‘읍면동별 최고’
|
천안시청 한 켠의 창고에 쌓여있는 불법현수막들.(산더미처럼 쌓인 현수막을 치웠지만 또다시 쌓여가는 불법현수막들) |
시행 3일 전 주무부서인 도시개발과 직원들의 ‘솔선수범’은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일조하고 있다. 시행에 앞서 과직원 15명이 선발대로 나서 시범활동을 펼친 결과 120개의 현수막을 제거하며 성공예감을 한 바 있다.
타 부서는 한달에 한번 불법현수막 제거에 나섰지만 도시개발과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현수막 제거에 나섰으며, 일요일도 이른 아침에 길거리로 나섰다.
전체 공무원들이 어떻게 노력했는가는 집계표를 보면 안다. 부서별 제거시스템을 가동한 5월 서북구청과 동남구청은 각각 8823개와 4740개의 불법현수막을 수거했으며, 읍면동에서도 7889개를 제거했다. 부서별 제거실적은 10여개부터 수백개에 이르는 등 천차만별. 민원지적과와 세무과는 각각 260개 안팎의 현수막을 없앴고, 천안박물관도 227개를 떼었다. 읍면동에서는 성환읍이 698개를, 쌍용2동은 무려 1480개를 제거했다.
|
대로변 전봇대에 불법으로 묶었던 현수막끈의 흔적들. |
본청에만 26개 과에 구청과 사업소, 읍면동까지 합세하면 1개과가 매일 관내 불법현수막을 제거할 수 있다는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앞으로 유관단체가 함께 하면 주요 도로변외 골목길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추정이 어렵지 않다.
그간 제거한 현수막에 대해서는 상호와 연락처 등을 추적해 8000여만원의 불법광고물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건당 과태료도 25만원씩 최대 500만원까지 물릴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정비에 그치지 않고 과태료 부과를 통해 재발방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불법현수막 제거뿐만 아니라 전봇대나 신호등에 보기 흉하게 매달려 있는 끈들 제거와, 아파트 벽 등에 매단 대형불법현수막 제거에도 점차 신경쓰겠다”는 최성진 과장은 “도심환경을 저해하고 시민들의 안전한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현수막 철거는 연중 지속할 계획”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천안시는 지난 3월 초순 660여만원을 들여 1800개의 가위를 구입, 전 직원에게 지급했고 780여만원을 들여 3단절단기 115개를 구입해 부서에 지급했다. 1500만원의 혈세를 사용해 실질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현수막 홍보 ‘기존체제 보완’
불법현수막은 지정게시대의 심각한 경쟁으로 발생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현수막 홍보가 필요한데 막상 접수·신청하러 구청을 찾으면 비용을 대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두세달 기다려도 걸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요령껏 현수막을 내거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같은 실태를 파악한 최성진 과장은 지정게시대의 게시규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생각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즉 한 사람이 전체게시대나 사용기간을 독점하는 것을 조정함으로써 더많은 사람들이 게시기회를 골고루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중집합장소 등에 홍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설치하는 등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