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권오선은 자유분방하다?'
톡톡 튀는 성격 때문에 어디서든 ‘마이너스’가 된다는 권 작가. 그런 때문인지 백석동에 위치한 그의 화실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깜짝 놀란다. 서점을 방불하듯 빼곡히 꽂혀있고 이리 저리 쌓여있는 책들은 실제 읽지를 못하는 그림속의 책일 뿐.
“책은 지식을 쌓고, 명품가방은 허영을 쌓고, 돌을 쌓는 것은 마음을 닦기 위함입니다.”
한때 ‘쌓기’라는 주제에 매료돼 방방곡곡 휘저어 다닌 끝에 그조차도 나름의 내공을 쌓게 됐다. “외부로부터 관찰되고 관심이 시작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마음에서 끝난다는 것을 배웠죠.”
성격적으로 ‘까칠’하다지만, 나름의 감출 수 없는 진정성이 없었다면 스스로 가식을 씌웠을 테다. 그러니 순수의 거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남대문 시장의 난전까지 오간 옷쌓기의 열정까지 그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실제 쌓기란 주제는 제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었죠.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됐지만…,” 어느날 갑자기 보따리 둘러메고 러시아로 그림유학을 가야 했던 지난날. 부모님이 예산의 지방유지라 할 정도로 유족한 시절을 보낸 그. 삶에 파란이 일던 2000년, 러시아 2년의 생활은 ‘적당한’ 그림실력으로 안주한 그에게 한두단계 높이 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는 그림에 대한 기초가 잘 돼 있어요. 나름 자만했지만, 전혀 색깔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는 것을 거기서 배웠죠. 그곳에서의 색깔공부는 오직 수백·수천번의 얼굴그리기에서 배우고 다져졌고, 저 또한 그렇게 노력했어요.”
보수와 전통을 명예로 삼는 러시아 ‘네핀아카데미’ 예비학생이었지만, 지독한 근성을 보인 덕에 교수 등의 파격 대우를 받기도 했다는 그. 본 학생들에게만 제공된 적정규모의 전시공간을 배정받은 것이 한 예다.
그림공부는 색깔의 미묘한 차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인물에서 하는 것이고, 풍경은 감성으로 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는 그. 그 때문일까. 화실에는 자신의 초상화부터 많은 얼굴그림이 걸려있고, 때론 주문받은 초상화도 눈에 띈다.
공간 깊숙이 박혀있는 화실은 초인종도 없어 헛걸음하는 방문객들도 더러 있다는 그의 튀는 사고 속에 요즘은 새로운 주제 구상을 위해 침잠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