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친구, 서울 다녀오더니 화가 잔뜩 났습니다.”
지난 5월29일(화) 정오무렵 천안역사문화연구실을 찾았더니 김성열 연구실장이 대뜸 연구실 직원인 윤종일씨 상태에 대해 귀띔한다. 무엇 때문일까는 잠시 뒤 사무실을 들어온 그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네들(서울 송파구)이 천안의 고유한 ‘위례’ 용어를 쓰게 있잖습니까. 여길 보세요.”
최근 한성백제박물관을 둘러보고 오는 길. 그가 내민 ‘한성백제박물관 오시는 길’엔 주소가 떡 하니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71’로 쓰여 있었다. “이게 뭡니까. 천안 직산의 위례는 백제의 첫도읍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쪽은 위례란 지명 자체가 없는 곳이에요. 가뜩이나 백제초도를 놓고 그네들과 옥신각신 하는 상황인데…." 그네들의 얄팍한 수단
그들은 한성 백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백제의 첫도읍은 한강 남쪽의 위례성이다. 위례성은 나중에 확대 발전해 한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그가 더 열받는 것은 한성백제박물관이 만든 전단지다. ‘서울, 2천년 고도로 다시 서다’란 제목으로 소개하는 한성백제박물관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고대 백제가 첫 수도로 삼은 이래 현재까지 2천년 이상의 역사가 흐르는 고도’라고 써놨다. 이 문구에서 윤종일씨가 지적한 것은 ‘백제의 첫수도’라는 점이다.
“왜 거기가 백제의 첫 수돕니까. 일각에서 천안 직산 위례성이 백제의 첫 수도라는 점을 부정한다면, 송파구 풍납동의 풍납토성과 방이동의 몽촌토성도 첫 수도라는 근거는 없잖습니까. ‘첫’이라는 글자는 빼야 맞는 거죠.”
2010년 4월 송파구가 백제 첫 도읍지인 ‘위례’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천안시는 지역 향토사계와 천안시의회가 나서서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천안시의회는 국토해양부에 ‘위례명칭사용변경 촉구건의문’을 내면서 서울 송파의 위례신도시 명칭사용에 깊은 우려를 보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많은 명문자료에서 백제 시조인 온조가 BC 18년 천안 직산읍 및 위례산 일대에 첫 도읍을 정한 후 13년간 수도로 기능하다 오늘의 경기도 광주지역으로 도읍을 옮긴 것으로 명백히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파구가 ‘위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면 백제 최초 건국이 천안이 아닌 송파·성남 일대에서 개국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문제삼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송파구는 위례신도시, 위례대로, 백제 첫 수도 등을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윤종일씨는 이번 서울 나들이에서 ‘못볼 것’을 보고 온 것이다. “기분 참 찝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