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심석규(55·천안노인전문요양원) 이사장을 만났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의사로서, 또한 ‘아가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를 만나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그림은 충남도미술대전에 특선한 실력파이며, 무대에 설 만큼 색소폰도 곧잘 부르는 그.
인턴시절 ‘인간의 죽음’이란 책에 감명을 받고 가정의학과를 택했다는 그. 평생 봉사자로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뿌리를 가슴 깊이 박아둔 계기가 그때였다.
1994년 충무병원 옆에 남천안제일의원을 개업했고, 준비과정을 거쳐 98년 호스피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랑의 호스피스’란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99년에는 구성동 변전소 뒤편에 ‘평안의집’을 짓고 보금자리로 삼았다.
한발 더 나아가 천안노인전문요양원 시설의 이사장으로 1인3역의 숨가쁜 생활을 시작했다. 의원으로 환자를 보다가도 점심식사때가 되면 평안의집으로 달려가 10여명의 무료환자를 돌보느라 제대로 식사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철인의 삶을 산 심 이사장.
최근 2·3년간 안부인사도 묻지 못한 미안함을 갖고 18일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반가히 맞아주는 그는 먼저 소식을 전하지 못했음에 ‘정당한’ 이유를 밝혔다.
“2009년부터 3년간 신학공부하느라 주경야독했습니다. 정말 바빴죠.”
남천안제일의원을 그만두고 친구가 운영하는 큰사랑요양병원(성정동 소재) 원장으로 근무중인 그는 일주일에 3일 신학수업을 듣느라 쉴 수 있는 주말도 반납하며 살았다고 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도 이곳 요양병원 140명의 환자를 비롯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천안노인전문요양원(구성동 소재) 94명의 환자와 그 옆에 위치한 평안의 집 6명의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삶이 지난 2월 졸업때까지 계속됐다.
“전도사 3년과정도 밟았으니 내년엔 목사안수를 받아야 합니다. 미수(88세)를 넘긴 어머니와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돌봐야 하지만, 계획으로는 5년 정도를 준비해서 선교사로 나서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수나 총장, 고위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 30여명이 모여 만든 ‘마중물’도 현재진행형. 마중물은 매년 2000명 넘는 해외입양아를 우리 손으로 입양해 키우는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 인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해피폼 공동생활가정’을 운영, 5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기도 하다.
“이 아이들은 관내 아파트에서 2명의 교사가 부모역할을 하며 돌보고 있습니다. 마중물이 해야 할 일은 전국에 이같은 해피홈 400개를 마련하면 대략 2000명의 아이를 입양해 우리 스스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좀 더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희망하고 있죠.”
3년여 만남의 공백을 가졌어도, 그는 여전히 남을 위한 바쁜 삶에 도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