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신부동 터미널 주변 노점상들이 두세달 후에도 남아있을 수 있을까.
시는 원칙적으로 철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 상점들과 시민들이 노점상을 두둔한다면 대로변만이라도 깨끗이 정비되길 희망하고 있다. 대로변 노점상들이 안쪽 철탑공원 주변으로 이동한다면 타협점이 생길 수 있다는 데는 긍정적이다.
상점가들은 이미 노점상과의 상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시민들도 기업형 노점상이 아닌 생계형이란 전제하에 야박하게 내쫓을 필요는 없다는데 동정론을 갖고 있다. 이렇듯 안쪽 철탑공원 주변은 ‘노점문화’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일부 노점상들이 기존의 대로변을 고수하고자 하면서 ‘도’ 아니면 ‘모’의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시는 대로변 노점상들과의 싸움이 시작되면 이번에야말로 ‘강제철거’를 통해 터미널 주변을 깨끗한 거리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쯤 되면 형평성 때문에라도 안쪽 철탑공원 주변의 노점상들까지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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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신부동 터미널 맞은편은 인도 한쪽을 점령하고 있는 노점상들로 보행과 횡단에 불편을 주고 있다. |
용역결과, 현행 노점행위 문제 인정
이런 상황에서 대로변 노점상들은 스스로 1000만원 넘는 용역비를 들여 대로변에 남더라도 깨끗한 디자인과 이미지로 탈바꿈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상생노점디자인용역 결과물에 따르면 실제 대로변 노점상들의 운영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대중교통승강장의 경우 대기공간이 없어 시민들은 입구와 차도에서 택시나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노점에 승강장이 가려 시민불편을 주고 있었다. 중앙 횡단보도도 노점으로 인해 횡단동선이 제한적이고, 택시 하차위치에 노점이 있어 보행자의 안전문제가 걱정되는 수준. 통행의 사각지대를 형성하는 노점상들로 인해 교통위험지수가 높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결과물은 횡단보도 앞에 됐든 버스승강장이 됐든 들쭉날쭉한 노점상들의 현재 운영상태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각 노점의 크기가 달라 통일성이 없는 문제부터 공간활용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3길은 일방통행로의 입구를 노점이 일부 사용하고 있고, 4길 또한 매한가지. 가뜩이나 도로폭이 좁아 보행자와 운전자간 통행에 불만이 심각한 편인데 노점의 문제까지 이중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공원 주변도 정비가 필요하긴 마찬가지로, 상가업주나 고객들의 무분별한 주차까지 겹쳐 보행자와 차량진입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색감있는 조형적 통일성도 없고, 각종 불법홍보물이 나뒹굴며 쓰레기나 폐기물이 무단방치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철저한 관리와 제도적 장치로 상인들의 환경적, 위생적 상생관계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시민들 대부분 노점 있기를 원하지만…
용역조사에서 참고할만한 설문조사도 공개했다.
이곳 신부동에서 천안시민과 신부동을 방문한 사람들 위주로 930명에게 물어본 결과는 때로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매주 노점 이용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한번도 이용 안한다는 사람이 13%에 그쳤으며, 반면 매일 이용하는 사람은 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을 왕래하는 사람들 세명중 두명이 일주일에 1회에서 3회 정도 노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객관적인 실태조사였는지 의심갈 정도의 결과로, 실제가 그렇다면 이들 노점상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대단히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점 이용이유는 대체로 간단히 먹을 수 있다거나 가격이 저렴해서라는 응답이었다. 이외로 음식이 맛있다거나 서민적인 느낌이 좋다는 등의 이유를 달았다.
노점 이용객이 많은 결과가 보여주듯 응답자의 84%가 반대를 나타내며 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일단 거리가 삭막해질 것 같다거나 맛있는 것을 못먹는 등 재미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노점철거 반대자중 10%는 이들의 위생과 청결문제가 바로잡혀지길 바라기도 했다.
노점상들에게 가장 중요한 노점디자인은 깨끗이 단장한 타 지역의 노점들 수준으로 제시됐다. 일정한 규격과 틀로 통일을 기하며, 천안시가 마련한 중앙시장의 노점이나 관광안내소 같은 분위기의 깔끔한 노점을 지향하고 있다. 용역기관은 ‘화려하지도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으며, 영업을 위한 기능적 요소를 담은 디자인’을 선호했다.
노점은 시가 한번 내주면 합당한 소유개념으로 변해 더 이상 제한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함부로 내줄 수 없으며, 특히 관광지도 아닌 관문이나 대로변은 더더욱 노점상과의 타협이 어렵다. 남산중앙시장을 양성화한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인 것이다. 시민들이야 단순한 시각으로 노점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각종 사고나 위험, 위생문제 등 불법적인 행태의 무질서를 책임져야 하는 관계기관의 고충은 큰 것. 과연 이번 깔끔한 디자인과 책임관리로 대로변 노점이 기존처럼 고수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시는 이들 신부동노점상이 제안한 디자인결과물을 일단 신중히 검토하고 조만간 가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