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불법현수막 “지금부터 시작이다”

전체공무원에게 가위 지급… 매일 부서별 단속활동으로 거리 불법현수막 근절 기대

등록일 2012년05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임기 10년째인 성무용 시장은 처음 당선된 후부터 자주 ‘불법현수막과의 전쟁’을 외쳤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문제를 3가지만 꼽으라면 불법주·정차, 불법쓰레기처리, 그리고 불법현수막(전단지 포함)이었다. 하지만 선언적 결과에 그치며 기대가 높은 만큼 실망도 많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같던 그의 말이 마지막 임기 2년을 앞두고 14일(월) 실행됐다. 이미 3월 말 전체 공무원들에게 불법현수막을 제거하기 위한 ‘가위’를 지급한 상황.

처음엔 가위 지급의 취지가 ‘한달에 두 번 클린천안 할 때와 일부 공무원들이 출장을 나갈 때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일부러 쫓아다니며 떼는 게 아니라 업무를 보려 차를 세워뒀는데 그곳에 불법현수막이 보이면 가위 등으로 쉽게 떼어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극성과, 공무원들의 일반적 도덕성을 놓고 ‘자율성’에 기댄다는 것이 실패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게 된 것은 그리 먼 일이 아니었다.

성무용 시장은 가위 지급 한달이 넘은 지난 5월7일 간부회의에서 “가위를 지급했는데도 거리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본청 도시개발과(과장 최성진)를 중심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보자’는 실행의지가 다져지고 있다.



시범운영 ‘1개과 1시간동안 120개 수거’

14일(월)부터 본청, 구청, 사업소, 읍면동 구분 없이 ‘불법현수막’에 대한 부서별 활동이 전개됐다. 하루 이틀 전체공무원이 단속하는 것은 크게 의미없다 보고, 순차적인 부서별 단속활동을 통해 전폭적이고 장기적으로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다.

시행 3일 전 주무부서인 도시개발과가 먼저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선발대로 나서 불법현수막의 거리실태를 파악하고 수거작업의 형편을 살펴보기로 작정하고 11일(금) 아침 시범활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대박’성공을 낳았다.

최성진 과장에 따르면 도시개발과 15명이 4개조로 편성, 아침 7시에서 8시까지 1시간동안 떼어낸 불법현수막 실적은 120개. 천안로사거리에서 동서대로, 백석로, 서부대로, 쌍용대로 등 주로 대로변 위주로 도심관내 3분의 1을 뛰어다닌 결과였다. 현장수거는 시비도 없었고, 무척 순조로왔다. 최 과장은 이같은 성공을 알리며 불법현수막의 실태에 혀를 내둘렀다. “동서고가교 밑에는 10여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두정동 한방병원 인근 산꼭대기에까지 불법현수막을 걸어놨더라”는 것이다. 또한 “한개 과가 1시간 돌아다닌 것 치고 120개의 현수막을 수거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고, 앞으로 불법현수막을 거리에서 쫓아내는데 크게 어렵지 않은 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청에만 26개의 과가 있으니 구청과 사업소, 읍면동까지 합세하면 1개과가 한달에 한번 아침 1시간 투자로 관내 전체를 책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차츰 불법현수막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유관단체가 함께 하면 골목길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추정이 어렵지 않다.

이렇게 ‘딱’ 부러지는 승리공식이 있을까. 성무용 시장의 ‘불법현수막과의 전쟁’은 쉽게 이길 것이고, 공무원들이 옆구리에 찬 가위는 무엇보다 강한 무기로 기록될 것이다.

<김학수 기자>

 “3개월이면 충분하다”

최성진 도시개발과장 자신, 불법현수막 바로 떼어질 것 부착자 경고

 
불법현수막 수거차량.

“불법현수막은 이제 하루 이상 걸려있기 힘들다. 건당 과태료도 25만원씩 최대 500만원까지 물릴 수 있어 부착자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는 시 전체공무원이 나서 뿌리뽑겠다.” 최성진 본청 도시개발과장의 말은 엄포가 아니다.

불법현수막에 대한 천안시의 의지는 인력과 물질적인 면에서 기존의 ‘으름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먼저 인력적인 면에서는 전체공무원이 불법현수막의 단속요원으로 나선다는데 있다. 그동안 천안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인력’이라는데 의심할 나위 없다.

동남구청을 예로 들면 도시건축과의 도시미관팀이 맡고 있다. 정확히는 기능직 1명에 청원경찰 1명, 공익요원 2명 정도다. 유재광 도시미관팀장은 “도시규모가 커지고 개발수요가 많다 보니 불법현수막에 대한 처리건수도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단속인원으로 관내 불법현수막 업무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3년째 이 일을 맡고있다는 유 팀장은 “처음엔 계도전단지 6만장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지만 인식부족과 단속인력의 한계로 뚜렷한 성과를 걷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전체공무원이 나서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 전체가 매일같이 단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십시일반이란 말이 있듯 지금보다는 몇배의 단속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한 물질적인 면에서도 시는 대단한 결심을 냈다. 전쟁터의 무기가 총이듯, 전 공무원에게 가위를 지급한 것이다. 1800개의 가위를 개당 3680원으로 구입, 전체 660여만원을 사용했고, 과별로 3단절단기를 1개씩 지급하려 115개를 사는데 780여만원을 썼다. 1500만원 가까운 이같은 혈세(시민의 피를 짜내듯이 걷은 세금)를 지불했는데도 아무 성과가 없다면 말그대로 ‘전시성’이고 ‘낭비’일 뿐이다.

건당과태료 25만원 ‘몸 사려야’

그간 불법현수막에 대한 진두지휘자가 없었던 것도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한 원인이다. 예전에는 본청에서 그같은 일을 도맡아 정책을 펴고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구청이 생기면서 본청업무는 사라지고, 구청은 두세명의 단속요원이 현장단속과 수거업무 위주로 해왔다. 참고로 지난해 동남구청과 서북구청은 각각 4만여개의 불법현수막을 수거했다. 이는 한 개 구청이 주말까지 포함해 매일 120개의 현수막을 수거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책부서가 없는 문제는 최근 간부회의나 월례회의에서 드러났다. 불법현수막 해결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구청업무부서가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런 와중에 올해 1월 본청 도시개발과 도시디자인팀으로 옥외광고물 관리업무가 이관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서게 됐다.

구청 현장단속근무자 위주의 일에서 본청 주무부서가 생기고, 대대적인 예산과 정책이 수립되면서 구청업무도 힘을 내게 됐다. 구청 관계자는 10일 “본청 과장이 아침에 실과별로 전화를 하셨더라”며 뭔가 변화가 불어올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시 조례를 통해 제한된 일부노약자에게 자격을 부여, 거리의 광고물 수거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불법현수막 수거시 마찰 등의 위협요소가 있어 벽보나 전단지 수거위주로 가고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마저도 구청당 한해 1500만원의 예산을 세워놓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져 있다.

본청 도시개발과 권태순 도시디자인팀장은 “전체 공무원에게 가위를 지급한 것은 애초 자율적이었으며, 한 사람이 하루 한개씩만 떼어도 거리가 깨끗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다”고 전했다. 도시개발과는 14일부터 과별로 수거활동을 펼쳐 한달 실적을 매기는 등 좀 더 적극적인 공무원들의 의지를 끄집어 내겠다는 발상이다. ‘적당한 자율’ 또는 ‘적당한 타율’로 봐달라는 것.

한편 불법현수막에 대해 천안시가 ‘모범’이 되고 있는지 묻는다면 솔선수범의 자세가 돼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로변이나 육교 어디서든 시청홍보현수막이 붙어있는 것과 관련 ‘시가 거리에 붙여놓는 현수막도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라는 것. 육교 위 현수막이 운전자의 시선을 끌게 돼 부주의한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내용에 불문하고 마찬가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 공익이라는 이유로 거리미관을 어지럽히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등 교통사고 유발의 책임은 결국 시의 몫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불법현수막이 민간인들의 불법을 부추긴다는데 있다. 이는 성무용 시장도 연두순방(주민과의 대화) 등에서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시 도시개발과 최성진 과장은 “과별로 한달에 한두번 잠깐 현장수거를 통해 향후 3개월 또는 6개월이면 거리도 깨끗해지고 시민의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이같은 방식을 고수해 도심거리의 불법현수막을 뿌리뽑겠다는 생각이다.

<김학수 기자>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