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3일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자치구의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자치구제 개편안’을 의결한데 대해 5월9일 전국 자치구청장·자치구의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도시행정의 효율성에 치우쳐 자치구의회를 폐지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문제삼았다.
자치구제가 폐지된다면 민주주의의 가치 결여와 주민의 공무담임권, 참정권이 제한되고, 특별·광역시장의 권한이 너무 커져 모든 정책결정이 광역시 차원에서 이뤄져 주민의 민주성과 접근성이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퇴행을 초래하는 개편추진안에 대해 ‘즉각철회’와 ‘실질적 지방자치 구현을 위해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지자체·의회 “반민주적 개악”
개편추진위의 이번 개편안은 ‘자치구의회의 전면폐지’와 ‘6개 광역시 구청장직선제의 임명제 전환’을 위한 것으로, 오는 6월중 대통령과 국회보고에 이어 입법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편안의 장점으로 ‘구간서비스와 복지수준의 불균형’과 ‘시·구간 갈등과 사업지연’이 개선되고 ‘종합행정의 요구’와 ‘행정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는 이같은 자치구 폐지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오히려 행정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시대착오적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에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회 회장협의회의 후원으로 서울YMCA 대강당에서 ‘자치구 폐지, 타당한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기조발제로 나선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는 “자치구제의 폐지 여부는 주민들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심사숙고한 후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며 “정당한 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석태 경북대 교수도 “외국의 절름발이 자치제도인 준자치구를 도입하거나 행정구로 전환하려는 것은 우리의 것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개편위 과제는 자치구의 폐지가 아니라 우리 자치구에 적합한 정부형태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2주제를 발제한 유재원 한양대 교수는 자치단체 통합을 정치적인 시각에서 접근했다. 그는 “애초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방해되는 단체장을 무력화하는데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통합의 기대편익을 상쇄하거나 무효화시키는 정책이나 프로그램이라도 통합의 성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도입한다”고 지적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