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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52) 천안 산여울약초 대표 |
웰빙시대에 들어선 요즘 산야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었다. 약용식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메뉴도 점차 늘고 있으며, 아예 산야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들도 간간히 보인다.
산야초(山野草)의 사전적 의미는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풀’이다. “풀 따위가 무슨 먹을거리라고?” 일각에선 아무 짝에도 쓸모 없거나, 토끼나 소, 염소 등 초식동물의 먹이 정도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그것들이 갖고 있는 약효를 잘 몰랐던 예전의 일. 실제 무병장수하는 사람들 중에는 깊은 산속에서 이같이 풀을 먹고사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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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는 혈액정화능력이 뛰어나며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소가 장을 비롯한 내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준다. 산야초는 대부분 이뇨와 통경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해독, 소종, 강장, 해열, 진통 등에도 뛰어난 효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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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풀어기르는 닭과 양계장 닭이 다르듯, 인삼과 산삼이 다르듯 양식과 자연산을 동급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없다. 자연환경과 늘 부딪치며 생존하는 산야초는 ‘자연산’에 가깝다.
재배채소는 뜯은 지 2·3일만에 시들지만 산야초는 일주일이 지나도 신선함을 유지한다. 영양면에도 재배채소보다 월등하며, 특히 성인병 예방에 좋은 섬유질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천안에도 광덕산 자락 4만㎡에 작년부터 산야초를 재배하고 있는 산여울약초 농업회사법인(주).
10명 정도가 약초회원이지만, 윤성호(52)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미 10년 전부터 산야초 재배에 꿈을 키워왔다는 윤씨는 그간 약용식물관리사를 비롯해 관련 자격증과 수료증이 책높이로 쌓인다.
“요건 고사리고, 저건 곰췹니다. 나비나물은 꽃이 피면 무척 이뻐요. 산마늘은 무조건 양파의 두배라고 보면 알기 쉽습니다. 고 앞에 있는 건 초속잠이라 해서 일명 ‘잠자는 누에’라고 하는데요, 뇌경색이나 총명함 등 뇌에 좋습니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이라도 하듯 하나하나 설명해나간다.
울릉도나 백두산 등지에서 자란다는 ‘두메부추’도 눈에 띈다. 긴 타원형의 비늘줄기에 잎은 뿌리에서 나는, 흡사 ‘살진 부추잎’처럼 생긴 두메부추는 이뇨제, 강장제 따위로 약용하는 식물이다.
꾸지뽕나무를 설명할 때는 즐거워서 입이 귀에 걸린다. “두릅이 좋다지만 엄나무(두릅나무과)만 못하고, 엄나무는 꾸지뽕나무만 하겠냐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몸에 좋습니다.”
미역취나 섬엉겅퀴 등 섬에서 자란다는 약용식물도 그의 솜씨있는 재배기술을 거쳐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저쪽을 한걸음에 달려갔다 오더니 그의 손엔 풀 한가닥이 들려 있다.
“이것이 ‘어수리’라고 하는 거예요.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로 귀한 거였죠.”
그러고 보면 이곳은 산양산삼부터 산마늘(명이나물), 두메부추, 곰취, 눈개승마, 어수리, 도라지, 꾸지뽕나무, 엄나무, 가시오가피, 헛개나무, 참중나무 등 없는 게 없다.
“내년까지 산야초 500종을 심고 가꾸는게 목표입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220여종의 산야초를 심고 가꿔왔으니, 지금처럼 순조롭다면 내년까진 충분합니다.”
이른 꿈이지만, 그는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다른 산야초 농가가 취나물 등 몇몇 재배하고 있다면, 이곳은 수만가지 산야초를 재배하는데 적합한 토양이다.
대체로 약용식물들은 섬에서 자라는 게 많은데 그곳들이 반음지라서 그렇다는 것. “이곳이 바로 그래요. 동북방향에 위치해 해가 빨리 뜨고 지며, 겨울이 길어 산야초들이 자라는데 제격이죠.”
이성호 대표의 본격적인 꿈은 내년부터 시작될 태세다. 올해까지는 아는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정도에서 끝내고, 내년부터 본격 출하하겠다는 것이다.
취나물이나 곰취, 산마늘 등은 3년근, 5년근 정도는 돼야 포기당 잎이 여럿 달리고 먹을만큼 커진다는 것. 이들 여러해살이 풀들은 5년이나 10년, 또는 그 이상도 채취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는 준비를 꼼꼼히 하고, 좀 더 많은 품종을 심고 가꾸는데 주력한 후 내년부터 천안·아산을 중심으로 한 산야초 판매·보급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인 것.
향후 체험마을관광학습도 꾸리고, 소비자가 직접 찾아와 먹고 사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할 생각이다.
“이곳에 산야초음식점도 직접 운영하고 싶구요, 산야초 효소를 만든다든가 산야초 술을 담가 판매한다든가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