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17일 천안시의회 주최로 개최됐다. 자금없는 이월금 문제로 천안시가 곤욕을 치른 가운데, 시의회 차원에서 ‘천안시 재정건전성 확보 및 결산검사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사)한국정부회계학회가 함께 한 이번 토론회는 이원희(한경대 교수) 학회장이 사회를 보고 정성호(연세대 교수) 학회연구이사와 정창훈(인하대 교수) 학회섭외이사가 발제에 나섰다. 또한 토론자로는 전종한(시의회의원), 김대응(시 기획예산과장), 정병인(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 문일곤(행안부 재정관리과 사무관), 이경섭(서울시 옴부즈만)씨가 참여했다.
이날 방청석은 대략 40여명이 참석했으며, 대부분 시의회 관계자나 공무원이 많았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도 토론회장을 찾았다.
시와 시의회 ‘다른 시각차’
정성호 교수는 그의 주제발표를 통해 “천안시와 시의회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돋보인다”며, 또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결산검사제도 강화에 관한 조례안을 본회의에 통과시켜 추진중에 있다”고 밝혔다. 타 지역이 재정건전성과 결산검사제도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천안시처럼 적극적으로 개선의지를 갖고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도 정확히 말하면 결산제도 문제점에 대한 천안시와 시의회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을 뿐이다. 시의회에서도 소수 의원들만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패널로 참여한 전종한 의원과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이 비판의 강도를 높였으나 김대응 시 기획예산과장은 감사원의 지적사항 처리결과와 시 입장만 밝히는 것으로 패널의 역할을 다했다. 천안시가 얼만큼 잘못 처리했고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는가, 또한 이를 시의회와 어떤 식으로 극복해나갈 것인가 하는 대화채널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시의 입장은 이번 ‘가공의 이월금’이라든가 ‘분식회계’로 표현되는 문제점은 도덕적 해이라든가 우려할 만한 회계부정, 또는 단순 회계착오로도 보지 않는 점에 있다. 천안시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열심히 하려는 데서 회계절차상 작은 편법이라 해도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잘 처리했다는데 위안을 삼고 있는 것. 성무용 시장은 지난 연두순방에서도 누차 “의욕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 은행에서 돈도 빌리고, 수입예산도 더 잡고 그런 것이지 부정이나 비리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뜻으로 이해를 구했다. 그런 속에서 천안아산경실련만이 ‘시장사퇴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지만 이후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다른 시민단체나 언론에서도 심각한 비판을 내지 않고 있다. 정성호 교수도 천안시의 재정건전성 부분에 대해 “대체로 우려할 수준은 아닌 듯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문제라면 결산보고시 이같은 문제를 알리지 않고 몰래 처리하려 했던 것이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가벼이 본 처사라는 점일 것이다.
경실련 “도서관·예술의전당·야구장 등이 필요사업?”
이날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무슨 말들을 했을까.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일단 “토론회를 갖는 것이 시의회에 면피용은 아닌가”를 우려하며 의회가 진정 책임있는 자세로 이번 시행정의 분식회계 또는 회계질서문란의 문제를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 국장은 “가장 중요한 건 이번 감사원 지적과 관련해 시행정의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의회특위가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계부정이 있는 시기에 채무액이 불어났다고 주장하는 정 국장은 좀 더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 시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는 것들 속에는 쓸모없는 전시성 사업이 있지 않느냐는 것. 정 국장은 “ 호화청사나 도서관, 복지관, 예술의전당 등은 시민들의 표가 있어 시의회도 반대를 못하는 사업이다. 축구장센터나 경관육교 등이 결국 건전재정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며, “박물관, 야구장 등에 대해 사업시기 조정이나 재검토하고, 의회특위 최종보고서에는 채무감소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자사업 타당성에 대해서는 거듭 “천안시의회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전종한 시의원은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면 차라리 조용히 있었을 것”이라며 공론화의 장으로 끄집어낸 것은 잘못된 것이 바로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식회계에 대해 “시장은 욕심이 많을 거다. 재정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윗사람이 시킨다고 하는 폐쇄적 공직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시는 할 말만 간결하게 했다. 김대응 시 기획예산과장은 현재 재정현황에 대해 “채무비율이 높은 편이 아니며 2014년까지 채무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긴축재정기조를 유지하고, 국·도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신규보다는 기존사업 마무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정안전부 재정관리과 문일곤 사무관이 패널로 함께 했다. 그는 “지방재정위기가 심각한 것처럼 얘기되고 있는데, 정부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 몇년 전 경제위기 극복차원에서 지역사업을 권장하며 지방채발행을 대폭 허용했던 것이 만기가 되면서 일부 문제가 되고 있을 뿐, 계속적인 문제로 보진 않는다”고 했다. 또한 파산제도 언급과 관련 “우리나라는 지방교부세가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을 조정·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당장 도입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해서도 개인견해임을 들어 한마디 했다. “취지는 좋은데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는 소지역주의에 따라 또다른 갈등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방청객 질문순서에서는 몇몇 공무원과 시의원, 일반시민이 나섰다.
특히 서장근 시 자치행정국장은 방청객 질의에 나서 시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그는 “시 재정규모에 따라 정책과 사업이 다르다. 어떤 사업을 할 때는 그에 따른 상당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거친다. 보통 대여섯가지 절차를 거치면서 해당사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판단한다”며 마구잡이식 사업을 추진한다고 보는 시각을 차단했다. 덧붙여 “향후 가장 우수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다음에 다시 자리를 마련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발제 ‘세수예측위원회 운영 어떤가'
정성호(연세대) 교수는 천안시를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주요쟁점’을 주제발표했다.
그는 결산과정에서 회계부정과 관련된 제약요인은 총체적 관점에서 볼 때 정치적, 행정적, 재정적, 제도적 요인으로 나눠진다고 보고, 여기서는 정치적·행정적 요인에 치중해 다뤘다.
정치적 요인으로는 주로 공약사업과 지역개발사업이 연관돼 있는데, 이는 차기선거를 의식하거나 책임성 회피와 깊이 연관돼 있을 것으로 풀이했다.
행정적 요인으로는 초기 원인행위는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며 부차적 책임은 의회에 있다고 했다. 이는 행정부와 입법부간 관계에서 전문성 등 한계가 내재돼 있지만 의회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이 전제된다면 일정부분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내·외부통제 측면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내부통제방안으로는 예산부서와 결산부서의 유기적 통합, 일정규모 이상 사업은 사업별 실명제를 통한 책임귀속, 협력적 거버넌스 관점에서 자치단체장, 의회의원, 공무원, 주민의 책임귀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통제방안에서는 지방의회를 통한 주기적 재정진단과 일정금액 이상의 투자사업에 대해 주민투표제도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창훈(인하대) 교수는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방안’을 주제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재정파탄을 초래한 자치단체장은 물론 이를 적절하게 견제하지 못했던 지방의회, 그리고 이들을 최종적으로 감시하는데 실패한 지역주민에게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파탄을 초래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의회의 견제시스템 확충방안으로는 행정사무감사 조사권 개선 및 실효성 확보, 지방의회에 의한 재정계획편성 및 집행에 대한 상세적인 모니터링체계 구축, 전문위원제도의 개선 및 강화, 지방의회 정책연구실 기능강화 등의 방안이 있음을 끄집어 냈다.
정 교수는 “자치단체장이 공약사업 예산집행을 위해 예측세수보다 더 많게 세수를 예측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세정과에서 예측한 세수를 예산과나 기획관리관실에서 자의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세수예측시 외부전문가를 포함하는 가칭 세수예측위원회 등의 운영도 검토해보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