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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꽃꽂이를 들어보셨나요

꽃꽂이 천안유일등록학원 박경숙씨… 서양꽃꽂이와 차별화

등록일 2012년04월2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동양철학은 신비롭다.

꽃꽂이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아는 꽃꽂이는 보통 ‘서양꽃꽂이’를 말한다. 하지만 동양꽃꽂이도 있음을 아는가.

서양꽃꽂이가 꽃바구니에 수십`수백송이 꽃이 무더기로 담아내는 형태라면, 동양꽃꽂이는 몇몇 꽃송이라도 선을 중요시한다. 서예에서 붓으로 난을 치듯, 선이 갖는 오묘한 형태로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배우기도 까다롭다. 서양꽃꽂이보다 몇배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천안 동남구청에서 중앙시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 구도심이라 불리는 이곳은 미로처럼 작은 샛길이 얽히며 ‘빛바랜 책지’처럼 과거의 풍경을 보여준다. 한때는 번화했던 곳이지만 산란으로 제 힘을 다 잃은 연어처럼, 또는 문어처럼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이 삐툴빼툴 자리잡고 있다.
 

이묵서회 건물을 끼고 도는 골목길의 오전 11시쯤, 길가에 수백의 화분이 요리조리 삐져나와 다소곳이 비쳐드는 한때의 햇살을 받고 있었다. 가게는 언뜻 시골의 폐가처럼 낡고 고요한 듯. 간판조차 닳아 처음 색을 잃어버린지 오래. 함께 썼던 듯 보이는 옆 간판은 ‘고가구’라는 상호는 벌써 문닫은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걸려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 안띄는 가게 안쪽은 그야말로 수천개의 화분이 한 개의 온상하우스 안팎으로 즐비하다. 단칸방에 열대여섯명의 가족이 사는 듯, 발디딜 틈조차 주지 않는다.

박경숙(57)씨의 ‘선유꽃꽂이중앙회’의 진면목이 눈앞에 펼쳐진다.

“꽃꽂이 3급 자격증을 갖고 서울에서 5년 정도 가르치다 요 자리로 내려온 건 82년도에요. 결혼하면서 이곳 천안에 정착했으니까요.”

그의 평생 삶이 작은 온상하우스 하나에 매달려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당시 천안교육청 학원등록 32호로 꽃꽂이를 냈건만 30년이 지난 지금 꽃꽂이는 오로지 그에게서 실낱같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제가 꽃꽂이학원을 내고 활동할 때는 천안 관내 학원이 10여군데가 넘었죠. 그런데 지금은 오로지 저만 남았어요. 얼마 전 교육청에 가서 학원등록을 갱신하러 갔더니 10명 내에서 가르치는 것은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대요. 제가 뭐랬는줄 아세요. 억울해서 못 없앤다고 했어요.”

등록비도 5000원을 내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학원연합회비도 내야하는 여러 번거로운 일들이 있지만 학원등록을 포기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였다.

한때 꽃꽂이의 99%가 여자였다. 지금은 남자들도 많이 배우지만 통 못마땅한 게 대부분 유럽스타일의 꽃꽂이를 배운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의 눈에는 대충대충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배가 아프다.

“요즘 꽃꽂이, 제대로 배운 사람이 없어요. 돈벌이에만 급급해 자격증만 남발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꽃꽂이를 배워 자격증까지 가진 사람이 저한테 다시 배우기도 하는데, 꽃고르는 방법조차 모르더라구요. 유학도 다녀온다는데 기장 기본인 원형사방화조차 못하고, 한마디로 기본이 없는 거에요.”

꽃꽂이자격증을 따는데 70만원 정도 드는데, 사방화 몇 개 배우고 시험에만 맞추는 강의가 고작이다. 꽃집에 들어가려면 3~5개월 배우면 되는데 보통 30~40만원 정도면 된다. 그런데 배운 것은 꽃바구니 흉내 한두번이 전부라는 거다.

꽃꽂이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여유가 없어서’라는 것이 그의 해석. 꽃을 꺾어 만든 작품은 길어야 10일이 수명이다. 재료비만도 1~2만원 드는 꽃꽂이는 언뜻 생각하면 사치품인 것.

오히려 예전보다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는 요즘은 더욱 꽃꽂이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그래서 그도 꽃꽂이에만 매달리지 않고, 야생화를 기른다.

“96년쯤엔가 화원을 냈어요. 한가지로 생활하기 어려운 시대에요. 이것저것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살아요.”

복자여고에 출강한 때가 있었다. 학생들의 인성을 잡아주기 위해 ‘꽃꽂이’를 가르쳤는데, 예쁘게 만들다 보면 마음도 고와지고 차분해지는 등 성격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꽃송이가 비싸 장미 몇송이로 연출하는 법 등을 가르쳤다. 각기 다른 꽃모양에 따라, 또한 가지의 생김새에 따라 연출법이 달라진다.

꿈은 그의 호를 딴 ‘선유꽃꽂이중앙회’가 널리 보급되고 활발해지는 것. 하지만 중앙회는 아직 그의 생각 속에서만 살아있다.

“말은 중앙회지만 아직 한 개의 지부조차 내지 못했어요.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꿈을 갖고 삽니다. 현실은 어렵지만, 꿈조차 못 꾼 대서야 너무 슬프잖아요.”

그의 의지가 굳건하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으니까.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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