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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꽃 앞에서 |
날이 풀렸다. 내복도, 잠바도 아직 옷장 깊숙이 밀어두지 못했다. ‘꽃피는 춘삼월’도 지나 벌써 4월. 잦은 비에도 더이상 차가움이 묻어나지 않는다. 추위가 가시면서 바야흐로 상춘객들이 늘고 있다.
신방동 환경사업소 옆 들녘의 ‘야생화식물원(대표 이종희)’도 봄을 맞이했다. “봄꽃이 얼마나 화사한지 몰라요.”
이종희씨는 식물원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야생화를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겨우내 생장을 최소한으로 한 채 동면하는 곰처럼 지낸 야생화들이 저마다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그중에 성격이 급한 것들은 꽃을 활짝 피워내고 있다. 말랐던 살을 찌우느라 주인이 풍족히 뿌려주는 물을 맘껏 흡수하고 있다.
“야생화는 대체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가 꽃이 만개하는 시기죠.”
그래서인가. 야생화를 가꾸는 사람들은 4월 중순에서 말쯤에 대부분 전시회를 가진다.
이종희씨가 몸담고 있는 ‘바위솔야생화동우회’도 이때쯤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천안야생화연구회도 비슷한 시기에 전시회를 준비중이다. 그보다 봄꽃들의 향연을 빨리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씨는 자신의 야생화식물원을 활짝 개방해놓고 있다.
“누구든 오셔서 꽃들을 보시고 향기도 맡으시길 바래요. 편안하게 관람하시라고 휴게실처럼 꾸며놓았어요. 차도 자유롭게 타드시라고 준비해 놓았답니다.”
전시회는 일년에 한번 보는 것으로 끝이지만, 이곳 야생화식물원은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곳. 한두번 들르다 보면 자기 정원이고 화원인양 편안하다.
그냥 ‘아이쇼핑’차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보니 항상 그 자리에 그 꽃이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새로운 것들이 채워지니 보는 맛이 줄진 않는다.
무료 야생화전시관 역할을 하면서, 어떤 이들에겐 무료 커피숍같은 곳. 야생화 보급에 힘쓰는 곳이니만큼 야생화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 환영이다.
“산과 들로 다니면서 야생화를 접하기 딱 좋은 시기에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우리 야생화식물원이라도 들러 구경하시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사람들이 찾아오시는 건, 저야 늘 고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