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정치인중에 ‘천안분구’를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 지역표를 얻고 사는 정치인에게 지역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대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이번 정개특위 결정은 ‘게리맨더링(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획하는 일)’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획정위원회의 안이 원칙이었다면 정개특위는 밥그릇싸움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분명 잘못된 결정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천안분구 무산과 관련, 억측과 왜곡이 난무하며 지역사회를 어지럽히고 있어 낯뜨겁다.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하나같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당은 문제가 없는데 반해 상대정당, 상대후보는 분구무산의 결정적 책임이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쟁점을 추려보자.
현역의원들이 잘못?
일부 후보들이 ‘현역의원’들을 질타하고 있다. 현역의원들이 분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후보는 양승조 의원을 빚대며 “세종시 관철에는 목숨걸며 단색투쟁하더니 천안분구 문제에선 왜 그렇게 못했느냐”는 비난도 퍼붓는다.
하지만 천안분구는 천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 8개 분구가 걸려있었던 바 결론적으로는 이중 2개만 살아남았다. 나머지 분구자격이 있으되 무산된 6개 지역은 천안과 똑같은 안타까움과 반발이 있었다. 실제 정개특위의 무개념식 ‘밥그릇싸움’은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정개특위위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위원들은 그들이 속한 정당의 대표성을 갖고 싸운 것이다. 거대 여당과 야당이 배경이 된 정개특위의 무소불위 싸움은 ‘장관’이었다. 같은 당이라 해도 일개 지역의원이 힘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본회의장에서 반대토론자로 나서 자신이 속한 당까지도 비판한 것은 그나마 지역의원의 의기를 보여준 사례다. 또한 찬·반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천안분구 무산’을 지지한 의도가 아닌 이상, 그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 상황에서 단순비판 이상이 돼서도 무리가 따르는 것. 현역의원들은 진작에 천안분구를 기대하는 토론회를 공동개최한 바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시는 분구가 어렵다?
정치인들이 상대후보의 문제를 키우려다 보니 분구무산에 이어 향후 분구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시행정의 좀 더 분명한 전망치는 4년 후 총선에 분구가능성이 밝다.
지금방식대로라면 ‘31만명 이상’이 분구의 자격요건이다. 이번 쌍용2동의 경계조정으로 갑선거구는 29만7000명, 을선거구는 27만7000명이다. 갑지역구는 향후 4년 안에 1만3000명, 을선거구는 3만3000명이 늘어야 분구조건에 해당된다. 천안은 지난 2년간 1만8000명 이상씩 증가해왔다는 걸 고려하면 두 곳 모두 분구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서북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증가요인이 적었던 동남구도 최근 청수지구로 인한 인구증가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천안시는 ‘지금추세로 2016년엔 인구 65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회의원수가 많다 해서 한때 299명에서 250여명으로 줄이려 한 적이 있었다. 천안이 4년 후 국회의원 한두명이 늘어나는 것도 지역의 이익을 떠나 고려해볼 문제지만, 이번 총선 후 전체 국회의원수의 인구적정선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안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들에게 있어 향후에도 분구의 매력은 무척 높은 편이다.
쌍용2동이 모호하다?
쌍용2동은 게리맨더링의 피해자다. 서북구를 행정구역으로 두고 있는 쌍용2동이 왜 동남구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가는 풀지 못할 모순이다.
쌍용동은 행정구역은 그대로 둔 채 선거구만 바꾸는 모양새다. 특히 분동에 따른 쌍용1동·쌍용3동과도 이질감을 갖게 됐다. 행정구역과 선거구의 불일치는 총선 이후 다시 바로잡힐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이를 아는 후보들도 ‘내가 다시 찾아오겠다’며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이유다.
쌍용2동의 경계조정에 따른 피해는 실질적으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행정구역의 변화는 없다. 기존처럼 행정일을 보고 생활하면 된다. 변하는 것은 다만 기존엔 서북구 국회의원이 관할이던 지역이 이번 19대에서는 동남구 국회의원의 관할로 넘어가는 정도다.
동남구 국회의원이 누가 되든 쌍용2동은 그에 의해 국회의원으로서의 관리지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덧붙여 국회의원이 작은 지역단위 사업에 관여하고 관련해 국회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현실에서의 민감성도 떨어진다. 오히려 시장과 도의원, 시의원이 해당지역의 현안에 관심을 갖고 해결노력을 하는 만큼 소단위 지역의 불이익은 거의 없을 듯.
그럼에도 행정구역과 선거구의 불일치는 지역에 혼란과 번거로움을 안겨주고, 원칙적으로 임의의 변화에 따른 참정권의 피해도 발생해 바로잡혀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