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동 터미널 부근의 한 교회. 여기서는 요즘 터미널 주변 노점상들의 ‘색다른공청회’가 매주 열리고 있다.
8일(목)에도 대략 20명 정도의 노점상인들과 관계자 몇 명이 모였다. ‘철거’라는 강력한 수단을 선포한 시가 상반기까지 한시기간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될 만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댄 것이다.
봉사자도 나타났다. 구기욱 퓨어퍼실리테이션연구소장이 공청회의 진행자로, 이서경 SJ 대표가 총무역을 자임했다. 공청회는 때때로 목소리가 커지면서 험악스러워지기도 했다. 살얼음판을 걷듯, 외줄타기를 하듯. 구 소장의 능숙한 진행이 없었다면 공청회 자체가 시작도 되지 못할 판이었다.
그런 곳에 한쪽에선 인자한 미소를 띄운 채 ‘도우미’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들 상인들의 공청회 장소로 공간을 내준 천안외국인교회 목사다.
사실 민감한 지역문제를 안고있는 이들에게 선뜻 공간을 내주고, 편의를 봐주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 ‘외국인교회’라는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면에는 이 목사의 비범한 사회철학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걸 알까.
‘사회통합’에 대한 이 목사의 관심은 언젠가 외국에 나갔을 때의 체험에서 시작됐다.
“동남아시아쪽을 나갔는데 안내하시는 분이 한국인이라 하면 봉변당한다며 일본인이라 해라고 귀띔하더라구요.” 이유인 즉, 한국에 일하러 왔다 불법체류자로 쫓겨났거나 산재를 못받았다거나 월급도 못받고 노동력만 착취당한 사람들이 해코지를 한다는 것이다.
“이래선 안되겠구나 생각했죠.” 물론 잘 대해준 사람들이 없겠는가마는 좀 더 외국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됐다.
이 목사는 인천에서 외국인근로자센터를 1년 정도 운영했고, 천안에서도 3년간 위탁운영했다. 교회목회도 ‘외국인’이라는 특성을 첨가했고, 성정동에 천안 외국인인력지원센터가 생기자 휴먼터치센터를 오픈해 제도적 보호에서 소외된 외국인근로자나 다문화가정 등을 돌보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버넌스(공유된 목적에 의해 일어나는 활동으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치적·사회적 단체, NGO, 민간조직 등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강조)라고 봅니다. 2만불 시대에 아직도 가슴아픈 이웃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분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