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신안동 주민과의 대화 자리. 몇몇 자생단체 대표들이 시장과 마주앉았다. 대체로 주민자치위원장과 새마을협의회장이 대화를 주도한다. 하지만 신안동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통장협의회장이다.
“건의 말씀 있습니다.” “요것 좀 처리해 주시죠.” “이런 건 시정조치좀 해주십시오.” 등등. 보통때는 몸이 열 개여야지만, 이날만은 입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이두우(70) 통장을 보면 ‘사랑은 아무나 하나’란 노랫가사가 생각난다.
정말 통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대충 한다면야 ‘대통령’도 하겠지만, 매사 잘해야 한다는 점에서 통장일의 으뜸은 ‘성실과 부지런함’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두우 통장은 ‘딱’ 소리난다.
이·통장 일이란 예전처럼 많지가 않다. 남의 집 밥숫가락을 센다는 말은 옛 말일 뿐. 자기가 맡고 있는 지역 현안을 챙기는 것은 기본적인 임무. 거기에 시정의 다양한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주되다.
그가 맡고 있는 1통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죽겄습니다. 요 앞 신세계백화점 때문에요.”
그리고서 한숨을 푹 내쉰다. 신세계는 직원들에게 자체 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800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주변에 차를 대는데, 그게 다 신세계 뒤편 냇가 건너 주택가에 대놓는다. 그곳이 1통과 2통, 18통이다. 골목길이 주차난에 휩싸이고, 교통사고부터, 자칫 화재라도 나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
“다행이 오늘 시장님이 신경쓴다 하니 기대가 됩니다.”
시정업무와 관련해선 ‘천안사랑소식지’의 문제점을 내놓았다.
“소식지가 나오면 우리 통은 제가 다 돌립니다. 일일이 돌리고, 잘 보시도록 권유도 합니다. 소식지가 눈에 띄도록 앞면을 보이게끔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열에 하나 볼까 하는 것 같아요. 소식지가 너무 아깝습니다.”
비싼 돈 들여 시민에게 양질의 시정정보를 준다며 시작했던 시정홍보지가 돈은 돈대로 낭비되고 정보를 읽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이를 지켜보는 내내 답답증이 생겼다. “좋은 정책도 잘 지켜져야 가치있는 것 아닙니까.”
보령사람이 천안에 온 지는 어언 40년. 잘 살아보겠다고 천안 와서 부동산도 17년간 해보고 건축일도 해봤다.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하고, 쌀장사까지 손댔다. 이제 70이 돼서 농사를 지으며 통장일을 보고 있는 그. 바르게살기협의회 7년에 통장일도 6년째. 최근 신안동 52개 통장협의회장이 되면서 500만원도 쾌척했다.
“모두가 잘 살자고 하는 일입니다. 또한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저 또한 나이는 있지만 그런 일에 동참하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