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타령춤축제 의미찾기’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천안시와 천안시민간단체공동협력센터가 공동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전통차동우회(회장 김장환)가 주관했다. 지난 19일(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됐으며, 20여명이 방청석을 채웠으나 일부 주제강의는 무척 의미있었다.
이날 4강의는 송화섭 전주대 교수의 ‘한국 지역축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정재 경희대 교수의 ‘천안흥타령의 민속학적 성격’, 양은용 원광대 교수의 ‘한국혼의 원형, 흥과 신명’, 김장환 전통차동우회장의 ‘천안의 문화와 축제 의미’로 구성됐다. 이중 송화섭·이정재 교수의 주제강의에서 흥타령축제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요약 정리했다.
흥타령춤축제 의미찾기 심포지엄이 지난 19일 두정도서관에서 천안시와 민간단체공동협력센터 공동주최로 열렸다.
송화섭… “타령꾼이 모여드는 흥타령으로”
한 지자체에서 적게는 5개, 많게는 20여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전국은 지역축제의 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축제의 정체성과 주체성 상실로 지역주민조차 어리둥절하고 있는 실정인 것. 축제불감증의 시대다.
한국형 축제의 급속성장은 관주도의 예산지원이 크게 기여했다. 관은 행정기관이지 문화예술단체가 아니다. 관은 축제를 조장하는 것보다 문화를 살리는데 앞장서야 하는데, 지역축제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축제는 점차 대형화되고, 사람참여는 속빈 강정의 지역축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해볼 일이다.
최근 식민지적 축제를 탈피하려는 지역축제의 변신이 눈에 띈다. 천안에서 개최되는 흥타령축제에서 그러한 징후가 보인다. 축제의 전문화와 현대화가 그것인데,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그들만의 축제라는 것이다. 아직도 예술공연에 너무 치중해있다는 점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가장 한국적인 축제는 전통체전에서 그 원형을 찾아내야 한다. 축제의 현대화는 전통제전의 원리를 어떻게 구현해내느냐에 달렸다.
전국적으로 지역축제가 만발하는 것은 축제론자들이 축제의 상품화, 산업화, 글로벌화를 주창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역축제가 지역경제발전과 관광소득에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축제에 투자되는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축제가 변해야 한다. 글로칼리티를 추구하는 축제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전통적인 마을굿형 축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하고, 전통문화를 소재로 현대화된 축제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지역축제의 관광자원화는 마을굿의 신명잔치판에 외국인들이 동참해 즐기는 방향으로 축제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여기에 관은 간접지원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전통축제의 반면거울은 세시풍속이다. 해마다 때가 오면 굿놀이를 즐겼다. 정월대보름, 삼월삼짓날, 사월초파일, 오월단오, 유월유두, 칠월백중, 팔월추석 등에 열린 판굿은 삶의 리듬이었다. 그래서 살맛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축제는 정치집회도 아니요, 연예인들의 쇼도 아니다. 더더욱 돈먹고 튀는 ‘먹튀축제’가 돼서는 안된다.
일본 마쓰리에서 행해지는 영신행렬이 우리나라 향토축제에서는 가장행렬로 둔갑하고 상품전시, 음식판매, 연예인쇼, 공연 등 전시행사가 메인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축제문화는 지역주민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지, 관이 앞장서서 예산을 지원하고 축제문화를 조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축제문화의 진정성은 자생력을 갖춘 민간에 있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철저하게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합작품으로 이뤄진다. 그곳에는 연예인도 없다. 지역주민이 행렬을 하고 의식을 거행하고 놀이를 즐긴다. 우리나라는 지역축제의 주체에서 지역주민이 밀려나고 들러리서는 관행에 익숙해 있다.
문화축제로서 전통적인 굿놀이형 행사와 현대화된 문화행사가 축제상품으로 개발된 사례도 있다. 강릉단오제, 춘천인형극제, 전주세계소리축제, 당진기지시줄다리기를 비롯해 천안 흥타령축제도 이에 포함된다. 대형화된 축제들은 수십억의 지자체 예산이 투자된다. 국제적, 세계적이란 말을 많이 쓰며 한결같이 외국인을 초청하는 방식의 낭비성축제를 지향한다. 외국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여야 하는데, 외국예술단을 초청하는 것은 결코 세계적이지 않다. 천안흥타령춤축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내 식구도 못챙기면서 외국인을 불러다 잔치판을 벌리는 건 한심한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역축제라 하더라도 국제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문제는 한국적인 축제문화의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관주도형으로 축제가 대형화한다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작은 축제라 할지라도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소재의 구성요건을 갖추었느냐가 중요하다.
천안 흥타령춤축제의 정체성은 흥타령이다. 흥타령은 매우 서민적 장단이다. 전국의 모든 타령꾼들을 천안으로 모이게 하자. 각각의 타령꾼들이 민요의 다양한 타령을 부르는 것이 더 흥타령축제에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흥타령에 맞는 소리춤을 추고 놀아보자. 천안시민들이 먼저 타령소리의 주제가 되어 흥타령을 흥얼거리고 서로 경연에 참여해 즐기는 마당에 외국인들이 끼어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흥타령마당은 천안시민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축제일을 길게(4박5일) 잡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예산만 탕진하고 피곤하고 지루할 뿐이다. 2박3일이면 족하다.
축제는 적은 예산으로 짧고 굵게 하는 것이다. 적은 예산도 지역주민과 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고향사랑기금으로 흔쾌히 내놓자. 최소비용을 한도액으로 설정하고 그 기금만을 걷도록 하자. 그러면 돈먹는 하마(먹튀)축제를 탈피하게 되고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관청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축제가 거의 없다. 지역축제는 지역주민들이 하는 것이지 관청이 하는 것은 아니다. 촌스런 짓을 그만두자.
천안흥타령춤축제를 세계적인 소리춤페스티벌로 만들어가자. 한국의 대표적인 로칼리티형 대동굿판(난장판)으로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정재… 흥타령에 ‘문화적 장치’ 장착해야
어떠한 문화제든 그것이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있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그 축제의 ‘정체성 확립’이다. 정체성은 지역성과 전통, 역사성과 맞물려 있다. 흥타령축제가 이 둘을 만족시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뭔가 허전한 부분을 함유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때 축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지역성이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축제를 위해 일년을 희망차게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며칠의 축제를 위해 일년 내내 준비하는 모습,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생업이고 삶이다. 한국의 경우 이런 전통을 가진 축제는 거의 없다. 보다 진전된 축제를 위한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천안의 흥타령은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는 취지가 무엇인지 계속 점검하고 되새겨야 한다. 천안삼거리 흥타령은 지역적 전통을 살려 선택한 훌륭한 소재다. 천안흥타령의 춤은 이런 의미에서 성공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를 더 확장하고 심화해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가 돼야 할 것이다.
19세기 중후반에 흥타령이란 곡이 등장한다. 당시 흥타령은 이미 대중가요로 사대부가나 민중에 널리 퍼졌다. 그런데 이 고형의 흥타령은 천안을 중심으로 경기와 남도를 오가던 사당패의 소리로 보여진다. 그 근거로는 당시 사당패가 불렀던 노래에 같은 내용의 가사가 불려졌기 때문이다.
흥이란 키워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풍류문화의 역사적 결집으로서의 의미, 삶의 달관과 여유, 고단한 삶의 승화된 방법으로서의 흥사상 등이다. 흥타령의 시발점이 됐던 사당패의 철학도 연구하고, 오늘의 흥타령으로 정립된 과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안 흥타령에서 문화흡입력의 원리를 찾아야 한다. 문화를 흡입하고 다시 새로운 문화로 창조하며 이를 널리 펼치는 역할을 하는 원리를 발견해야 한다.
축제의 효과는 황홀경의 경험을 한 목적으로 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다시금 새로운 생활의 활기를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즉 소비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생산적이고 반복적인 것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축제의 속성은 문화적 장치, 주기성, 의례성, 탈현실성, 재생성, 놀이성, 문화소의 재결합과 창조성 등의 특성을 구비해야 한다. 천안흥타령축제는 주기성, 놀이성, 문화소의 재결합과 창조성 등 대체로 이에 부합한다. 하지만 몇가지 점에서 점검이 요구된다.
문화적 장치로서의 흥타령축제는 일체의 자유스러움을 온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이를 더욱 살려야 하는 차원에서 사당패의 사상을 심도있게 연구해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 의례성과 탈현실성의 문제는 모든 축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도 사당패의 풍류정신과 탈현실의 정신을 더욱 살려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더 고려할 점은 흥타령과 삼거리설화가 가진 사상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일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