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와우!
올해가 바로 임진(壬辰)년 흑룡의 해다. 용의 해이면서, 60년마다 돌아온다는 흑룡띠. 뭔가 대단한 듯해서 살펴보니 천간의 ‘임(壬)’이 검은 색을 뜻하는 데서 이름붙인 것에 불과. 그래도 들어서 기분좋은 얘기니, 나쁠 것이 없다.
직산 토박이 김병학(60) 시의원. 그는 천안시의회 21명중 유일하게 ‘흑룡띠’다. “뭐, 의미는 크게 안두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족은 용들이 많아요.” 12지간 중에도 가장 멋진 용띠를 갖고 있으니 어깨가 쭉 펴진다. 그의 아내 유영재씨도 동갑내기 흑룡이고, 자녀 셋 중 하나도 용띠다. “또 한 녀석이 있습니다.” 아직 하나뿐인 손주가 바로 용띠를 달고 태어났다.
“그런데 흑룡띠라고요. 허허, 예전엔 흑룡띠다 황금돼지띠다 하는 말들이 없었는데 요즘은 별것 다 갖다 붙입니다.”
그에게 흑룡띠라 해서 인생에 큰 복도, 큰 운도 따른 것은 아니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금의 안정된 일가를 이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것.
누구는 “내가 용띠라서 활달한 것 같다. 용띠는 다 그렇다”고 큰 소리를 친다. 하지만 용띠중 흑룡띠인 그는 ‘소심하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 한때 농어민후계자 1기이면서 천안군 초대회장을 지냈고, 그런 이유로 정치권에 붙잡혀(?) 현역 국회의원을 한동안 돕기도 했다는 그. 이번 제6대 시의원이 된 지도 1년이 반이 지나건만 언론인터뷰는 “이게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한다.
“말이 나와서 그렇지 제가 시의원이 된 것도 연줄이 그렇게 몰아간 거지, 제가 좋아해서 한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시의원은 제 의지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죠. 쓰러져 가는 농업을 대변해보고 싶어 나섰으니까요.”
그런 그가 실망이 큰 가 보다. 정치를 맛본 소감을 묻자 하는 말, “내 맘대로 안됩니다.” 도·농 복합형의 지역사회로, 지난 95년 천안군과 천안시가 통합했다. 대략 1대 1의 통합을 이뤘는데, 이후 도심인구가 급격히 늘었다지만 면적 등을 고려하면 농촌·농업을 무시할 수 없는 것. 하지만 21명의 의원 중 농업을 대변하는 이는 자신을 포함해 두세명 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
그가 천안농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시근교농업 활성화’. “천안시민도 이제 60만입니다. 도·농복합형태의 지역의 강점이라면 바로 도시근교농업의 공존과 소통입니다. 농민들에겐 안정적 수익을, 도시민에겐 농촌체험과 쉼터,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 제공을 가능케 합니다.”
‘돈 되는 농업을 하면 다 따라온다’는 생각과, ‘지도자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우선되는 곳이 농촌’이라고 주장하는 그. 시의회에서 농업발전위원회 조례가 통과되고, 3억원을 들여 풍세쪽에 채소단지도 조성되고 있다. “하나만 제대로 운영되면, 해당 지역농업도 달라질 겁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저를 포함해 천안시민과 관계자들이 다같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가 소원하는 2012년은 ‘지역농업’이 희망을 갖는 거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