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립무용단(안무자 정선혜)의 ‘스크루지’가 29일(목) 오후 7시30분 봉서홀에 오른다. 시 기획공연으로 만든 스크루지는 6000여만원의 시예산을 들인 작품. 정선혜(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교수) 예술총감독은 “2만원이란 관람비가 절대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작품명 ‘크리스마스 캐럴-스크루지’
‘스크루지’는 전 세계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알려진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속 주인공 이름이다.
구두쇠 스크루지. 점원인 밥에겐 밤늦도록 일을 시키고, 하나뿐인 조카 프레드의 크리스마스 식사 초대도 거절한다. 돈밖에 모르는 그에게 찾아온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정선혜 감독은 이번 작품에 ‘집요’할 정도의 대중성을 가미시켰다. “내 예술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이 아닌, 충분히 관객의 처지에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무대의 대부분은 춤이 지배하지만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말리’라는 변사를 통해 연극적 요소를 포함시켰고, 영상에 의한 처리도 있다. 말리는 스크루지를 과거와 현재, 미래로 데려가며 그가 살아온 생활이 과연 제대로 된 삶인가 깨우쳐 준다.
탐욕스런 스크루지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와 사랑, 나눔의 의미를 전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스크루지’. 리드미컬한 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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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 스크루지. 그에게 찾아온 세 유령들과 시간여행을 한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게 된 스크루지. 특히 현재를 표현할 때 마술사가 등장한다. “마술사는 산타크로스처럼 모든 것을 이뤄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마술이라는 신비함이 돋보이는 시간이죠.”
스크루지는 자신의 비참한 최후까지 보게 되면서 결국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언뜻 아동극처럼 보이지만, 어른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극이다. 스크루지를 통해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다는 정 감독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정이고 덕’임을 강조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스크루지’는 기존의 무용장르에서 과감히 탈피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무용, 연극, 전통연희, 애니메이션 영상 등과의 접목을 시도한 퍼포밍 아트로, 예술장르의 창조적 해체와 융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 현대인들의 삶에 현재와 미래는 있지만 과거는 없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스크루지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