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부동 먹자골목 곳곳에 벽화가 그려졌다. 환경정비 차원으로 30여곳에 그려진 벽화는 대부분 자투리 공간을 활용했다. 4개 대학교 대학생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그린 벽화는 양과 질에서 천차만별. 그 다양함 속에 보는 즐거움이 오롯하다.
신부동 먹자골목이 ‘신부동상점가상인회’를 중심으로 간절히 변화를 원하고 있다.
롤 모델은 먹자골목과 닮은 서울의 삼청동. 10평 남짓한 가게들이 늘어선 거리는 건물 자체가 아름다워 젊은이들이 즐겨찾고 있는 곳이다. 이들의 의욕에 발맞춰 천안예총(회장 윤성희)은 매년 명동거리에서 펼쳤던 ‘판페스티발’을 내년엔 신부동 먹자골목에서 개최하는 것을 놓고 검토중이다.
침체된 상권 ‘테마거리로 출발’
-불법노점상의 과도한 인도점유/ 일괄정비
-주차장이 없어 무질서한 주차환경/ 주차장 건립
-전선, 쓰레기, 간판 등 거리환경 열악/ 차없는 거리조성
-불법전단지 무차별 살포/ 근본적인 단속 및 예방
-공원관리 부실/테마공원 조성
-방치된 노점상 오염 심각/ 노점상 외관정비 및 상생화
천안시의 도시규모는 어느새 전국 230여개 지역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커졌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신도시의 새로운 상권을 생성하면서 반대급부적으로 ‘구도심 공동화’를 낳았다.
예전에 소위 ‘잘 나가던’ 상권이 몰락하고 있는 것. 천안역과 지하상가, 인근 명동거리가 한산해졌고 인접한 재래시장도 대형마트들에 치여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며 일부 재래시장이 활성화 단계에 와있고, 천안역세권도 재단장을 통해 회복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시는 천안역에서 터미널로 이어지는 곳을 ‘걷고싶은 거리’라는 사업아이템을 구상해 추진중에 있다.
천안역세권과 쌍두마차로 일컬어지던 터미널 맞은편 신부동먹자골목 또한 정체된 상권으로 위기감을 갖고 있는 곳.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신부동상점가상인회가 정관을 만들고 본격적인 ‘상권 활성화’에 나섰다. 상인이 나서지 않는 상권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의 주된 사업은 환경정비, 이벤트 개최, 공동상품권 발행, 세일행사, 상거래 질서유지 등. 특히 상권 활성화를 위한 테마거리 조성은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상인회원들의 결속이 관건
“변화만이 살 길입니다.”
신부동상점가상인회의 전혁구 회장은 먹자골목의 상권 활성화의 중심은 무엇보다 상인들의 ‘자각’에 달렸다고 말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상인들이 예전방식대로 행동하는 것은 스스로 퇴락의 길로 걸어가는 것이라는 전 회장은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매장환경을 정비하고, 직원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상인들의 몫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적인 상권조사를 통해 ‘문화가 접목된 상권’만이 활력있게 발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현재 신부동 먹자골목상점가는 모두 424개곳으로 음식점 167개, 서비스업 28개, 도·소매점 149개, 기타 80여개가 성업중이다.
여기에는 424명의 사업자에 1578명의 종사자가 매달려 있다. 전 회장은 “하지만 아직 회원가입율은 40% 안팎이며, 회비(1만원) 납부율도 절반. 인근 남산중앙시장상인회만 해도 회원 99%에 회비(3만원)납부율이 99%로 나타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점차 회원가입율이 늘고, 변화를 기대하는 상인들이 늘고 있어 긍정적인 시각이다.
2009년 3월 신부동상점가 창립총회를 가진 이후로 이들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2009년에는 상가활성화를 위한 시의원 초청간담회와 상권정비를 위한 동남구청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2010년에는 제1회 신부동상점가 거리축제와 경로잔치한마당을 펼쳤고, 주차장 건립과 테마거리조성을 위한 전문기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2011년에 들어와서도 노점상단체와 상생을 위한 토론간담회를 개최했고 주차장 건립을 위한 국비사업계획서도 만들어 제출했다. 테마거리조성을 위한 도비 연구용역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처음으로 반딧불음악회도 유치했다. 전년에 이어 제2회 거리축제와 경로잔치한마당도 열었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정비될 겁니다. 한번에 개선될 순 없지만 환경정비부터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겠습니다. 신부동상점가가 지역사회 명소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 바랍니다.”
먹자골목에도 ‘예술이 꿈틀’
다양한 벽화… 천사의 날개짓까지, 개성이 모락모락
벽화사업 참여학생 폐단식 기념촬영.
신부동 먹자골목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좁은 길 양 옆으로 빼곡하게 자리잡은 상점들. 가로, 세로 서너 블록이 모두 상점들로 차있고, 중앙은 아담한 소공원이 있어 도심 속의 명당처럼 전체적으로 아늑하다.
예쁘고 개성있는 상점들도 많다. 미술가의 카페, 최신 유행의 떡볶이집, 고전적인 음식점, 맛깔스런 상호를 개성있게 붙인 가게 등 언뜻 서울의 삼청동에 온 듯한 분위기다. 주변에 5개 대학이 몰려있고 건너편이 터미널이고 보면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유독 잦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너가지의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어 먹자골목은 더 이상 크질 못하고 있는 건 안타까움.
우선 주변에 주차장이 없어 비좁은 골목길에 주차해놓은 차량들로 복잡하다. 공원 주변으로 지저분한 환경도 인상을 쓰게 한다. 노숙자를 비롯해 취객이 난동부린 흔적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 등으로 거리는 온통 불결하다. 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불법노점상들이다.
가장 좋은 상권을 차지하고 있는 노점상들은 대로변과 공원 주위에 몰려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로 먹자골목은 힘을 잃고 있다.
최근 전혁구 상점가회장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시백(화가)씨 등 몇몇의 노력으로 ‘벽화사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의 취지에 호응하는 4개 대학교 대학생들 40여명이 나섰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늦은 밤까지 벽화그리기에 여념없는 시간을 보낸 학생들. 2개월여가 지나자 20명 남짓 남게 됐고, 결국 벽화사업은 ‘만족스럽게’ 완성됐다.
지저분한 미관이 벽화로 깨끗해지고 있다.
어린왕자도 등장했고 고기탈을 쓴 사람도 보였다. 만화주인공도 있고, 나비몸체만 둬 포토죤을 형성했다.
빛바랜 대문들이 각종 아이템으로 색칠됐다. 건물을 짓고 있는 한 건물주는 주변의 분위기를 고려해 한쪽 벽에 거대한 ‘천사의 날개’를 그려넣기도 했다.
이렇듯 지저분한 곳 30군데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벽화사업은 나름 멋있게 구상되고 색칠돼 먹자골목의 운치를 더하게 됐다.
벽화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는 이곳 상인회 회원인 이시백(화가)씨가 수차례 대학들을 찾아가 참여학생들을 독려했고, 행정안전부 구기욱 사무관의 도움도 얻었다.
신부동상인회 사무업무를 맡고있는 김영미씨는 이것저것 챙겨주는 역할을 했고, 전혁구 회장은 전천후로 뛰었다. 모두가 노력해 얻은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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