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의 떠돌이 영혼이 8년 전 ‘포르르’ 날아와 천안에 붙박혔다.
“천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원했던 커피숍이 여기 있었죠.” 성환 남서울대학교 내 10평 남짓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균(48·전래놀이 강사)씨. 그는 ‘수다떠는 남자’이기도 하다. 코드가 맞는 대학생(특히 여대생)들은 그의 발랄한 수다에 팬이 됐다.
생태(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를 위해 학생들은 안쓰는 물건들을 거기다 ‘버린다’. 자유로움이 가득한 작은 공간은 오히려 세상보다 넓어 보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낙서하고 싶으면 하고, 잠을 자고 싶으면 잔다. 커피를 주문하지 않아도 불편해하는 사람 없다.
그가 꿈꿔왔던 세상이다. 자유롭고 젊은 기운들. 대학생들 속에 있자면 그들의 발랄한 기운이 전해졌다. 그게 좋았다. 커피숍은 그가 삶의 활력소를 제공받는 매개체로 훌륭했다.
자유를 갈구하는 그에게 방랑벽은 필수. 강원도 동해 출신이 학교는 전라도에서 다니고, 직장생활은 서울에서 했다. 날때부터 ‘짚시’는 아니었겠지만, 언제부턴가 그 언저리에서 생각하고 삶의 방식을 맞췄다. 장가는 인생이 구속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는지 아직 안갔다. 물론 앞으로도 갈 생각은 없다.
그런 그에게 스스로의 유행어가 있다면 바로 “놀아줘”란 말이다.
혼자라서 놀아달라는 것은 아니다. 노는 것이 좋아서 아무에게나 매달리는 것이다.
그런 그의 끼는 천성적. 남자의 ‘수다’가 의외로 유쾌한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독특하고 엉뚱한 생각들. 그것들이 표현되면서 오래 묵혀지다 보니 조금씩 다듬어져 철학이 됐다. 화려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다. 보기좋게 익었다.
2008년 산림청이 정식으로 인증한 ‘숲해설가’란 딱지도 있지만, 그의 주된 일은 ‘놀아줘’였다. 2009년 서울 대방동에 본부가 있는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협회 회원이 되면서 단시간에 놀아줘의 고수가 돼버린 그. 컨셉이 딱 맞았다.
“거기는 전통놀이를 가르쳐주는 곳이었죠. 한 100가지 정도 배웠나 봐요. 그중 즐겨사용하는 것은 10가지 정도지만… 그걸로도 즐겁게 노는 데는 충분합니다.”
그의 말로는 요즘 시대에 제대로 노는 사람이 없단다. 그러면서 잠시 옛날 이야기에 빠졌다. 술래잡기, 비석치기, 오징어놀이, 숨바꼭질, 잣치기, 깡통차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제가차기, 공기놀이 등등…. 참 놀잇감이 많았다. 아침녘에 한가지 붙들고 하다보면 해거름때까지 가고, 결국 “이놈들아, 그만 하고 밥먹어야지” 하는 어머니들의 성화가 있어야만 겨우 끝이 났다.
그는 매주 한차례 신방동 책나무숲 작은도서관과 성환 낮은울타리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준다. 아니, ‘논다’가 더 어울릴 듯. 아이들은 놀면서 규칙을 배우게 되고, 몸을 쓰고, 급기야 머리도 쓴다. ‘달팽이놀이’를 비롯해 ‘어미새끼’, ‘고누’, ‘칠교’ 등이다. ‘오징어놀이’나 ‘팔방치기’, ‘공기놀이’도 있지만 위험하거나 요령이 부족해 인기가 없다.
돈을 받고는 가르치지 못하는 성격. 제가 좋아서 노는데 돈받고 논다? 그건 순수하지 않다고 딱 자른다. 누구든 놀고 싶다면 그를 부르자. 남녀노소 누구나 순수히 놀겠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것이 그가 만들어놓은 ‘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