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용역보고회. 완전 사람중심길을 원하면서도 대중교통로의 기능을 없애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대흥로는 천안의 상징이고 가장 오래 됐으며 왕래가 많은 도로다. 걷고 싶은 거리보다 도로개선 의지가 강하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지 산책하는 길이 아니다. 꼭 여기 나와서 걷고싶다고 느끼기가 어렵다. 사실 의문도 든다. 이대로 해놓으면 얼마나 (이용)되겠는가. 한쪽은 기차가 다니고, 버스가 다닌다. 그런 속에서 세운 계획이니 마지막까지 잘해달라.”
지난 16일(수) 대흥로 걷고싶은거리 조성사업 최종보고가 있었다. 수십명의 관계자, 해당지역주민, 자문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무용 시장은 불안한 속내를 밝혔다. 용역을 수행한 드림이엔지와 문은배색채디자인측에 “정말 잘 만들어주면 동상이라도 세워 기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흥로 걷고싶은거리 사업은 중대한 실험이면서, 성패를 가늠할 수 없는 사업이기도 하다.
바닥에 여러 춤 스텝도 새겨
천안시의 ‘대흥로 걷고싶은거리’가 추진되고 있다. 대흥로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해보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시는 일차적으로 천안역에서 방죽안오거리에 이르는 1.1㎞ 도로를 정비해 특색있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무질서한 가로환경과 가로시설물의 노후화로 미관을 저해하는 여러 요소들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날 용역보고회는 보행로 기본정비, 디자인계획, 조경, 조명, 공공시설물 계획, 보도계획 등 디자인방향에 대한 계획을 보고했다.
용역을 맡은 (주)드림이엔지와 (주)문은배색채디자인은 ▷도로폭, 띠녹지, 불필요한 가로시설물 등 위험요소 안전정비 ▷도로기능 제고를 위해 거리시설물을 천안시 기본경관계획과 충남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맞춘 개선 ▷걷고싶은거리 브랜드화 ▷야간경관계획을 통한 패션거리이미지 구축 등 중점추진사항을 제시했다.
시설물 설치는 2009년 수립된 충남 공공디자인기본계획에 따라 북부권의 색채계획에 조화를 이루는 색채를 선정하고, 녹지계획도 현재 154그루의 가로수를 124개로 줄이는 한편 보행로 폭을 고려해 수목보호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보도는 에코페이퍼로 포장하고 춤의 스텝을 따라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바닥조형물을 6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가로수를 식재할 수 없는 곳에는 플랜터를 설치해 잔디나 초화류를 심기로 했다.
이밖에 입구안내폴 3곳, 바닥패턴 1곳을 설치하고 야간에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을 위해 가로등을 기존 51개에서 63개로 확대하고 현재 8까 설치된 볼라드도 신호대기부 및 험프구간에 집중설치해 207개로 대폭 확대한다.
시는 이날 보고된 내용을 보완해 최종안을 확정하고 2012년 4월 공사에 착공해 2012년 천안 흥타령춤축제 이전까지 조성사업을 완공할 계획이다.
자문위원들 ‘사람중심거리 강조’
보고를 들은 자문위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많은 의견이 개진됐지만, 기본방향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걷고싶은 거리는 ‘사람중심’의 사업인데, 차도를 생각해야 하는, 두루뭉술한 사업이 되기 쉽다는 것. 이병대 공주대 교수는 “걷고싶은 거리라기 보다 걷기편한 길 같다. 가로시설정비사업 같은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내용적으로도 “너무나 획일적”인 부분을 지적하면서 전시공간 등을 통해 지역작가 참여를 유도한다거나 야간연출계획이 부족한 점, 흥타령발자국은 형태만이 아닌 소리나 점등으로 흥미유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바닥포장재도 언제든 부분적 수리가 용이한 것으로 해야 하고, 계획된 화강석바닥은 비가 온다든가 하면 하이힐을 신고 걷기가 위험하고 교통약자에 대한 불편도 초래한다고 검토해볼 것을 주문했다.
이장범 선문대 교수는 “200미터 남짓마다 마냥 걷는 지루함을 없애줄 변화요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녕 단국대 교수는 “차는 차대로 두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하면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보행자라도 잡을 수 있길 희망했다.
이광영 남서울대 교수도 “(이 거리가)역시 차중심이고 속도중심이다”며 “차라리 3차로 그대로 두고 버스가 사람을 태우면 뒤에 걷던 사람이 기다렸다 가는 게 낫다”고 주문했다.
용역보고에 참석한 대흥로 주민은 ‘볼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은 공연장 등을 둬서 요일별로 볼거리를 풍성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한편 한상국 시 건설도시국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전력에 구애를 폈다. 한전의 배전함 이전설비에 소요되는 돈이 3억원대로, “사업비가 한계가 있어 한전이 배전함 이전비를 맡아주면 고맙겠다. 그럼 부족한 조명에 좀 더 투자해 걷고싶은 거리의 정취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용역보고에 참석한 한전측 관계자는 “배전함은 도로공사시에만 한전부담으로, 환경개선사업은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 국장은 “걷고싶은 거리는 실제 다이어트 도로공사다. 그같은 근거가 필요하면 사업제목이라도 바꿔 맞추겠다”며 한전의 도움을 강력히 원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