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거리’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삼거리공원 인근 도로 옆에 '마틴공원'이란 표석이 세워있다. 그 안쪽으로 또하나의 표석, '천안삼거리'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월 말의 시정질문.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했나. 주일원 의원이 삼거리공원이 자칫 마틴거리로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충절오거리에서 도리티고개까지 3.2㎞를 ‘마틴거리’로 지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천안삼거리’도 같은 지점에 포함돼 있다. 천안삼거리인지 마틴거리인지가 혼동된다.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지도’에서도 그곳 일대는 ‘마틴’으로 표시돼 있다.
주일원 의원은 “천안삼거리 하면 어디를 떠올리냐”고 질문했다. 천안삼거리는 말 그대로 천안삼거리가 돼야지, 마틴거리로 불리면 안된다는 물음이다. 1번국도 옆에 ‘마틴의거리’라는 표석이 크게 세워져 있음을 지적한 주 의원은 “지금은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천안삼거리가 자칫 마틴의거리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밝히며 표석을 옮기는 것이 어떤가 제안했다.
이에 한상국 건설도시국장은 “마틴의거리가 원삼거리와 인접돼 있어 지명위치가 혼동스러울 수 있다는데 공감한다”며 “한국자유총연맹이나 향토연구회와 협의·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마틴거리로의 명명을 추진했던 쪽에서는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마틴거리’ 표석을 옮기든, 앞쪽을 ‘천안삼거리’로 뒤쪽을 ‘마틴거리’로 하든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천안삼거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틴거리’라는 것은 행정명 등 공식명이 아니라 상징명으로 지어진 것으로 ‘가로표기’ 정도의 역할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마틴거리측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렇게 천안삼거리가 중요하다면 왜 이 일대를 천안삼거리로 지정하지 않고 구성길로 돼있냐’고 지적했다. 요즘은 포털사이트의 상세지도나 도로명 등이 지역찾기에 일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거리주변 도로를 ‘천안삼거리’로 하든 ‘천안삼거리로’로 하든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주 의원은 “잘 협의해 마틴대령의 숭고한 정신도 기리고, 삼거리공원도 훼손되지 않도록 위치를 옮겨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틴거리측도 삼거리공원의 중요성에 한국전쟁시 낯선 천안에서 고귀한 피를 흘린 마틴대령의 넋을 조그맣게라도 기념할 수 있길 바랐다.
한편 한국전쟁 당시 이곳 일대 ‘마틴거리’는 북한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마틴 미군대령이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다. 이같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국자유총연맹과 향토연구회는 2005년 7월 천안시에 ‘마틴거리’로 명명해줄 것을 건의했고, 시는 2006년 7월 주민의견 청취와 천안시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