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만씨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발을 내보이고 있다.
천안의 명산, 광덕산(699m)이 좋다지만 하루 멀다하고 정상을 ‘찍는’ 사람이 있다.
두정동에 위치한 (주)바이오시스템즈 상무이사인 민경만(51)씨는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로 밤이나 새벽, 광덕산을 오른다.
“42분까지 타봤습니다. 좀 빠르다는 사람이 50분대인데, 아마 열손가락에 들 겁니다.”
이 정도면 ‘날다람쥐’라는 별명이라도 붙을 듯.
하지만 ‘그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되긴 좀 부족하다. 민경만씨가 광덕산을 좀 탄다 하는 사람들이면 다 알려진 광덕산의 스타가 된 것은 바로 ‘맨발등산가’라는 점이다.
주차장에 내려서서 눈만 없다면 ‘무조건 맨발’이라는 그. 한겨울, 찬바람 씽씽 불어도 아랑곳 없다. 웬만큼의 추위에도 반바지 차림이라는 그가 일주일에 두세번씩 맨발투혼을 불사른지도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
맨발등산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돌투성이 산을 맨발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자학과 오기의 소산물이기도 하다.
“처음엔 돌과 자갈을 밟는 발바닥은 물론이고, 엄지발가락이나 발뒷꿈치가 돌부리에 걸려 부러지고 찢어지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쫙 흐릅니다. 찧은데 또다시 찧게 되면 죽을 맛입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했죠.”
그가 맨발등산을 하게 된 것은 그리 즐겁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던 생활, 어느날 친구사업이 망하면서 자신이 투자한 돈과 그 외적 책임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낙담과 실망도 잠시,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에게 주변의 친구와 지인들이 슬금슬금 피하는게 느껴졌다. ‘술친구는 많아도 진짜 친구는 없다더니’ 두 번 절망감이 찾아왔다. ‘내 그냥 죽나 봐라. 보란 듯이 일어서 보일테다.’
지인의 소개로 광덕산을 타게 된 그에게 ‘맨발투혼’은 상징적인 싸움이 됐다. ‘성공할 때까진 절대 신발을 안 신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이후 악착같은 오기는 사라졌지만, 맨발을 그만 둘 수 없었던 것은 건강에도 이롭고 이미 습관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등산 초기때는 반신마비 증세까지 찾아왔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뻗자 몸까지 망가지게 되는 거죠.” 자신을 어렵게 했던 친구는 지금도 친구지만, 자신이 어려워할 때 피했던 친구는 이제 친구가 아니다. “그 사건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내게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해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사건이기도 하죠.”
민경만씨는 자신과 같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거든 “산을 타라”고 권했다.
“인생은 산을 타는 것과 같습니다. 산을 타면 자연적으로 긍정의 힘을 얻게 됩니다. 사기(邪氣)는 몸 밖으로 발산됩니다. 산을 타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새 인생을 얻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