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음봉면 소동리 소동공소 주변은 구절초 세상이다.
‘따고 씻고 찌고 말리고…’
여느 노랫가사가 아니다. ‘구절초 꽃차’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아산 음봉면 소동리는 ‘소동공소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비 마련에 온 마을이 분주하다. 특히 구절초가 화사하게 피는 10월부터 ‘즐거운 고행’이 시작된다. 공소란 말은 성당이 들어서기엔 규모가 적은 곳으로, 신부도 없다. 그래도 산골짜기 마을로는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서 미사를 드릴 수 있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이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구절초 꽃차’는 타지역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모방했다. 하지만 따서 건조하는 방식이 아닌, ‘씻고 찌는’ 과정을 추가했다.
“무엇보다 씻는 것이 제일 힘듭니다. 잎이 떨어질까 조심해야 하고, 행여 먼지라도 다 떨어내지 못했을까 싶어 다섯 번을 씻어내니까요.” 윤주훈(57) 공소회장은 소탈하면서도 섬세한 그의 성격 만큼이나 청결함을 강조한다.
찌는 과정이 추가된 것은 꽃향기 때문이다. “그냥 따서 건조한 걸 마셔보니 향기가 없더군요. 그래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죠. 쪘더니 한결 꽃향기가 묻어나옵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거라 실패도 많았다. 많이 쪄도, 적게 쪄도 문제. 결국 일정한 온도에서 ‘1분30초’를 찌는 것이 적합하다는 걸 찾았다.
1병에 3만원, 2병에 5만원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소동공소. 처음 목조건물로 시작해 10년 전 3번째 지은 건물이다.
소동공소가 자리잡은 소동3리 마을은 ‘구절초 마을’이기도 하다. 구절초가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면 마을 전체가 구절초로 뒤덮이고 향기가 진동한다.
한때 가시덤불만 무성했다는 마을은 2007년 평신도 임진강 선교사가 오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소동1·2·3리와 쌍용1리, 쌍암1리 전체 천주교 신자는 현재 150여명. 한때 340명에 이르렀지만, 가까운 지역에 편입되고 하면서 줄어들었다.
2007년 임 선교사가 마을로 찾아들면서 그를 구심축으로 재부흥기를 맞았다. 소동3구는 현재 40가구중 95%가 신자다. 가시덤불은 차츰 구절초와 각종 야생화로 탈바꿈해 나갔다. 그런 좋은 변화의 흐름 속에 내년 ‘소동공소 100주년’을 맞는다.
“구절초 꽃차는 마을회비를 위한 노력이 아닙니다. 소동공소 100주년을 위해 사용될 예산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시작했죠. 가난한 시골마을에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이리저리 머리를 써서 고민한 결과 구절초 꽃차를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 한 거죠.”
‘공소설립 100주년’을 위해 여러 사업이 준비돼 있다. 책도 발간해야 하고, 피정(성지순례)도 가야 한다. 기념행사는 물론 소동공소나 마을단장 등 기타 크고작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구절초 꽃차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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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작용 촉진.
-진통 소염작용이 강하나 내성은 없다.
-소화를 돕고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튼튼하게 한다.
-만성기침 감기에 탁월.
-정신적 안정과 두통·탈모예방에 좋다.
-냉증을 치료하며 소음태음체질에 좋다.
-치통이 그친다.
-독감 균과 약의 독성을 중화시킨다.
-몸을 덥혀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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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처음 구절초 꽃차를 만들어 500병을 팔았다. ‘한병에 3만원, 두병에 5만원’의 가격을 붙였다. 백방으로 뛰어 팔았지만, 필요한 돈에는 훨씬 못미쳤다. 올해는 지난 10월 초순에서 말까지 하루평균 열댓명이 구절초를 채취해 만든 것이 ‘1500병’.
시골 조그마한 마을에서 시작했지만 ‘구절초 꽃차’ 판매경로를 뚫는다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아는 사람들에게 내밀기로는 더욱 힘들어요. 원해서 사시는 건지, 아님 사주시는 건지…, 괜히 부담드리는 거잖아요. 근데 팔기는 팔아야겠고, 좋은 뜻에서 하는 거고, 정성을 다해 몸에 좋은 꽃차를 만들었으니 많은 분들이 알고 필요에 의해 사셨으면 좋겠네요.”
윤 공소회장은 마을주민들을 대표해 ‘구절초 꽃차’를 권했다. 한병에 220여개의 꽃송이가 들었고, 기호에 따라 1·2송이를 따뜻한 물에 넣고 세 번 정도를 마시면 적당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내어놓은 꽃차를 보니 차 속에 투명한 구절초 한송이가 곱게 피어난다. 향기도 좋고, 차맛도 괜찮은…, 가을을 베어무는 맛이 일품이다.
구입문의/ 임진강 선교사(010-6419-7979)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