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박물관이 ‘제6기 역사문화대학’을 시작했다.
10월4일부터 12월13일까지 모두 10회(주1회)로 진행되는 이번 역사문화대학의 주제는 ‘선비로 본 조선문화’다.
지난 4일 첫 강의에는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조선시대 선비의 삶과 선비정신’을 얘기했다.
강의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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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4일(화)/정옥자/ 조선시대 선비의 삶과 선비정신
10월13일(목)/김기현/ 소유의 삶과 존재의 삶
10월25일(화)/황갑연/ 한국 선비문화의 근원인 유가철학의
근본정신과 극복과제
11월4일(금)/신두환/ 왜 또다시 한자문화인가?
11월11일(금)/신두환/ 왕을 꾸짖은 선비, 정의의 문학 ‘상소문’
11월18일(금)/백두현/ 한글편지로 본 조선시대 선비문화
11월22일(화)/윤사순/ 선비의 모델-퇴계·율곡
11월29일(화)/조구호/ 문학작품에 나타난 선비
12월6일(화)/이해준/ 선비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유교문화
유산의 활용
12월13일(화)/진준현/ 문인화(선비그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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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조선시대 지식인은 선비로 이해되고 있다. 선비는 오늘날의 왜소한 지식인이 아닌, 꼿꼿한 지조와 강인한 기개, 옳은 일을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던 정신력, 항상 깨어잇는 청정한 마음가짐으로 귀결된다.
선비란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단단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외유내강형’의 인물상이다. 청빈을 미덕으로 삼아 검약을 실천하는 청빈검약의 생활철학을 가진 사람이 선비다. 호화와 사치는 금기사항이며 국가사회의 공적(公敵)으로 치부됐다.
선비가 지향하는 가치는 학문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학행일치’의 방향성이다.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길 때에 비로소 그 배움이 의미를 갖게 된다고 인식했던 것이다. 그 실천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있다면 ‘의리’와 ‘명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선비는 일에 임해 명분과 실리를 합치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양자의 합치가 어려울땐 명분을 택하는 것이 선비로서 살아남는 길이기도 했다.
또한 의리를 지키되 인정과 조화시키려 노력했다. 의리만을 따진다면 세상살이가 삭막하고 메마르기 쉽다. 인정만을 베풀면 기준이 없이 혼란스러워지므로 의리와 인정을 적절하게 보합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추구했던 것이다.
선비의 멋은 무엇보다 학문과 예술을 일치시키려는 ‘학예일치’의 정신에서 빚어졌다. 선비는 시·서·화를 교양필수로 했기에 생활의 멋을 시나 그림, 글씨로 표현하며 운치있는 삶을 꾸렸다. 하지만 이들의 풍류생활을 가능케 한 조건은 물질적·정신적 여유와 생활조건에 기초했다. 선비의 삶의 공간도 그 조건중의 하나.
결론적으로 선비란 지식종사자에 불과한 오늘날의 지식인보다 확대된 역할을 했다. 지식과 교양을 갖춘 인문학도로 학예를 겸수해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지성인이었던 것. 앎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최선을 다하고, 배운 것은 실천을 통해 실현시키려 노력하며 치열하게 살다간 이상주의자로 볼 수 있다.
천안박물관은 이같은 ‘선비정신’이 단순히 역사를 이해하는 것 외에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른 인간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10회에 걸친 선비특강을 준비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