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0만이 안되는 인근 아산시는 벌써 ‘도로변 띠녹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천안은 아직 한군데도 없다.
천안시도 ‘가로변 띠녹지’를 둘 수 있을까.
“수원, 안양, 성남, 부천 등 50만 이상 도시는 대부분 다 가로변 띠녹지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9월26일 만난 박찬진 시 공원산림과장은 천안시도 이제 띠녹지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가로변 띠녹지’란 가로변 도로와 보도 사이에 키 작은 관목류를 식재해 푸르고 쾌적한 가로녹지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인근 아산시는 인구 30만이 안되는 데도 벌써 띠녹지를 두고 있다.
가로변 띠녹지를 두면 무엇이 좋을까. 우선 도로와 인도가 차단됨으로써 안전한 보행권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인도로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을 막을 수 있으며,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행위도 예방할 수 있다. 나무가 심겨져 푸르고 쾌적한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고, 도로에서 밀려드는 먼지 등도 차단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런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천안시가 그간 띠녹지를 두지 못한 것은 인도가 넓어야 하고, 관리상의 번거로움도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다가 무단횡단을 통한 띠녹지 훼손이나 상권침해로 보는 상인들의 불만도 문제로 남아있다.
성무용 시장 ‘띠녹지 시행’ 지시
가로변 띠녹지 사업을 구상한 곳은 ‘서북구청’이다.
내년도 2012년 시책구상에서 서북구 산업환경과 공원산림팀이 가로변 띠녹지 조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조성기간은 3월부터 5월로, 우선 시청로 2.2㎞ 구간(불당원형육교~백석로)이다.
이같은 띠녹지를 조성하기까지는 2억2400만원이 들 것으로 투입예산이 부담되고 있다.
서북구 산업환경과 오병상 공원산림팀장은 “인도개설시 띠녹지를 두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지금은 기존 보도블럭을 철거하고 경계석을 설치해야 하는 등의 추가비용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식재수종은 화살나무나 사철나무, 쥐똥나무 등 관목류가 될 것으로, 비용부담을 고려해 시가 양묘장에서 자체 생산해 나갈 방침이다.
서북구청은 내년을 기점으로, 2013년에는 번영로(번영로 지하차도~운동장사거리) 2㎞ 구간, 2014년에는 백석·동서대로(운동장사거리~서부대로) 구간 1.9㎞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은 아직 구상단계로, 시 예산부서와 시의회 심의를 통과해야 가능해진다.
서북구의 가로변 띠녹지 사업구상은 성무용 천안시장의 관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주요업무추진상황보고시 성 시장이 “쌍용대로라든지 한번 띠녹지를 생각해봐라”고 주문한 것.
하지만 가로변 띠녹지는 사람이 적게 다니는 시청로나 번영로 등에 먼저 심기게 된다. 효율성으로 보면 사람들이 빈번히 다니는 주요도로변을 대상으로 해야 되지만, 서북구청은 시범적인 사업임을 들어 첫 도심 띠녹지를 시청로로 잡았다.
본청 공원산림과측은 ‘주민들이 무단횡단 등으로 훼손 우려가 있어 사람이 적은 곳부터 단계별로 가는 것이 낫다’고 공감했다. 서북구청 오병상 팀장도 “우선적으로 시청로를 하고, 그곳과 연계해 주요도로변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천안은 해마다 100만그루 넘게 나무를 심어오고 있다. 올해부터도 2014년까지 4년간 500만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림사업이나 국토공원화사업, 건축조경 등에 사용되면서 도심 내에 심기는 것은 일부분. 이같은 현실을 아는 성 시장은 “나무는 많이 심는데 도심에 나무가 없다”며 “도대체 어디에 심겨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찬진 시 공원산림과장은 이번 서북구청의 띠녹지사업에 기대를 하고 있다. 서북구청이 시작한 걸 계기로 본청 공원산림과도 내년쯤에 사업구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체계적인 띠녹지 사업을 위해서는 관련 부서별로 ‘협의’를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신생 택지사업구간은 띠녹지를 위해 처음부터 적정한 인도폭 확보와 향후 띠녹지 사업을 위한 예비공사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도심에도 어느 곳부터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과별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