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흥타령춤축제는 짧은 기간 성공한 축제로 알려져 있다. 축제기간 관람객이 120만명이고, 경제유발효과가 200억원이 넘는다는 천안시측 분석 외에도 문화관광부가 ‘최우수축제’로 지정한 것은 그같은 무게감을 던져주고 있다.
천안시가 흥타령춤축제에 사용하는 시예산은 20억원이 넘는다. 전국에서 그같은 예산을 쓰는 지자체가 어디 있을까 하는 점에서는 의문점도 든다. 항간에 ‘돈을 많이 들였으니 그렇지(좋은 평가) 않냐’고 비아냥하기도 한다. 한 시의원은 “흥타령축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다면 과장된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 도대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바로 알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올해 예년의 흥타령춤축제를 많은 부분 보완·개선했다. 다양한 경로에서 비판한 내용을 새겨듣고 필요하다고 공감되는 부분에 수정을 가했다. 한 예로 ‘거리퍼레이드는 야간에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예전, 주간에만 두 번 하던 것을 주간·야간 1회씩 하다 올해는 아예 야간에만 2회로 과감한 수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흥타령축제기간인 10월6일 ‘천안시 축제발전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좋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전문가들은 ‘그ㅐ도 아직 춤페스티발의 세계화는 멀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문가들이 그같은 근거로 든 것들은 무엇이며, 올해 얼마나 반영되고 개선의 노력이 보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퍼레이드형 춤경연’ 지적
오순환 한국문화관광연구소장은 천안 흥타령춤축제에 대한 평가에서 ‘퍼레이드형’이라고 지적했다. ‘흥타령’이라고는 하나 공감도 안되고 흥도 안난다는 견해를 내놓으며, “몇년을 봐도 분명치 않은 것이 흥타령의 정체성”이라고 꼬집었다.
똑같은 프로그램도 때와 장소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세계화를 꿈꾸는 흥타령축제에 대해 “외국팀을 초청하면 국제화인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초청경쟁이 비용을 상승시키고 원래 축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놀이프로그램 확대를 비롯해 야성이 지배하는 야간시간 확대, 난장이 가능한 마당형태의 닫힌 공간 활용, 마지막 시간을 대동놀이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올해도 외국팀 초청이나 불분명한 정체성 등은 기존과 큰 변화없지만, 천안시는 야간시간을 확대하고 마당형태의 공간활용, 대동놀이로 종료하는 등에서는 일부 받아들여 변화를 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규자 한양대학교 교수는 축제의 고유성과 정체성 확립을 주창했다. 단기적인 이벤트성 행사의 남발보다는, 전반적인 자료수집을 통해 천안의 고유한 역사적, 지역적 특성을 찾아 축제콘텐츠에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마추어를 전문가 집단과 구별해, 좀 더 많은 춤 마니아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경연이냐 축제냐를 놓고 좀 더 고민이 필요한데, 흥타령은 축제에 맞춰진 부분이 더 강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래서 경연 자체의 중요도를 높이지 않고, 전국의 내노라 하는 춤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얼마나 참여하는지 구체적인 파악조차 돼 있지 않은 듯.
‘춤경연’이라면서 내실은 축제 성격을 띠는 것은 흥타령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지진호 건양대학교 교수는 천안흥타령축제의 국제화 전략을 언급했다. 그가 성공사례로 내건 것은 독일 옥토버페스트와 중국 청도 맥주축제, 국내 보령 머드축제다. 흥타령축제도 국제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처럼 보여주기에서 머물지 말고 ‘체험하는 축제’로 체질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제화에 성공한 국내축제와의 공동마케팅 협력체제 구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전문가들의 조언이 모두 ‘정답’이 될 순 없지만, 이같은 문제제기와 발전방향에 대해 좀 더 고민한 흔적과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흥타령춤축제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어떻게 부합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설문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