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산 김월식(51)이 10월7일(~13일까지) 천안시민문화여성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성정동에서 취산서실을 운영중인 그에게 봄햇살이 찾아들었다. 일년도 4계절에, 방향도 4방위가 있건만 그의 개인전은 ‘일생에 3번’이면 족한다는 생각.
두 번째는 환갑이 되고, 세 번째는 고희가 될 개인전이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전시회를 준비했다. 촛불처럼, 때론 연탄재처럼 활활 타오른 후엔 재만 남아 흩어지는 그런 전시회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서예는 어릴적부터 시작했지만 문인화를 시작한 건 15년 전. 서당을 운영하신 증조부의 영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도전보다는 만족하는 삶을 원했기에, 그의 삶에 큰 굴곡은 없다.
하지만 대학과 여성회관, 동 주민센터, 화실에 제자를 두고 스스로도 열심히 정진해왔다는 자부심은 있다. 그의 제자중엔 신사임당 문인화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쥔 실력자도 있다.
오랜 열망과 인내 끝에 자신의 이름을 건 첫 ‘개인전’에 그는 무엇을 담았을까.
‘내 고향/ 단양하고도 병풍같은/ 삼태산 마을 어상천/ 어린 시절이 그리워…’
그가 담은 것은 바로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어릴적 토끼를 키운 그리움이 토끼를 등장시킨 ‘선’이란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올해가 토끼해란 점에서 표제로 선택하기도 했다. 그의 고향 단양의 산천을 노래한 작품, ‘새아침’이 있고, 어머니의 기막힌 오이무침을 생각하며 그린 ‘어머니의 반찬’도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도 ‘김장하는 날’이나 ‘아내의 솜씨’, ‘찬란했던 날’, ‘청학’ 등 그의 유년시절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실력을 닦고 소재를 찾는데 5년을 준비했고, 2년 전부터 작품에 돌입해 수십점을 완성했죠. 아직 미완성의 그림들도 있는데…, 이번 개인전은 이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지난해 초봄경, 기자에게 “내년쯤엔 서울과 천안에서 개인전이라도 열어볼까 한다”고 귀띔했던 것을 결국 실행하는 그. 즐거움과 떨림이 얼만큼 클까. 천안전시에 앞서 그는 21일(수)~27일(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6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직업과 취미가 같으면 삶의 질 만족도도 높다진다고 했던가. 부모님의 뜻대로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결국 손때 묻은 붓을 잡고 인생을 설계했던 그. 좋아서 하는 일에 나날이 향상되는 실력은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우수상’, ‘충남미술대전 대상’, ‘강암서예휘호대회 최우수상’, ‘신사임당·이율곡서예대전 대상’, ‘추사휘호대회 차상’ 등의 상복을 타게 됐다. 그의 이런 이력은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를 비롯해 경기도·충남 미술대전과 안견미술대전 등 굵직한 미전의 심사를 맡고 있다.
92년도쯤엔가 서예학원을 운영하며 8년 여를 보낸 후 자신의 호를 딴 취산서화실을 열었다. 문인화란 우물에 빠지면서 서예는 점점 낯설어져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 그의 낭만이 매·란·국·죽 등에서 활짝 열매를 맺고 있다.
“먹향이 좋아 붓을 잡았건만 세월만 흘려보낸 것 같다. 그래도 한올한올 좋은 명주실을 뽑아내는 누에처럼 나의 붓질도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2007년 신사임당·이율곡 대상작가초대전에서 이같이 심경을 밝힌 그가, 이제는 첫 개인전을 열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