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북중학교 교사, 신상구씨가 국내에서 두 번째로 ‘국학박사’가 됐다.
학위논문으로 택한 것은 ‘태안지역 무속문화연구’로, 그가 2002년 태안에서 3년간 교편을 잡은 것이 인연이 됐다. 그가 조사한 90여명의 무속인들은 대부분 여자 무속인이었으며, 선굿보다는 앉은굿 일색인 점이 특징이다. 또 다른지역과는 달리 무속인의 원조격인 단군성조를 신당에 모시고 무업하는 법사나 보살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천안의 무속인에 대해 연구해보려 시도했지만, 태안과는 달리 조사규모가 너무 방대하고 기본적인 자료조차 없다는 점, 게다가 시행정에 기대기가 어려워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바쁜 교사직업 속에서도 공부가 가능했던 것은 인근 목천읍에 소재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천안 아우내 단오축제’란 주제로 책을 썼으며, ‘천안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등 주요논문 43편을 작성한 실력파이자 노력파다.
그를 보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란 책이 생각난다. 배낭을 짊어지고 이상한 지팡이를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마을 저마을로 걸어다니기만 하는 좀머씨.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는 은둔자의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책이다.
신상구씨의 바쁜 모습이 좀머씨와 닮았다. 학교 하쪽 귀퉁이 공간을 작업실 삼아 매일 늦은 밤까지 일에 몰두하는 그. 조사를 위해 몇시간이고 천안 관내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생활이 십수년을 넘겼다.
어느 겨울의, 작업공간은 추위로 손이 곱을 정도였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천안교육장상을 비롯해 충남교육감상,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교육부장관상, 국무총리상 등 그 노력의 결과인 수상내역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벅차다.
"내가 써놓은 글이 10권 분량을 넘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이유로 책을 낼 수가 없어요. 행정적인 지원 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지역에서 열심히 조사`연구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