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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싶은거리 ‘변화를 두려워마라’

천안역~방죽안오거리 1단계… 교통 유지, 사람·상권 활성화 기대

등록일 2011년09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용역기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자문위원들.

천안시 대흥로를 ‘걷고싶은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기본·실시설계용역 중간보고회가 지난 8일 열렸다. 박윤근 부시장 주재로 열린 이날 보고회는 2시간 가까이 열띤 의견을 주고받았다.

‘경쟁력 있고 특색있는 거리’를 만드는데 있지만, 걷고싶은 거리가 바탕에 깔려있다. 무질서한 가로환경, 가로시설물의 노후화, 잠식당한 보행공간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보행자의 쉼터와 볼거리 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또한 천안 흥타령춤축제와 연계해 누구나 찾고싶어하는 세계적인 거리로의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일조하고자 하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천안시가 하려는 걷고싶은 거리 사업은 이미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추진·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구 동성로’의 걷고싶은 거리는 62억을 들여 2010년 2월에 완공했다. 이곳은 야외무대와 광장조성, 바닥분수, 조경식재 등을 통해 유희와 휴식을 제공했으며, 인접 상권을 같이 계획해 다양한 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패션거리’도 각종 부대지원 서비스와 주차시설을 강화하고 이벤트 공간을 마련해 새로운 패션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파리 몽테뉴에비뉴’라든가, 심플한 거리디자인으로 쇼핑과 휴식을 편히 즐길 수 있는 ‘뉴욕 소호거리’ 등이 있다.

중간용역보고 자리에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전체적으로 낙후된 거리

용역기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흥로는 다양한 분포의 상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인근 학교의 영향권으로 학원, 서점 등 교육기관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또한 휴대폰 가게가 많고, 애견샵 등 주로 젊은층을 겨냥한 상업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대흥로 이용주민 1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열악한 교통시설과 전체적으로 낙후된 거리로써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는 공공시설물과 보행시설을 꼽았으며, 야간시설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흥로를 조사한 후 용역기관은 몇몇 문제점을 발견했다.

불규칙한 보도패턴이 이용자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분전함의 대부분이 보행자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됐다. 공공시설물이 디자인적인 부분을 포함해 통일화되지 못했고, 벤치부족에 따른 커뮤니티 공간의 부재는 관심저하로 나타나고 있었다. 체계화되지 못한 옥외광고물은 시각적 공해를 일으키고, 가로수인 은행나무는 너무 커 전체적으로 거리경관을 차폐하는 현상을 보였다. 도로변에 위치한 학교 축벽과 방음벽도 벽면녹화를 통해 거리미관을 향상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흥로는 교통이 집중돼 있는 곳으로 도로기능의 효율화도 관건. 특히 ‘도로다이어트’ 시행시 도로의 안정성이나 교통사고는 줄어들되, 주행속도가 감소되는 문제도 안고 있다.

교통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불합리한 교차로 운영 등으로 소통력이 떨어지고 정체현상을 빚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같은 문제는 다양한 이견을 던져주고 있다.

버스는 되고, 자가용은 안되고

용역기관의 보고 후 자문위원들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특히 걷고싶은 거리를 둠으로써 교통정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을 우려했다. 가뜩이나 교통의 중심도로 기능을 수행하면서 평상시에도 막히는 구간이 더욱 차량통행을 어렵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교통편의와 걷고싶은 거리란 두가지 측면을 모두 살리기에는 어렵다는데 공감했다. 박 부시장도 “교통문제를 계속 거론하면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 버스가 몇 대 지나가고 해서 문제라기보다 어떻게 해야 잘 될까를 얘기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흔들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즉 현 상태로 최대한 교통편의를 유지하되 사람과 보행이 중심되는 사업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선 한상국 건설도시국장이 나서 “자가용은 안 들어오게 하고, 일방통행도 괜찮지만 주민반발로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하며, 버스는 그대로 다녀야 한다. 좁은 골목길이 너무 많은데 현재 다 허용하고 있는 좌회전을 못하게 하는 것도 검토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변화를 수용하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상인들의 상권에 대한 근심도 엿보였다. 걷고싶은 거리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자문위원은 “사람들이 겁내서 못하는데, 하면 사람이 더 많다. 장사가 훨씬 잘된다”고 했고, 또다른 위원은 “주차장이 300미터를 벗어나 있는데도 걷고싶은 거리에 사람이 바글바글해, 결국 장사가 잘된다”며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박 부시장도 대전 중구청 걷고싶은 거리를 예로 들며 “상인들이 다 죽는데 했는데 차 한 대 못다녀도 청소년들로 메워진다”고 전했다.

자전거도로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시민단체측 등은 주변 하천과도 연계하며 자전거도로를 둘 것을 건의했지만, 한편에선 많은 사람들이 걷고싶은 거리를 이용하게 되면 자전거 사고위험만 커진다고 문제삼았다.

이외에도 공공화장실 설치와 간판정비, 문화적 소통을 위한 기반시설, 물결처럼 도로를 틀어주는 방법 등이 모색됐다. 박 부시장은 “걷고싶은 거리는 일단 사람이 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덧붙여 “첫째 자연스러워야 하고, 둘째 나무가 많아야 하며, 셋째 간판정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 상인들의 주민협의체가 협조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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