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면 운용리 사방댐. 노천수영장처럼 생긴 곳은 70㎝밖에 안 돼 어린아이들 물놀이 하기에 적격이다.
지난 7일과 8일 제9호 태풍 ‘무이파’로 경남 하동군은 100여건의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 악양면 지역의 산사태 조사결과 사방댐이 설치된 곳은 막대한 토사유출을 막아 산사태 피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사방댐 한 곳이 5톤트럭 500대 분량(2400톤)의 토사를 막는 효과가 있다.
강원 춘천시 서면에 설치된 사방댐도 7월 말 집중호우를 견뎌냈다. 산중 곳곳에서 토사가 밤새 쏟아져 내렸지만 마을 바로 앞 사방댐은 7m 댐 안에 토석 1500톤 가량을 가둬놓은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댐이 아니었다면 계곡 하류의 7·8가구가 모두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방댐의 고마움은 원주시 문막읍에서도 발생했다. 사방댐으로 인해 농경지 침수와 도로유실 등의 피해를 막은 것이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강원도내에 설치된 사방댐은 모두 1006개. 올해도 257억원을 들여 94개의 사방댐을 설치했다.
지난달 말 집중호우로 170건의 산사태가 일어나 16명이 숨지고 298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경기도도 산사태 피해예방에 사방댐이 매우 효과적임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10년간 사방댐 500개소를 추가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중호우 등으로 산사태를 경험한 지자체들은 대체로 사방댐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사방댐의 맨 윗공사에서 작은 규모의 토사는 1차 걸러진다.
방대한 토사물 쏟아져도 ‘끄덕없어’
천안시 사방댐 현황(33개소)
|
1992년/ 광덕 광덕리1
1994년/ 성거 천흥리1
1996년/ 병천 관성리
1997년/ 광덕 광덕리2, 성거 천흥리2
1998년/ 풍세 삼태리
1999년/ 입장 호당리
2003년/ 광덕 지장리1
2004년/ 북면 납안리
2005년/ 북면 사담리
2006년/ 북면 양곡리
2007년/ 북면 덕전리, 입장 양대리1, 북면 납안리1, 북면 납안리2
2008년/ 광덕 원덕리, 목천 송전리,
2009년/ 풍세 삼태리, 광덕 지장리2, 광덕 광덕리3, 목천 남화리, 성거 천흥리3
1010년/ 광덕 지장리3, 광덕 지장리4, 북면 양곡리, 북면 운용리, 목천 송전리
2011년(일부 추진중)/ 입장 양대리2, 북면 납안리, 유량동, 광덕 광덕리, 광덕 원덕리, 병천 관성리, 저수댐1개소(광덕 광덕리)
|
사방댐은 사전적 의미로 ‘산사태나 홍수를 막기 위한 둑’이다. 사방댐은 큰 계곡에서 급류가 강바닥을 파고 양쪽 산기슭을 깎아서 산사태를 일으키는 것을 막고 토사가 흘러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드는 댐이다.
사방댐은 전국 어느 지역이나 공법이나 기능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산자락 마을의 상류계곡이 집중호우로 범람할때 발생할 재해를 막고자 하는 것으로, 보통 2단계로 걸러진다. 먼저 상류쪽에 작은 규모의 물막이 보를 만들고, 아래쪽에 대형규모의 보를 둔다. 위쪽에서 토사나 나뭇가지 등을 1차 걸러주고, 그보다 몇배 이상의 토사물이 넘쳐 내려오면 높이 3.5m, 폭 30m의 대형 웅덩이가 흡수한다. 계곡폭은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2400톤 분량의 토사를 담아낼 수 있는 용기가 준비돼 있는 것. 이런 이유로 사방댐은 특히 토사물의 위협에 획기적인 차단책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늘 아래 평안한 동네’라는 천안시는 전국에서도 천재지변의 피해가 거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예전에 도심지와 외곽 일부 지역에 홍수범람의 피해가 있었지만, 준설작업과 정비로 더 이상 심각한 피해지역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천안시도 한때 집중호우로 계곡물이 불면서 토사위협이 하류마을을 불안에 떨게 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성거 천흥저수지 주변에는 현재 3개의 사방댐이 건립돼 있다. 사방댐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천안산림조합의 오종석 조합장은 사방댐에 대한 인식이 언제 바뀌게 됐는지 이야기했다.
“사방댐에 대한 인식은 강원도에서 발생한 사건에 의해 발단됐다. 어느 해 집중호우시 인근 두 마을이 비교됐는데, 한 마을은 쑥대밭이 됐지만 사방댐을 설치한 마을은 아무 피해가 없었다. 피해가 없던 이유를 조사하다 보니 사방댐이 방대한 토사물을 막아줬기 때문이었다.”
천안도 산림조합과 천안시의 적극적 사업의지로 매년 몇건씩 취약지역에 건립하고 있다.
천안시 사방댐 ‘친환경 시공’ 강조
산림재해 예방과 산사태 등 산림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방사업에 천안시는 올해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진화헬기 취수원 확보를 위해 광덕면 광덕리에 물가두기댐(저수댐) 1개소와 5개소의 사방댐, 광덕면 원덕리 계류보전 0.5㎞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또한 사방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를 위해 사방댐 준설사업 5개소, 사방댐 안전조치사업 1개소를 실시해 사방시설물에 대한 사후관리에 힘쓰고 있다.
특히 친환경 사방댐 시공에 노력하고 있음도 밝혔다. 유량동 사방댐 공사장에서 만난 박건서 산림보호팀장은 “기존 콘크리트 사방댐 방식에서 탈피하고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위한 전석사방댐 시공과 사방댐 주변 수목식재 및 자연적 재료를 활용해 친환경 사방댐 시공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수댐도 천안 최초로 광덕 광덕리에 1개소를 설치했다. 사방댐보다 5배 정도의 물을 담아둘 수 있는 규모의 저수지로, 산불발생시 헬기로 불을 끄는데 필요한 물을 공수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김학수 기자>
사방댐 현장을 찾다
북면 운용리 사방댐은 아래쪽으로도 물을 흘려보내 수위가 얕다.
|
사방댐 설치로 물놀이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
입장면 양대리라는 마을은 마을 뒤편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예전에는 고기도 잡고, 여름철엔 수영도 하며 즐겼다. 계곡물은 깊지 않으나 산줄기를 따라 내려오는 물줄기는 제법 시원하다.
계곡은 마을주민들에게 즐거운 놀이터였지만 한편으로 여름 집중호우시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는 위험요소로도 존재하고 있었다. 천안시 산림조합은 그같은 문제해결의 열쇠가 사방댐에 있음을 판단, 국비를 확보해 추진중에 있다. 예산은 산림청의 심의위원회를 거쳐 국비 50%와 시·도비 각 25%씩 투입, 개당 1억에서 2억원 안팎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양대리의 계곡물은 마을을 가로질러 흘러가고 있었다. 평상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이 많진 않지만 30m 가까운 폭이 마을 앞에서는 무척 협소해졌다. 만약 타지역의 예처럼 갑자기 800㎜ 물폭탄이 내린다면 마을이 온전하지 못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사방댐은 거의 완공단계에 있었다. 사방댐 설치로 웬만한 물폭탄을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종 재난으로 이어지는 토사물이 밀려 내려와도 큰 문제는 없을 듯. 오종석 산림조합장의 자랑이 이어졌다.
“견고하게 쌓았는지가 불의의 사고를 막아줄 수 있기에 가급적 최고의 실력자를 데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니 작은 틈도 없이 견고해 보인다.
북면 운용리 사방댐은 지난해에 완공해 아무 불편없이 사용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물길이 아래로도 뚫려있어 평상시 물높이가 얕고, 정자를 세워 휴양지로도 손색없다. 현장에는 서너팀의 가족들이 정자와 주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대리와의 차이점이다. 산림조합의 유병기 상무는 “지금은 얼마 없지만, 얼마 전만 해도 물놀이와 휴양차 찾는 이들이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했다.
유량동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뒤편에도 지난 24일 완공한 사방댐이 있다. 상류부의 산사태와 지속적인 토석류 침식으로 종횡침식이 진행돼 사방댐을 설치한 것이다. 이번 공사로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은 지반안정과 토석류 유출방지가 가능해 시설물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됐다.
<김학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