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가고 9월이 다가오는 이때를 늦여름이라 할까, 초가을이라 해야 하나.
올 여름은 ‘비’만 맞다 볼장 다 봤다. 사나흘 무더위를 느껴본게 두 번 될까 하고, 열대야는 맛보지도 못했다. 매년 맞는 계절이 ‘요상’하게 돌아가면서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먹는 거든 운동이든 습관이 무서운 법. 기후변화로 농작물이 반타작되듯 사람들의 건강도 좋지 않다.
차문화협회 천안지부의 전재분 지부장은 ‘차(茶)’로 건강한 여름나기를 권장한다. 감기가 걸리거나 몸이 허한 사람이 많은 요즘, 여름의 끝머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차 건강학을설파한다.
그가 으뜸으로 권하는 여름차는 단연 ‘연차(連茶)’다. “연차는 한여름 눈과 입, 그리고 마음까지 맑게 하고 기(氣)의 흐름도 좋게 합니다. 은은한 향기로 몸을 가볍게 하는 차지요.”
흐린 물에 자라면서 식물체는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처염상정’의 고귀함을 자랑하는 연은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도 언급되는 약초·음료로 귀한 쓰임새를 갖고 있다.
“정신안정제는 물론 빈혈, 하혈, 위궤양, 위염, 치질, 설사, 야뇨증에 좋은 연(蓮)은 여름철에 꼭 권하고 싶은 음료와 음식이며 차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좋은 차로 ‘청차’도 뛰어나다. 차인들은 더위가 물러가고 청량한 바람 머금은 가을이 다가오면 청차 한 잔이 생각난다. 청차를 즐기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성큼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을이 배어있는 청차는 6월에서 8월 사이에 자라난 찻잎을 이용하는데, 잘 만들어진 청차는 찻잎 고유의 풋풋한 향, 아카시아처럼 가볍게 흩날리는 향, 장미처럼 다채로운 향, 차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속에 깃든 향기까지 전해진다고 한다.
청차는 홍차와 녹차의 중간이어서 차지도 덥지도 않아 가을날의 기후에 적합한 차다. 많이 마시게 되면 피부가 윤택하게 되고 폐에 이로우며 몸에 진액이 생기게 하고 목안을 부드럽게 하며 아직은 여름 더위에 적응한 몸을 추위에 적응할 수 있게 몸을 보호한다고도 한다.
‘더위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차라리 매서운 추위가 낫다는 사람도 많다.
전 지부장은 “연차와 청차 외에도 오장의 기를 보호해주는 오미자차도 있고, 피로회복에 으뜸인 오갈피열매차도 있습니다.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냉말차도 있고요. 이같은 차를 마시면 여름을 잘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