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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갈림터’에 선 유기동물들

천안 한해 유기견·유기묘 1000마리 포획… 대부분 안락사 현실

등록일 2011년08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성환읍 매주리에 있는 유기견보호소 전경.

1·2년된 것부터 많게는 10년 이상된 애완견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있다. 버려지는 애완견은 사회적으로 ‘유기견’으로 불린다. 이들은 사람들에 의해 신고돼 포획되고 주인을 찾는 행정공고가 있은 후 주인을 찾거나 죽음을 맞는다. 문제는 주인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세 마리중 한 마리로 적다는 것. 나머지 두 마리는 안락사된다.

현실에서 애완견은 일명 가족으로 받아들여진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듯 아프면 병원가고, 맛있는 음식(사료) 먹이고 매일 목욕까지 시켜준다. 심지어 옷까지 입히고, 값비싼 수술도 마다않는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는 애완견은 가족 구성원으로 손색없다.

사람은 사회적으로 극악한 행위로 사형선고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조차 사형제도를 없애려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사람에 의해 버림받거나 분실되는 애완견의 경우 대부분 ‘사형선고’를 받는다. 어째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참 이해가 안갑니다. 어떻게 제 자식을 버릴 수가 있는지…, 얘도 10살이 넘었거든요. 너무 먹여서 그런지 심각한 비만이라 걱정이에요. 먹는 건 계속 밝히고, 운동은 안하고…, 버린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죠. 그동안 들은 정만 해도 어딘데….”

쌍용동 주공7단지에 사시는 한 할머니의 말이다. 유기견의 실태를 들려주니 ‘끔찍’하단다. 결국 버릴려면 왜 키우느냐며 “자식을 버려놓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고 일침을 놓는다.

 

 

유기견과 유기묘를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
매년 수많은 개(고양이)가 버려지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그들은 유기견(유기묘)의 삶을 살아간다.
집안에서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이쁨받다, 갑자기 집없는 떠돌이 개(고양이)로 전락하며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그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15마리중 1마리만 원주인 찾아

천안시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유기동물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유기동물이라 함은 애완견(개)과 애완묘(고양이)다.

시에 따르면 한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000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신고·포획돼 처리되는 숫자로, 실제 버려지는 유기견이나 유기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 농축산과 담당자 박종태씨는 “핵가족화 등 사회적 변화로 애완동물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주인으로부터 버려져 안락사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시는 유기동물 처리에 한해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유기동물보호소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1월~6월)동안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이 454마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1마리보다 37%(123마리)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개가 291마리에 이르고 고양이가 151마리, 기타 2마리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주인에게 다시 돌아간 경우는 30건에 그친다. 15마리중에 1마리꼴이다. 나머지중 185건은 일부가 새 주인을 만나고,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질병을 앓는 동물의 경우 학술연구기관 등에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휴가철인 7월과 8월 유기동물 발생건수는 115건과 107건으로, 월평균 64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키울때부터 식구개념 가져야

천안 관내 유기견은 2008년 400마리, 2009년 490마리에 이어 2010년 이후에는 한해 600마리 이상 발생하고 있다. 점차로 증가하는 유기동물에 대해 체계적인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천안시 유기견 업무 담당자나 성환에 유기견보호소를 운영중인 한명현(한샘애견동물병원) 원장 등은 유기동물 방지책으로 몇가지를 언급했다.

근본적으로는 애완동물(애완견)을 키울때 좀 더 정확한 마음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롱부리는 애완견만 생각하지 말고, 그에 따르는 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사전판단이 중요하다는 것. 즉 목욕과 운동을 시킨다든가, 변을 치운다든가 하는 등등의 일들이 그것이다. 애완견을 키우는데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도 알아야 한다. 사료부터 각종 악세서리에 드는 적지 않은 비용을 꾸준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때에 따라서는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평생 보살펴야 하는 형편도 감내해야 한다. 한명현 원장은 “제대로 알고 시작하면 분실할 순 있지만 버려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유기견들에 대한 대책이다.

안락사는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을 찾거나,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주인이 의도적으로 버린 것이 아니라면 유기견보호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쌍용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11일 가족들의 오붓한 저녁시간 갑자기 전파상태가 고르지 않은 방송이 들려왔다.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고 있습니다. 보신 분은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주인이 간절히 찾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애완견을 분실시 분실장소에서 주변에서 찾을 뿐, 천안시에 유기견보호소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런 이유로 귀하게 자란 듯 보이는 애완견조차 새 주인에게 인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앞으로는 ‘애완견등록제’란 정부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여 기대된다. 이 제도는 유기견 분실시 주인찾기가 쉽다. 또한 의도적으로 버리는 처지에서도 애완견 등록시스템에 따라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유기견에 대한 주인찾기가 어렵다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관심이 촉구된다. 일부 유기견보호소를 찾는 분양희망자들이 있어 어리고 귀한 애완견은 금방 새로운 주인과 대면한다. 유기견 분양은 무료로 이뤄지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나 비용이 생략된다.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가족으로 보살필 수 있는 여건만 되면 종류 불문하고 분양이 가능하다.

하지만 병들거나 다친 유기견도 있고, 나이가 많아 버려지는 것들도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분양이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법상으로 주인을 찾아주려는 행정공고는 10일. 유기견보호소의 애정으로 한달이나 두달까지 관리하고 있지만, 분양이 이뤄지지 않을 시 결국 안락사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유기견보호소의 한 직원은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예쁘고 귀하고 어린 것들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병들고 상처받은 유기견을 감싸주고 보살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학수 기자>

유기견보호소에서 만난 ‘연민’

주인·분양자- 만나면 살고, 못만나면 죽고... 한때 사랑받던 몸이었는데

유기묘보호철장


성환 매주리에 위치한 천안 유기견보호소는 예전 시골 축사로 사용하던 것을 임대해 보호소로 리모델링했다. 성환읍내를 살짝 벗어난 곳에 창고같은 허름한 건물은 일순 주춤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잠시 어두운 실내풍경에 적응하면 생각보다 쾌적한 환경이 눈에 띈다.

먼저 고양이시설은 널찍한 철망에 서너마리가 이방인을 쳐다본다. 가만히 앉아 ‘사색’에 잠겨있는 고양이도 있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어린 고양이는 걸음을 떼어놓기도 불안한 듯 움직인다.

보통 이곳에 들어오는 고양이는 거리에 나다니는 야생고양이보다 분실된 집고양이 위주로 신고되고 포획돼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기품있어 보이는 고양이들이 많다. 일명 거리에서 생활하는 ‘도둑고양이’의 경우 유기견들과 달리 중성치료(숫컷 14만5000원·암컷 9만5000원)를 통해 포획장소에 풀어준다. 텃세로 인해 새롭게 채워지고 늘어나는 숫자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묘와 관련해선 아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애완묘동호회가 있어 가끔 찾아와 청소도 해주고 맛난 사료도 주며 놀아주고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성환쪽에 개인이 수십마리의 유기견을 키우고 있고, 아산 탕정쪽에도 개인이 100마리 안팎의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귀띔했다. 이들 말로는 천안과 인근에 별다른 유기동물 관련활동이 없다.

유기묘와 구별해놓은 유기견들은 좀 더 작은 철창에 따로 관리하고 있다. 모양이 꼭 사자같이 생긴 ‘차우차우’를 비롯해 ‘닥스훈트’도 있고, 뽀메와 스피치의 잡종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20마리 안팎의 유기견들은 대부분 나이든 것들이 많았다. 유기견보호소의 최고령자는 단연 12살 정도의 ‘요크셔테리어’다.

유기견을 살펴보는 사이 어떤 사람이 2살 남짓의 유기견을 분양받았다. 그는 “마침 한 마리가 필요했는데, 유기견이라 해서 다른 생각은 없다. 오히려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좋아했다.

생사의 기로에서 불안한 눈을 껌벅이고 있는 철창 안의 유기견들. 사람으로부터 버려진 상처입은 애완견들이 모두 새로운 삶을 통해 구제될 수는 없는 것일까.

<김>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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