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대 천안시의회가 전반기 1년을 보냈다. 21명의 의원중 절반에 해당하는 9명이 초선의원이고 보면 그들에게 1년은 ‘배우고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재선 이상 의원들 또한 주로 의장단 직책을 맡으면서 평의원으로의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의원들이 지난 1년간 어떤 능력을 보여줬을까 보다는 어떤 자세를 지향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본격적인 달리기를 앞두고 준비운동하는 육상선수처럼,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 몸을 꼼꼼히 점검하고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해 놓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원 개개인을 놓고 볼때 아직은 지방의회가 가진 온전한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의정활동에 있어 양적·질적 노력이 미흡하고, 그에 앞서 능력과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크다. 하지만 점차 연륜이 쌓여가는 천안시의회가 긍정적인 변화 움직임을 갖고 있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의정활동에 임하면서 진부한 발언들이 걸러지고 있고 해외연수나 조례발의, 5분발언 등의 활동이 나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시의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 변화의 미약함에 다소 실망스런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장기수 천안시의회 부의장은 “시민사회단체가 100%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례안… 다각도 입법발의 6건
1년간 시의원들이 조례발의 한 건수는 모두 6건. 조례발의를 통한 입법활동은 의원들의 가장 큰 활동무기이기도 하다. 4대까지만 해도 의원발의가 거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5대·6대에 들어서는 ‘과부하’에 이를 정도로 의원들의 관심이 높다.
시의원들은 6대 1년동안 6건의 조례를 직접 발의했다. 지식재산진흥조례안, 사립작은도서관 지원에 관한 조례안, 지역사회안전조례안,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전부개정조례안, 전통상업보존구역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안, 천안시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지급조례 일부개정조례안으로 대부분 시행정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아직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다.
‘조례발의’가 의정활동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의 조례안 만들기가 형식적인 결과만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은 개선돼야 할 점이다. 5대의회의 경우 많은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실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시행정 주도로 필요성을 느끼고 제정되거나 개정되는 조례들과 달리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조례는 시 입맛에 맞지 않아 담당자들이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이유로 의원발의 조례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행정 담당부서와의 이해와 조율이 무엇보다 필요한 사안이다.
의원들의 첫 조례발의는 2010년 8월26일 지식재산진흥조례안과 사립작은도서관 지원에 관한 조례안으로, 임시회에 동시상정됐다. 6대의회 개원 후 두달이 채 안되는 때인 만큼 의원들의 의정활동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식재산진흥조례안은 조강석과 주일원 의원 외 7명이 나섰다. 지식재산 창출과 보호·활용 등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지역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지식재산진흥조례안이 자유선진당 의원들 주도로 이뤄졌다면 사립작은도서관 지원에 관한 건은 민주당 의원들이 나섰다. 황천순, 전종한, 장기수, 김영수 의원 외 4인이 그들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도서관 이용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여건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설치한 사립작은도서관의 운영과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11월에는 김영수 의원 외 5인이 지역사회안전조례안을 올렸다. 지역의 책임있는 기관단체장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범죄예방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외에도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는 김영숙 의원 외 6인이 나섰고,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안은 조강석, 최민기, 인치견 의원 외 9인이 발의했다.
이들 두가지 조례안은 지역의 현안사안이기도 했다. 전자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필요한 식품비 등 급식경비 지원을 위한 것이고, 후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폐해로부터 재래시장을 보호하자는 측면이었다.
심상진 의원외 5인은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내기도 했다. 여성장애인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출산지원금을 상향조정하고 장애등급별 차등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분발언… 의원 개개인 관심·성향 드러나
임시회 등에 ‘5분발언’ 제도가 생기면서 의원들은 5분발언대를 통해 저마다 관심사항을 꺼내들었다. 5분발언은 1년동안 모두 13개가 올라왔으며, 의원 개개인의 관심과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가장 많은 발언대에 섰던 심상진 의원은 4건 모두가 장애와 관련된 내용을 담으며.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던 본인경험을 살려 ‘장애인사회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5분발언은 대체로 좋은 취지와 지적을 담아내고 있지만, 때로 잘못된 정보로 인한 주장이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지역사회에 알려져 시행정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5분발언이 좀 더 세밀한 검증절차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전종한 의원은 ‘이제 천안의 역사성을 살려야 한다’는 주제로 2010년 7월23일 첫 발표자가 됐다. 이후 심상진 의원은 ‘천안시를 무장애도시로 만들어 나가자’란 주장을 펼쳤고, 유영오 의원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천안유치를 반드시 이뤄내자’는 내용을 담았다. 도병국 의원은 ‘충무공 김시민장군 동상건립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전종한 의원은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교량하부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남의 일이 아니다’란 주제로 천안시 대책을 촉구했다.
2010년 마지막 정례회에는 두건의 5분발언이 준비됐다. 심상진 의원은 ‘보편성이 먼저 실현되는 천안시를 원한다’란 주제로, 김미경 의원은 ‘성인지적관점의 예산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시의 관심을 유도했다.
2011년에 들어서며 이숙이 의원은 ‘올바른 교육순환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란 주장을 폈고, 유영오 의원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최적지는 천안이다’는 목소리를 내며 재차 시민관심을 촉구했다. 4월에는 도병국 의원이 ‘동남구보건소 설치 시급하다’는 내용으로, 심상진 의원은 ‘장애등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란 제목으로 장애인들에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주문했다.
주일원 의원도 동참했다. 그는 ‘천안시 국회의원 선거구가 분할증설될 수 있도록 우리시의 역량과 시민의 뜻을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상진 의원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이동지원센터 설립으로’란 내용으로 천안시가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위구성이 없는 건 아쉬움
천안시의회에 첨예한 사안은 없었는가?
6대 들어 천안시의회에 소위원회 또는 특별위원회 소집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예전 같으면 시와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에 대해서 의회는 ‘특위구성’ 등으로 맞섰다. 특위 또는 소위원회는 시행정의 정책판단이나 조사가 필요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가동한다. 특위 가동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행정과 시의회의 대립이나 갈등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비즈니스벨트, 경전철 도입, 용연저수지 관광개발, 시설공단 또는 문화재단 설립, 무상급식, 구제역 또는 조류독감 예방책, 농촌경제 등 민감한 사안은 얼마든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의원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회가 특위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 의회 차원에서 특위활동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천안시의회는 총무환경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가 각각 비교견학을 다녀온 바 있다. 총무위는 경전철 건으로, 산건위는 시설공단건으로 전국의 해당 지자체를 방문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당초 우려했던 부분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외에도 화요일 민원상담실 운영을 통해 지역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사 역할을 자임했다.
민원상담실에서의 상담건수 실적은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한 전문위원은 “대부분 상담이 고질민원으로, 다양한 경로로 해결하려다 안되는 민원이 최종적으로 의회로 집결해 해당 의원들과 상의된다”며 “하지만 법적으로 처리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1년간 상담을 통해 시행정과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은 18건에 그쳤다. 2009년 25건, 2008년 43건에 비하면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민원상담과 관련, 예전에 윽박지르며 해결하려던 일부 의원들의 조악한 접근법은 이제 없어졌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의원들마다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풀어가려는 자세가 정착됐다.
해외연수도 예전의 ‘외유성’ 논란에서 벗어나 적절한 연수개념과 관람 목적을 담고 있다. 공부도 하고, 관광도 하는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