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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음악인으로 산다는 건…

화요데이트/ 이동초(드림앤첼린지 음악감독·44)... 아직은 열악하고 문제있는 환경, 먼저 공감하고 개선하는 음악문화 필요

등록일 2011년08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하루 세끼 먹고도 남는다면 더 이상은 고생을 해가면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해답을 얻을 때까지 나는 별로 많은 계산이 필요하지 않았다. 먹고도 남을 정도로 돈을 번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가진 것이 많으면 그만큼 잃을 것도 많다. 건사할 물건이 많으면 근심도 그만큼 많아진다.

-작가 안정효의 ‘가뢰와 뒤쥐’ 중에서

 

2000년 초쯤인가, 작심하고 천안을 내려왔다. 이리저리 눈치보고 산다면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마는 그렇게 살아선 분명 후회할 일이었다. 이동초(44)씨는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음악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던 그. 독일 다름슈타트 시립음악원 대학원에서 성악과를 졸업하고, 마인쯔대학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료하기까지는 남모를 어려움들이 있었다. 물론 누군들 쉽게 인생을 살아가겠는가마는….

성악을 전공한 후 오페라의 주역도 많이 서봤다. 코지판투테, 쟌니스키키, 노처녀와 도둑, 결혼, 이순신 등등. 그 외에도 오라토리오, 미사곡, 칸타타 베이스 솔로를 비롯해 수많은 음악회 무대에 올랐다. 음악가가 무대에 서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돈을 얼마나 많이 받는가 보다는 어떤 대우를 받는가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됐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 천안과는 나사렛대 초빙교수로 본격적인 인연을 쌓았다. ㈜공연예술기획 ‘찬란’의 대표이사로도 활동했다. 특히 오페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천안오페라단’을 창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10년 전 당시 천안에서 ‘오페라’는 낯선 음악이었다. “천안오페라단을 힘겹게 이끌어가면서도 하나 지키고자 하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수준’이었죠. 한명한명이 얼마나 진정으로 연습하고 준비하는가에 따라 오페라 전체의 완성도가 달라지거든요.”

말이 그렇지,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고’를 지향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만 잘해서 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죠.”

참 열심히 살아온 7년이었다. 천안오페라단을 무대에 세우고, 푸른소리여성합창단과 중앙장로교회 지휘자로 봉사했고, 돔스콜라 성악앙상블과 그레이스뮤직앙상블 등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오페라’ 운영에 대한 기대치가 성장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다른 활동까지 부담으로 다가왔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내노라 하는 대형가수 공연을 천안에 유치했다 실패하면서 후유증을 앓았다. ‘열심히 했는데 실패했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채웠다.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열심히 했는데도 거듭 실패하다 보니 자신감도 결여됐다.

“처음에는 나 자신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도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천안 자체가 아직 구조적인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공동책임제’의 결론이 나오더군요.”

천안은 기획공연이라 해서 시행정이 중대형공연을 직접 유치하고 있으나 시민에게 제공되는 관람비는 반의 반값을 받고 있다. 외부에서 5·6만원 하던 것이 천안에서 1·2만원에 볼 수 있으니, 일반 기획사가 제대로 된 공연을 성공시키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천원의콘서트’까지 가세하면서 어느덧 천안은 ‘공연의 무덤’에서 ‘기획사의 무덤’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시행정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그 심각성을 아는 것보다 경험해볼 수 있다면 공감의 정도가 다를 것이다.

“담당부서가 일반기획사나 공연연출자로 흑자수익을 내야 하는 공연을 해야 한다면 금방 문닫을 겁니다. 다행히 시립문화재단을 둔다고 하니, 그같은 방식이 앞으론 달라지겠죠. 천안시에 문화공연이 활성화되려면 반드시 수정돼야 하는 것 중 하나일 겁니다.”

다행히 나사렛대학교 자회사인 ㈜드림앤첼린지 뮤직사업팀장으로 활동반경을 전환하면서 다시금 지역의 공연예술에 관심이 높다. “성공시켜야죠. 많은 음악공연을 갖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 겁니다. 수준높은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지역에서도 그런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서울에서 보는 만족도를 지역에서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바로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죠. 그리고 오페라도 천안에서 즐길 수 있도록 다시한번 힘을 낼 겁니다. 많이 지켜봐 주십시오.”

그가 준비하는 무대 ‘세상의 모든 음악과 함께’가 8월16일(화) 시청 봉서홀에 막을 올린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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