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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효(孝)는 놓치지 마라

기고/ 이득주(77·수필가)

등록일 2011년07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득주(수필가)/ 충남 천안 출생의 이득주 작가는 고려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한 후 1961년 서울 사세청에서 공직사회 첫걸음을 시작, 1994년 보험감독원에서 퇴직했고 천안시기업인협의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나는 부모님께 드리는 마지막 효를 챙기지 못한 두 건의 씁쓸한 경우를 보았다.

하나는 머리 좋게 태어나 국비 유학생으로 공부하여 좋은 직장에 추직하여 성공한 아들과, 그 아들을 잘 기르고 가르쳐 훌륭한 사회인으로 키워낸 모친의 이야기다. 홀로 되신 모친은 수년간 독거하셨다. 모친이 몸이 건강하실 때는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인근에 사는 자손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여름철에는 옥수수와 감자를 쪄먹고, 겨울철에는 총각김치, 동치미 등과 구수한 흰쌀밥 등 풍성한 농촌음식으로 두터운 가족애를 다졌다.

그런데 모친이 병이 나서 눕자 자손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이 어찌된 일인가? 돈 많은 아들과 며느리, 건강한 딸과 사위가 여러명인데 어느날 발길이 끊어졌다.

동생은 형에게, 형은 동생에게, 여동생은 오빠에게, 사위들은 처남에게 서로 병간호를 떠밀고 있었으니 당하는 것은 외롭게 투병하는 모친 뿐이었다. 여러 자손들이지만 몸으로 감당못할 형편이면 동기간 합심협조해서 간병인을 구하면 될 터인데, 그것조차도 하지 못하였다. 이를 보다 못해 한집에 세 살던 남자노인이 안집마님의 병수발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어찌 보기 흉하고도 불유쾌한 노릇인가. 집안 내 혹은 형제자매 사이에 어떤 사정이 있었겠지만 자손들의 태도는 큰 불찰이고 지나친 무례한 처사임에 틀림없다. 이 와중에 병든 모친은 정신없이 왔다 갔다 끌려다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다른 하나는 명문대 졸업자로서 외국유학을 다녀온 대학교수와 무역업을 하는 총명한 아들, 해외에서 활동을 하는 딸을 둔 부친의 이야기다. 이 경우는 부친이 젊은 시절에 학원을 운영하는 등 돈벌이를 잘 할 때는 함께 살다가 늙고 병이 드니 함께 살지도 않던 딸네 집으로 쫓아보내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이유야 어떻든 병든 남편을 쫓아낸 부인의 그릇된 처사이고, 함께 살던 자식이 부친을 버린 것이다.

이러한 두 건과 유사한 경우가 세상에 하나 둘이 아니다. 잘 사는 가정, 자식이 출세한 가정, 더욱이 신식교육을 많이 받은 가정이 많다. 아마도 신식교육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얄팍한 자기편의주의적 사고와 태도, 도덕불감증이 만연된 탓 아닐까.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전자의 경우 장남이 암에 걸려 투석을 하며 고통에 시달렸다. 통증을 느낄 때마다 “어머니”, “아버지”를 수없이 외쳤다고 한다. 그렇게 수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를 장지에서 듣고는 ‘너무나 돈을 아끼는 사람’, 자기를 낳고 길러준 부모에게조차도 ‘돈을 못쓰고 간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오래전에 돌아가진 부모님이 아들을 저 세상에 불러들이면서 효를 저버린 처사에 대하여 깨우침을 주는 징벌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부인(학원장의 처)의 사망소식을 듣고 문상을 갔을때 사인(死因)을 들었는데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고 하여 깜짝 놀라고 섬뜩했다. 화재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일도 어찌 보면 효를 저버린 처사에 대하여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의 법칙’이 적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이 두건 모두가 애석한 일이고 내가 가까이 지내던 분들의 일이라 더욱 가슴이 아팠다.

젊음이 있을 때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늙고 병든 몸은 독자적으로 자기 몸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때 반드시 누구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함은 자연의 법칙이고 천리라 할 수 있다.

어려움이 닥친 모르는 사람도 돕는 것이 도리인데 하물며 가족이 늙고 병들었을 적에 돌보지 않고 방치한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일이며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까마귀같은 금수도 부모에게 효를 한다고 하던데 어찌 사람으로 태어나서 인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 효를 저버리는 것인가? 자신도 늙고 병들면 자손 혹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함은 정한 이치가 아닌가? 평소에 바쁜 생활 혹은 경제적 형편 때문에 효를 소홀히 하였더라도 백배사죄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효는 놓치지 마라. 하느님이 아마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더 이상 어리석고 우매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하여 한번쯤 명심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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