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맛비가 대단한 기세다. 최근 10년만에 최고수치를 기록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시청 재난관리과에 따르면 천안은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이란 말을 방증이라도 하는 듯.
그렇다면 천안의 도심하천도 안녕한가.
지난 13일(수) 원성천변을 따라 걸어봤다. 며칠 사이 내린 비로 물은 많이 불어 있었다. 하천변을 따라 우거진 수풀은 벼가 넘어간 듯 쓰러져 지저분한 풍경을 자아냈다. 장마가 오기 직전 대대적인 하천정비가 살짝 아쉽다.
물이 둑을 넘은 흔적이 여실히 나타났다. 산책로는 진흙이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느 곳은 조심스레 지나가도 신발에 진흙이 덕지덕지 눌러붙었다. 물이 쓸고 내려가면서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들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몇 년을 방치한 빈집의 잡풀처럼, 수풀들이 운동기구에 달라붙어 있는 것.
“여름마다 물이 넘칠 텐데 산책로와 운동기구가 너무 낮은 곳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는 한 주민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여기 설치된 운동기구며, 블록으로 만든 산책로가 계속 물폭탄을 맞으면 지반도 무너지고 생채기도 날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의 높이에서 세뼘 정도만 높거나 하천폭이 넓어도 물이 쉬이 넘치지는 않을 텐데요.” 같이 걷던 주민도 공감하며 혀를 찼다. 이들은 하천변에 공들인 각종 시설이 장마로 인해 잦은 보수·정비가 필요해지면서 예산을 좀먹진 않을까 우려하는 듯.
보기에 따라 심각한 문제점도 발견됐다. 하천으로 빠져있는 하수구 높이가 낮은 곳은 자칫 물이 역류할 수도 있어 보였다. 어느 다리 옆 하수구는 퇴적토로 인해 하천으로 뚫린 관로가 아예 막혀있기도 했다. 관리소홀에 따라 인재로 둔갑할 수 있는 문제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하천변 운용이 가능한 방법은 없을까. 여름철 본격 장마는 보통 6월중순에서 7월중순까지 한달 여. 그 사이, 간간이 해가 비치고 도심하천을 산책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하천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