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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재량사업비 '엉망관리 바로잡는다'

소통부재가 원인.. 도의원 재량사업 결정시 시와 사전협약 필요, 시도 적극적 협의노력 있어야

등록일 2011년07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도의원 재량사업비’에 대해 천안시가 대응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천안지역에 쓰여질 재량사업비 60여억원이 제대로 쓰이질 못하고 있다. 도의원사업비에 일정비율 부담해야 하는 시비가 책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시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도의원들도 재량사업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 결국 의도와 소통의 문제다.

각 지자체마다 국·도비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돈’이 없으면 복지, 교육, 문화예술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파산을 걱정하는 지자체도 있고 보면 지방세나 자체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푼이라도 국·도비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도의원 재량사업비는 눈독들일 만하다.

충남도는 각각의 도의원을 위해 사업비를 책정해놓고 있다. 이 ‘지역현안사업비’는 일명 ‘재량사업비’라고 불리며, 자신의 지역구 챙기기를 위한 정략적 사업비로 쓰이는 예산이다.

도시규모가 큰 천안은 타 지역에 비해 도의원수가 많다. 이번 9대의회에 7명의 지역구의원과 2명의 비례대표의원 등 모두 9명을 배출했다. 도의원 1인에게 7억원 상당의 재량사업비를 책정하고 있어, 한해 63억원 정도가 천안지역의 필요한 현안사업에 쓰여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통했다고? ‘소통이 문제’

문제는 도의원 재량사업비가 통상 시비를 포함하고 있다는데 있다. 천안시나 도의원이 신청하는 충남도사업비의 경우 일정부분 시비부담을 안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도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안을 결정하고 사업비를 따내도 천안시가 호응하지 못하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실제 우려스런 일이 벌어졌다. 천안출신 충남도의원 9명의 천안지역 사업비가 60여억원에 이르고 있지만, 천안시가 대응한 예산은 10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도의원들이 불만을 표출하며 모여 대책을 의논했다. 아무개 도의원 입을 통해 ‘하더라’ 통신도 떴다. 천안시 관계자가 말하길, 해주고 싶어도 윗선에서 문제가 있다 하더라고.

그러나 무소문과는 상관없이, 어긋난 재량사업비 문제는 천안시뿐만 아니라 도의원에게도 상당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서로간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고, 도의원들도 재량사업비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한 예로 모 도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경로당 신축’민원을 접했다. “300가구 정도가 이용할 경로당이 없다는 민원을 접하고, 동장과 함께 구체적 장소까지 살펴봤다. 도비 2억원을 배정했지만 천안시는 이번 추경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반부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답답해했다. 기껏 도예산을 끌어들였더니 시 때문에 도로 반납해야 할 형편이라고 안타까와했다.

이에 대해 시 관련부서가 해명했다. 시에 따르면 경로당 신축·증설건은 수십건이 접수돼 있으며, 예산문제로 매년 6개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형편에 따른 우선순위다. 시와 협의없이 예산을 책정해놓고 시가 반을 대라고 하면 한두푼도 아니고, 그때그때마다 대응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시 담당자는 “자기 지역구 민원해결을 위해 시 판단이나 우선순위에 대한 사전협의도 없이 무조건 예산을 대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의원들이 시와 협의해 책정한 ‘40억 배드민턴전용체육관’ 사업비도 소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시장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에 대해 도의원들이 십시일반 10억원을 책정했으나 시는 추경에 세우지 않았다. “어떻게 시가 원한 예산조차 대응해주지 않냐”고 의원들은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원래 도비 13억원이 대응하는 사업인데, 충남도가 이를 세우지 않았다”며 “천안 도의원들이 10억원을 만든 것은 고맙지만, 정작 받아내야 하는 도비가 세워지지 않은 것을 진행시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도의원이 대응한 재량사업비는 대부분 살아있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도의원들이 ‘쓰지 않으면 반납되는 예산’이라 했지만, 그게 아니라고 전했다.

다행히 시와 도의원들이 합의점을 찾아낼 듯하다. 내년 재량사업비부터는 어떤 사업을 책정할 건지 시에 사전 통보해주면 시가 이를 검토해 협의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의원들이 재량사업비에 대해 욕심내지 말고 생산적으로 쓰는 것은 시도 환영할 일이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명 사전협의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시는 원칙적인 기준을 정해놓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경상비 보조 등에 사용되는 재량사업비에는 대응하지 않지만 투자사업비는 대응하는 것 등이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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